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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간 뼈 빠지게 일만 했습니다”

화요데이트 이홍길(37·위니아만도 근로자)

등록일 2009년03월04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39일째 철야농성을 벌이고 있는 위니아만도 노동자 이홍길씨.

“10년을 넘게 위니아만도에서 노동했습니다.
명절도 휴일도 가족과 함께 하지 못하면서…

오로지 삶을 위해 뼈 빠지게 노동만 했습니다.
그러다 IMF도 맞았습니다.

위니아만도 노동자들을 향한 공권력의 침탈과 탄압에,
위니아만도 자본의 탄압에,
그러다…

가족과도 같은 많은 내 동료들이 하나 둘씩 사라져 갔습니다.
지금껏 위니와만도를 손에 쥔 투기자본은

수 천억원을 남겨 세금 한 푼 안내고 나라 밖으로 빼돌렸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자신들이 가져가는 돈이 적다고 합니다.

그것이,
내 목숨 줄과도 같은 내 일터에서 쫓아내려고 하는 이유랍니다.

고통분담 하면 회사가 살 수 있다고 해서
고통분담도 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허리띠 졸라매도
이제 남은 건 희망퇴직과 정리해고,

긴 한숨과 눈물을 앞세운 구조조정 밖에 남은 것이 없습니다.”

위니아만도의 지분을 100% 소유하고, 경영하고 있는 CVC가 지난 2월20일 노동부 천안지청에 3월25일부로 220명의 노동자를 정리해고 하겠다고 신고했다.

220명의 노동자들이 아무런 대책 없이 거리로 내몰리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 문제의 근본 원인은 외환은행을 인수하며 막대한 투자이익을 얻었던 론스타와 같은 투기자본의 횡포에 있으며, 그것을 규제할 수 있는 수단이 현재상황에서는 없다.

그동안 이러한 투기자본은 모기업의 부도나 일시적 금융압박으로 흑자도산에 처한 기업을 인수해 수익을 극대화 했다. 그리고 되팔거나 회사를 분할 매각하는 방식으로 이익을 얻어왔다.

이렇게 얻은 막대한 이익은 세금 한 푼 없이 고스란히 해외로 유출됐다. 이른바 먹튀(먹고튀는) 사기행각이다. 위니아만도 역시 CVC 투기자본의 횡포로 노동자들이 피 땀 흘려 만들어놓은 생산의 결과물이 해외투기자본의 재산증식으로 바쳐지게 됐다.

위니아만도 노조가 조사한바에 따르면 2002년부터 5년간 2300억원의 순이익이 발생했고, 이 중 2070억원을 세금 한 푼 없이 해외로 빼돌렸다고 한다.

김치냉장고 딤채로 잘 알려진 아산시 탕정면 위니아만도 근로자들이 처한 상황이다. 기자가 방문한 2월26일 이들은 사업장에서 39일째 철야농성을 벌이고 있었다.

회사 경영진은 정리해고 방침을 일방적으로 통보한 후 희망퇴직자를 접수받는다고 공고한 상태였다.

이 회사에서 17년간 근무한 이홍길씨(37)를 농성현장에서 만났다. 이씨는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이 회사에 몸담아 왔고, 단 한 번도 이 삶터를 떠난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이씨는 “IMF 이후 7개 사업부를 갖고 있던 회사는 흑자부도를 맞고 해외 투기자본의 손에 넘겨졌다. 이후 회사를 살려야 한다는 이유로 수 백 명의 노동자들이 길거리로 내몰렸다. 그래야 정말 회사가 살아나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당시 노동자들은 회사가 어렵다면 내일처럼 안타까워했고, 고통분담에 기꺼이 동참해 왔다고 한다. 그러나 노동자들이 뼈 빠지게 일해 왔는데 회사가 왜 어려운지, 정말 위기였는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의문이라고 한다.

이어 이씨는 “알고 보니 회사가 어렵다는 것은 기업사냥꾼과 그들의 하수인인 경영진들의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노동자들의 숨통을 조여 기업사냥꾼의 주머니를 더 채워주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시키면 시키는 대로 일하고, 주면 주는 대로 받던 노동자들을 이제는 사지로 밀어 넣고 있다. 이제는 어떤 일이 있더라고 그들과 맞서 싸울 것이다.”라며 분노했다.

위니아만도의 복잡하게 얽힌 경영구조에서 최종 결정권자가 누구인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한다. 때문에 노동자들은 누구에게 항거해야 할지, 누구에게 의사전달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다만 현 관리직 직원들로부터 일방적인 통보만을 받을 뿐이라고. 

마지막으로 이씨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460명을 220명으로 그리고 다시 절반으로 또 절반으로 정규직 직원들을 몰아내고, 그 자리를 싸게 부려먹을 수 있는 비정규직으로 채울 것이다. 단물만 뽑아먹고 뱉어 버리는 투기자본 속성상 마지막으로 강도 높은 구조조정 단계를 감행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 희생양이 이 자리에 있는 바로 우리다.”

아산시 탕정면에 위치한 위니아만도 공장 전경.

위니아만도 생산직 근로자들은 단 한명도 정리해고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위니아만도 노조측에서 투기자본에 맞서 강하게 저항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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