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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살에 학사모를 쓴 이해숙씨(왼쪽)가 선문대 김봉태 총장의 축하를 받으며 기념촬영을 가졌다. |
“기회가 된다면 대학원에 진학해 더 많은 공부를 하고 싶다. 또 앞으로 어린이들과 주변의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서도 더욱 열심히 봉사하며 살겠다”
선문대학교(총장 김봉태) 졸업식장에서는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먼저 떠난 아들의 꿈을 대신 이뤄주려 만학의 길을 걸었던 이해숙(63·천안시 목천읍)씨 사연이 감동을 안겨주고 있다.
곱게 화장한 얼굴에 학사모를 반듯하게 쓰고 학위수여식장에 나타난 이해숙씨 모습은 어느 졸업생보다 설레는 모습이었고 자랑스러워 보였다. 이날 신학대학을 졸업한 이해숙씨는 졸업생을 대표해 우수학생으로 선정돼 표창까지 받는 영광도 안았다.
이날의 영광이 있기까지 이해숙씨에게는 남다른 상처가 있었고, 이를 극복하려는 강한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해숙씨에게 정규교육과정을 통한 배움은 중학교 졸업이 전부였다. 그랬던 이해숙씨가 대학에 진학하게 된 동기는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먼저 떠난 아들 때문이었다.
당시 충격과 절망에 빠졌던 이해숙씨를 다시 일으켜 세운 것은 채 피지도 못한 채 짧은 삶을 마감한 아들의 꿈을 대신 이뤄줘야겠다는 깨달음을 얻으면서 부터다. 그때부터 이해숙씨는 선교사가 꿈이었던 아들을 대신해 지역사회에 봉사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새로운 삶의 동기를 부여받은 이해숙씨는 50대 후반의 나이에 아들의 삶은 물론 본인의 제2의 삶을 살기 시작했다.
그녀는 아들의 꿈인 선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배워야겠다는 생각에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그리고 학업을 계속 이어 선문대 신학대학에 진학해 학사모를 쓸 수 있었다.
1997년 아들과 이별한 이해숙씨는 10년이 지난 2007년 남편마저 보냈다. 그녀는 이 상황에서 자신이 실의와 좌절에 빠져서는 안 된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때 늦은 공부를 계속할 수 있었던 것은 주변 분들의 격려와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교수님들이 관심을 갖고 지도해 주셨고, 마을 분들이 격려해 주셨고, 학우들이 우정을 나눠줬다.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또 다른 내 이웃에게 베풀고 보답하며 살겠다.”
<이정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