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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정면 갈산리의 한 포도밭에 지난해 미처 수확을 하지 못한 포도송이가 매달려 있다. 곧 닥쳐올 이 포도밭의 운명과 같아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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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도밭 너머로 탕정면의 미래를 예견할 수 있게 만드는 거대한 도시의 위용이 드러나고 있다. 지난 2월7일부터 입주가 시작된 삼성트라팰리스. 삼성트라팰리스 7000~8000명 입주는 탕정면 전체 변화의 시작에 불과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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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개발의 거대한 소용돌이 속에서 이미 수많은 임차농민과 영세한 자영업자들이 이 도시를 떠났다. 삶터를 등져야 하는 수용주민들의 절규가 빛바랜 현수막에 희미하게 남아 있다. |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하늘과 도로를 제외하면 온통 포도밭으로 장관을 이루던 탕정면에는 더 이상 포도밭을 구경하기조차 힘들어졌다. 하루아침에 포도밭이 빌딩숲으로 변했고, 하루아침에 포도밭이 공장으로 변했고, 구불구불하던 포도밭 사이길이 왕복 8차선 대로로 바뀌었다.
유일하게 도시와 마을을, 마을과 마을을 촘촘이 이어주던 전봇대와 축 늘어진 전선도 포도밭과 함께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매년 이맘때면 동면에서 깨어나는 포도나무를 손질하던 농부들의 모습도 더 이상 찾아 볼 수 없다. 겨울철 한해피해를 막기 위해 겨울철 땅 속 깊이 묻어두던 포도나무를 지난겨울에는 아예 묻지도 않았다. 신도시개발과 산업단지로 수용되는 토지에서 더 이상 농사를 지을 수 없기 때문이다.
아산시 대부분 농촌지역이 인구감소로 학교가 없어지거나 마을이 붕괴되고 있는데, 탕정면만은 반대로 학교가 확장되고, 인구가 급증하고 있다.
탕정면은 총 1764만6000㎡로 조성되는 아산신도시 2단계 사업지구의 76.8%에 해당하는 1355만4000㎡가 포함된다. 또 갈산리, 명암리, 용두리 일원에 211만4000㎡의 산업단지가 조성되며 아산시 변화의 중심축 역할을 하게 된다.
탕정면 전역이 아산신도시와 첨단산업도시로 개발되고 있다. 이에 따른 수용지역 고령 영세농민이나 임차농민, 영세상인들의 생존권은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탕정면은 현재 7899세대 1만2979명이 거주하는 농업중심 지역에서 오는 5월까지 트라팰리스 입주가 완료되면 2만명이 거주하는 첨단산업도시로 탈바꿈한다.
아산시와 주택공사에 따르면 아산신도시 2단계 사업이 완료되는 2015년에는 5만7800세대가 입주해 17만3400명이 거주하는 최첨단 산업도시로 탈바꿈 할 것이라고 한다.
탕정면은 아산신도시 2단계 사업비 7조7217억원, 탕정T/C일반산업단지 1조211억원, 탕정 제2일반 지방산업단지 1조200억원, 지방도 624호 확포장사업 160억원, 국도43호 2065억원, 염성-용두 국도대체우회도로 1497억원, 배방-탕정 우회도로 1141억원, 하수종말처리장 1050억원, 탕정역신설 251억원이 소요되는 초대형 토목공사가 진행돼 하루가 다르게 지형이 바뀌고 있다.
어찌 보면 삼성트라팰리스에 입주하는 인구 7000~8000명은 탕정면 전체 변화의 시작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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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밭 건너편에서 바라본 트라팰리스는 시원하게 뚫린 대로와 어울려 한 때 포도밭이었다는 사실이 실감나지 않는다. |
<이정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