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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풍당당 순이. 잡종교잡으로 의심됐던 순이는 유전자검사 결과 순수혈통 한우로 입증되면서 축산기술연구소의 특별관리와 보호를 받고 있다. |
“1100㎏을 800㎏으로 줄여라” “왜? 그녀는 소중하니까”
그녀는 많이 먹고, 온순하고, 우직하고, 겁 많고, 호기심 강하고, 힘은 장사다.
체격은 또래 친구들보다 두 배나 크다. 그녀의 이름은 ‘순이’.(관련기사 본보 1월6일 보도) ‘순이’는 요즘 다이어트가 한창이다. 그러나 앞에서 언급했듯이 순이의 가장 큰 낙은 바로 배부르게 먹는 것.
그런 순이에게 다이어트를 처방했으니 아무리 온순하고 착한 순이라도 토라질만 하다. 순이는 왜 다이어트를 해야만 할까. 그만 큼 귀한 몸이 되셨기 때문이다.
하마터면 식탁에 오를 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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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회 출산한 순이(왼쪽)와 같은 연령대의 일반 어미소(오른쪽)의 몸집차이가 확연하다. 마치 어미소와 송아지의 모습처럼 보인다. |
농장의 모든 한우는 귀에 매달린 번호표에 따라 사양관리가 되지만 ‘순이’ 만큼은 특별한 대우를 받고 있다.
‘순이’는 아산시 음봉면 원남리 시온한우농장(대표 강창환)에 살고 있는 한우 암컷으로 이 곳 농장에 실습 나온 축산과 학생들이 붙여준 이름이다.
농장에 들어서자마자 일반 한우에 비해 몸집이 두 배쯤 크고, 윤기가 흐르며, 짙은 황갈색을 띠고 있어, 순이 주변의 성장을 마친 한우가 송아지로 보일 정도다.
2003년 6월25일 태어난 순이는 처음에 비육우로 분류돼 하마터면 누군가의 식탁에 오를 뻔 했다.
비육우로 분류된 이후 순이는 무려 1톤100㎏까지 성장했다. 보통 거세된 수컷 한우가 성장을 마치고 출하될 때 무게가 700~750㎏인 점을 감안하면 순이의 성장은 경이적이었다.
강창환 대표는 순이가 이처럼 놀라운 성장속도를 보이자 혹시 혼혈이 아닐까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그 무렵 순수혈통을 자랑하는 이웃집 한우들도 은근히 순이를 왕따(?)시키기 시작했다.
강창환 대표는 “순수 한우를 공급하는 농장에서 잡종교배가 의심되는 순이를 출하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축산기술연구소에 유전자검사를 의뢰했고, 검사결과 순수혈통의 한우라는 판명을 얻었다”고 말했다.
황소(수컷)에서는 1톤이 넘는 소가 발견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암컷으로는 순이가 처음일 것이라고 축산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때부터 순이는 특별 관리에 들어갔다. 순이의 난자를 채취해 우량한우를 생산하고, 농가 소득을 올려야 하는 의무가 주어졌기 때문이다.
슈퍼울트라한우 ‘순이’ 수입소와 ‘맞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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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환 대표가 순이의 몸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다이어트를 마치고 최고의 몸 상태로 만들어지면 회당 5~10개의 우량난자가 채취돼 우량한우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
순이의 프로필
이름:순이.
생년월일:2003년 6월25일.
몸무게:1100㎏에서 현재 다이어트로 감량 중.
경력: 송아지 출산 3마리.
특징: 비슷한 연령대의 일반 한우에 비해 몸집이 2배나 큼.
임무: 우량난자를 많이 생산해 우량한우 공급에 힘쓰고, 농가소득 증진에 이바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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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관리와 보호를 받고 있는 순이는 요즘 다이어트 중이다.
1100㎏의 거구를 최근 980㎏까지 줄였다. 앞으로도 150㎏을 더 줄여야 한다. 먹성 좋은 순이가 평소 먹던 양을 절반으로 줄여야 하니 고통이 적지 않아 보인다. 거기다 허기진 몸으로 때맞춰 운동까지 해야 한다.
강창환 대표는 “순이의 난소 주변에 지방층이 너무 많다. 다이어트와 적당한 운동은 순이의 건강을 위해서도 좋다”며 “우리식탁을 위협하고, 한우농가를 위협하는 수입소와 경쟁해 이기려면 ‘순이’같은 우량한우가 보다 많은 유전자를 남겨야 한다”고 말했다.
봄이 되면 순이의 몸에서 수정난이식을 위한 난자가 본격적으로 채취될 예정이다. 난자채취 이전까지 순이의 몸은 매우 특별하게 관리된다. 요즘 축산기술연구소에 소속된 박사들도 수시로 농장을 방문해 순이의 몸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한편 순이의 몸에서는 모두 3마리의 송아지가 태어났다. 이 중 두 마리는 최고 등급으로 팔렸으며, 나머지 한 마리는 현재 농장에 남아있다. 순이의 몸에서 나온 3마리 송아지 모두 일반 송아지와 비교해 매우 우수한 골격을 자랑한다.
슈퍼울트라한우 순이가 우량한 유전자를 가진 후손들을 많이 생산해 농가소득 증진에도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정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