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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향대학교 천안병원 중환자실에서 소띠 해에 만난 소띠 천사 강수미 간호사의 웃는 모습이 해맑다.(어릴 때부터 간호사가 꿈이었던 그녀는 이 곳을 15년간 지켜왔다.) |
“제 모습이 소를 닮지 않았나요? 저는 개인적으로 동물 중에서도 소를 가장 좋아해요. 소를 연상하면 부지런하고, 성실하고, 과묵하고, 듬직하고, 왠지 믿음이 가는 그런 느낌 있잖아요?”
대학병원 중환자실을 15년간 지켜온 백의의 천사 강수미(37·순천향대학교 천안병원) 간호사. 소띠 해를 맞아 금남(?)의 공간으로 불리는 간호사 휴게실에서 소띠 간호사 강수미씨를 만났다.
초등학교 때부터 간호사가 꿈이었다는 그녀는 하루하루 그 소중한 꿈의 공간을 지켜 나가고 있다.
특히 대학병원에서도 가장 힘들다는 중환자실 병동을 스스로 지원해 환자 돌보는 일을 천직으로 여기는 그녀는 올해 기축년 소띠 해를 맞아 감회가 남다르다. 기자는 먼저 강 간호사에게 소띠 해를 맞는 소감과 새해 소망을 물었다.
“올해는 소띠 해를 맞아 좋은 일이 많이 생길 것 같은 예감 이예요. 다들 어렵다고 걱정하고, 불안해하면서 하루하루 초조하게 보내는 것은 너무 무의미하다고 생각해요. 매사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그날그날 충실하게 살다보면 자연스럽게 좋은 일도 따라서 생기지 않을까요?”
그녀는 이어 “너무 교과서적인 당연한 답변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내가 맡은 환자들이 완치돼서 건강한 모습을 되찾는 것이 가장 큰 소망입니다. 지금까지 그렇게 생각하며 중환자실을 지켜온 것 같아요. 올해도 역시 그런 바람이 가장 크네요. 또 제 분야에 대한 공부를 더 해서 중환자실 전문간호사가 될 겁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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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소를 닮았다고 말하는 강수미 간호사는 그녀 만의 매력이 넘치지만 아직 남자를 몰라 사랑에 약하고 겁도 많아 보인다. |
반면 환자에 대한 서운한 말도 잊지 않았다. “솔직히 환자나 보호자들 중에는 간혹 말도 안 되는 일로 문제 삼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물론 갑작스럽게 병을 얻거나 사고를 당한 환자나 보호자의 마음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죠. 그러나 차마 입에 담기조차 민망한 언행이나 인간적인 모욕감을 주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어요”라고 강조한다.
강 간호사가 근무하는 중환자실은 30분씩 하루에 2회 밖에 보호자 면회가 허용되지 않는다. 치료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억지성 면회요구를 하는 보호자들은 환자에게 오히려 방해만 될 뿐이라는 충고도 잊지 않았다.
특히 일부 환자나 보호자는 간호사를 마치 의사의 시중이나 드는 사람으로 생각해 무시하는 언행을 서슴지 않는데 어디까지나 환자를 보살피는 방법과 영역이 다를 뿐이지 역할에 높낮이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한편 강 간호사가 꿈꾸는 올해 일어났으면 하는 좋은 일은 무엇일까.
“이해심 많고 자상하고 멋진 남자친구가 생겼으면 좋겠어요. 또 아직까지 크게 관심이 없어 몰랐지만 앞으로 재테크에 대해서도 공부하고 싶어요. 현재 국내외적으로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사회 곳곳에서 어두운 현실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들리니 덩달아 불안해 지네요. 빨리 돈 불려서 시집가야죠.”
그렇다. 강 간호사는 중환자실을 지키며 반복되는 불규칙한 생활 때문에 일반 직장인들과 생활패턴이 많이 다르다.
그래서 지금까지 남자친구를 사귈 기회조차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올해는 태어나서 세 번째 맞는 소띠 해다. 그래서 올해만큼은 자신의 불규칙한 생활을 이해해주고, 환자들을 돌보며 쌓인 피로를 상쾌하게 날려 줄 자상하고 따뜻한 남자친구가 곁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스스로 소를 닮든 것 같다고 말하는 강 간호사와 인터뷰를 마치고 보니 정말 소를 닮았던 것 같다.
중환자실에서 15년간 근무할 정도로 인내력이 강하고, 신의가 두텁고 정직하고 근실해 보인다.
또 무엇인가 끈질기게 노력하며 자신이 정한 목표로 달려가는 모습도 매력 만점이다. 거기다 그녀의 주변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인간미가 넘치지만, 아직 남자를 몰라 사랑에 약하고 겁이 많아 보이기도 한다.
소띠 해를 맞은 그녀에게 올해는 뭔가 특별한 일이 생기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이정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