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월23일 제127회 아산시의회 2차 정례회 폐회를 앞두고 ‘불법도청논란’으로 불구속 기소된 아산시의회 직원을 선처해 달라는 탄원서를 여운영 의원이 낭독하고 있다.
|
2008년 끝자락에 아산지역 정가를 뜨겁게 달궜던 ‘불법도청논란’이 검찰의 기소로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에 맡겨진 가운데 어떻게 막을 내릴 것인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2월23일(화) 제127회 아산시의회 2차 정례회 마지막 날 본회의장에서는 ‘의회사무국직원 구명을 위한 탄원 결의문’을 채택해 다시 한 번 선처를 호소했다.
탄원서에는 투병 중인 김학복 의원을 제외한 김준배 의장 등 13명 전원이 참여했다. 또 아산시의회사무국 맹억호 국장을 비롯한 20명의 직원들도 동료에 대한 선처를 바랬다.
이들은 탄원서를 통해 “실정법 위반인지도 모르고 오로지 맡은바 업무를 충실히 이행한 공무원이 공직배제라는 가혹한 처벌을 받을 위기에 처해 있다”며 “아산시의회 의원 전체와 사무국직원들은 해당 공무원을 선처해 달라는 탄원 결의문을 채택해 서명 날인하고 제출하니 국가와 지역발전 그리고 주민복지증진을 위해 더욱 더 열심히 일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시길 간곡히 탄원한다”고 밝혔다.
탄원결의문을 대표로 낭독한 여운영 의원은 “당시 모임에 참석했던 누구도 그에 대한 처벌을 원치 않는다. 오히려 그들도 선처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현행법상 그의 행위 자체가 불법이라는 것이다. 모두가 안타까운 심정으로 그에 대한 선처를 애타게 바라고 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의회사무국직원 구명을 위한 탄원 결의문 전문
아산시의회사무국에 근무하는 김××과 오××은 근면 성실하고 사명감과 책임감이 투철하며 지역발전 및 주민의 복지증진에 솔선수범할 뿐 아니라 타의 모범이 되는 열심히 근무하는 공무원으로써
2008. 10. 31. 19 : 30경 아산시 방축동 22-3번지 본가 은행나무집 식당에서 아산시의회 의장 김준배가 주관하여 국회의원, 도의원, 시의원 8명이 참석한 가운데 아산지역 현안사업 협의와 국·도비 예산확보 건의 및 주민복지증진을 위한 방안 등을 논의하였고, 그 회의 내용을 정확히 정리하고 기록하기 위하여 의회사무국 의정팀 직원 2명이 mp3를 이용하여 회의 내용을 녹음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당시 강태봉 충청남도의회의장은 간담회의장 안에서 이 건 피고 김기철에게 간담회에 참석할 것을 요구했으나 지역의 어른들께서 참석하는 자리인지라 자리가 어려워 김기철 등은 그 자리에 참석하는 대신 mp3를 갖다 놓게 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mp3를 갖다 놓은 것을 알게 된 충남도의회의장 강태봉의 비서인 방일환이 mp3를 수거하였지만 정치사찰이 아니고 회의내용을 정리하여 공문화 시키려는 관행적인 업무의 일환으로 녹음 한 것이라고 해명하여 회의에 참석했던 의원들께서 오해 없이 이해를 하였으나
모 지방일간지에 지방자치단체 일선공무원이 국회의원이 포함된 정치인들 모임장소에 녹음기를 설치해 정치인에 대한 조직적인 동향파악과 첩보수집 활동을 하였다라고 보도되어 아산경찰서의 수사를 받고 통신비밀보호법으로 형사 입건되어 현재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재판 계류 중에 있습니다.
이 건에 대한 통신비밀보호법은 벌금형이 없고 자격정지와 징역형만 있어 이를 방관할 경우 실정법 위반인지도 모르고 오로지 맡은바 업무를 충실히 이행한 공무원 2명(김기철, 오배환)이 공직배제라는 가혹한 처벌을 받을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이에 우리 아산시의회 의원 전체와 사무국직원들은 이 두 공무원을 선처해 달라는 탄원 결의문를 채택하여 서명 날인하고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재판장에게 제출하오니 국가와 지역발전 그리고 주민복지증진을 위해 더욱 더 열심히 일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시길 간곡히 탄원합니다.
2008. 12. .
아산시의회 의장
|
간추린 ‘불법도청논란’
|
10월31일 식당에 놓여졌던 MP3. |
10월31일 오후 7시30분, 아산시의회 김준배 의장 주관으로 이명수 국회의원, 강태봉 도의회 의장, 도의원, 시의원 등이 아산시 방축동의 한 식당에서 모임을 가졌다.
이날 아산시의회 사무국 직원이 녹음기(MP3)를 설치한 것이 11월5일(수) 한 지방일간지에 보도되며 배후의혹이 제기되는 등 지역정가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보도내용에서는 공무원이 동원된 조직적인 동향파악과 첩보수집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그러자 모든 의혹은 현 강희복 시장에게로 쏠렸다. 아산시는 같은 날 사법기관에 진위를 정확히 밝혀 달라며 수사를 의뢰했다.
불법도청논란이 불거졌을 당시 의회사무국 직원 O모씨는 “이날 행사는 공식적인 모임이었기 때문에 회의록 작성을 위한 녹음기 설치가 불법이라는 생각은 못했다”고 진술했다.
당시 모임을 주관했던 김준배 의장은 "직원이 업무의 연장선으로 인식하고 기록물을 남기기 위해 했던 일이 화근이 되고 말았다”며 “자신의 직분을 충실히 수행한 것으로 인해 해당 직원이 피해를 보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건에 대해 아산시민모임은 “공익정보라도 불법취득은 안된다”며 ‘불법도청논란’ 관련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아산시공직자협의회는 “사실이 밝혀지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아산시 1500여 명의 공직자를 정치도구인양 보도한 것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범죄행위로 규정하며, 강력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11월12일, 당시 모임을 주선했던 김준배 의장을 비롯한 이명수 국회의원과 당시 모임에 참석했던 지역정치인들은 “해당 공무원의 업무특성을 이해하며, 처벌하지 말아 달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친필로 작성해 경찰에 제출했다.
11월25일 경찰은 “정치사찰, 배후설, 정치적 의도 등 현재까지 특별한 증거는 없었다. 다만 녹음행위는 위법성이 있다고 판단해 통신비밀보호법위반으로 입건 후 검찰에 불구속 송치한다”는 내용의 언론사 브리핑을 가졌다.
지금까지 정황은 이번 사건의 핵심인 ‘녹음을 지시한 배후나 공무원을 동원한 정치사찰’에 대한 증거는 못찾은 것으로 보인다. 또 당시 자리에 모였던 정치인들조차 해당 공무원에 대한 ‘처벌’이 아닌 ‘선처’를 호소하고 있다.
처음부터 이번 사건에 대해서는 당시 모임 당사자들로부터 정치적인 확대해석을 하지 말아달라는 주문이 있었지만 사건은 ‘정치사찰’ ‘무차별동향파악’ 등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확산돼 왔다.
11월25일 아산경찰서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12월12일 아산시의회 사무국직원 김모씨와 오모씨를 통신비밀보호법위반혐의로 불구속 기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비밀보호법위반은 친고죄가 성립되지 않기 때문에 행위만으로도 처벌이 가능하며, 7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이 무거워 법원에서 선고를 유예하지 않을 경우 공직을 잃을 수도 있다.
<이정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