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시청 앞 광장에 볏 가마를 야적한 채 무기한 천막농성에 들어간 아산농민회 진영에 새로운 현수막이 나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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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님이 농업을 포기하겠다면, 우리는 시장님을 포기하겠습니다”
“아산시장은 올해 농업발전기금 50억 조성, 농민과의 약속을 이행하라”
시청 앞 광장에 볏 가마를 야적 한 채 무기한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는 농민진영에 11월20일(목) 새로 걸린 현수막이다.
농업발전기금에 대한 농민들의 입장을 정리한 피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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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농민회총연맹 아산농민회(회장 장석현)는 이날 “아산시 농업의 장기적 발전과 안정성 확보를 위해 공약한 농업발전기금 200억원 조성을 약속했었다. 그러나 아산시는 예산상의 이유로 농민들과의 약속을 저버렸다. 이에
아산농민은 분노를 금하지 못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농민회는 성명을 통해 “아산시는 지난 7월 아산농민회와의 면담을 통해 그동안 지지부진한 농업발전기금 조성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올해 추경에 10억원, 내년 예산에 50억원을 책정해서 최대한 200억원에 맞추도록 노력하겠다던 약속은 추경에 2억원, 내년 예산에 5억원 배정이라는 생색내기로 변해버렸다”며 “아산농민회는 아산지역의 농업발전을 위해 당초 농민과 약속했던 대로, 올해 50억원 예산편성 약속과 시장의 성의 있는 사과를 받아낼 때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산농민회 장석현 회장은 “아산시는 이제껏 개발정책을 표방하며 우량전답과 임야를 산업단지 조성을 위해 파헤쳐 왔다. 또 친 기업정책과 개발일변도로 농업과 농촌에 대한 정책은 항상 뒷전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며 “개발과 친 기업정책에 밀려 그동안 아산시를 지탱해 온 생명산업이 소외된다면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산농민회 박정우 정책실장은 “도시지역에는 수백, 수 천억원씩 투자해 종합운동장을 비롯한 각종 체육시설, 공원조성, 문화예술공간, 도로개설 등에 예산을 쏟아 붓고 있다. 이와 반대로 농촌지역은 말 그대로 생존권이 달린 문제에도 항상 인색해 왔다”며 “아산시 정책이 농업과 농촌붕괴를 부채질 하고 있다”며 개탄했다.
아산시민모임 김지훈 사무국장은 “예산이 부족하면 복지예산이나 농업예산부터 줄이고 보자는 식의 사고방식, 사전에 관련단체와 충분히 상의해 합의점을 찾기보다는 쉬쉬하다가 막판에 뒤통수 치는 것 등이 중앙행정이나 지방행정이나 정치권이나 다를 바 없다”며 “무엇이 잘못인지조차 모르고, 행정 철학조차 없는 무지한 공직자들이 농민들의 직불금을 챙겨먹는 것까지 당연한 일로 만들어 버렸다”고 비난했다.
이날 성명서를 발표한 아산농민회 회원들은 아산시장 면담을 요청했으나, 아산시장의 일정을 변경할 수 없다는 이유로 성사되지 않았다.
아산시청 앞 광장에 볏 가마를 야적한 채 무기한 천막농성에 들어간 아산농민회 진영에 새로운 현수막이 나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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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시청 앞 광장에 볏 가마를 야적한 채 무기한 천막농성에 들어간 아산농민회 진영에 새로운 현수막이 나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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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농민회 회원들이 시장면담을 요청하며, 시장실에 항의방문했으나 면담은 성사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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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구 기자>
아산농민회 성명서 전문
"농업 천시 농민 무시 아산시장을 강력 규탄한다!"
"농업발전기금 관련 약속 조속히 이행하라"
유례없는 대풍에도 불구하고 농산물값 폭락으로 농민들의 주름이 깊어져가는 마당에 농민들의 마지막 버팀목이 되어야할 지자체의 수장인 강희복시장 마저 우리 농민들을 우롱하고 있다. 아산시 농업의 장기적 발전과 안정성 확보를 위해 스스로 공약으로 내걸었던 농업발전기금 200억 조성을 예산상의 이유를 들어 흐지부지 해버림으로써 농민들과의 약속을 저버리고 있음에 아산농민은 분노를 금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7월 아산농민회와의 면담을 통해 그동안 지지부진한 농업발전기금 조성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올해 추경에 10억, 내년 예산에 50억을 책정해서 최대한 200억에 맞추도록 노력하겠다던 시장의 굳은 약속은 추경에 2억, 내년 예산에 5억 배정이라는 생색내기로 변해버렸다.
농업발전기금은 무차별적으로 진행되는 농산물 수입에 대해 농민을 보호할 수 있는 마지막 보루로서 이미 충남 대다수의 시군에서 기금을 조성하고 있거나 이미 완료해 운영을 하고 있다. 특히 이번 과일값 폭락사태에 기금을 사용하여 농민들의 시름을 일부분 덜어주는 연기군의 사례는 농업발전기금이 얼마나 중요하고 절실한가를 보여준다. 그러하기에 시장은 자신의 선거공약으로 이를 내세웠던 것이 아닌가.
기획예산실 공무원은 세수 감소와 도민체육대회 행사비용을 지출로 예산이 없다는 이유를 둘러 대었다. 하지만 법인세 인하로 인한 세수감소는 이미 예측된 상황이었고, 법인세 인하 이전에도 농발기금 조성에 적극적이지 않다가 이제와서 이를 이유로 당초 목표의 십분의 일로 줄인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이유이다. 또한 도민체육대회라는 일회성 행사로 인해 백년대계이어야할 농업발전 정책이 후퇴된다는 것 역시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어쩌면 이렇게 행정철학이 중앙이나 지방이나 똑같은지 의아스럽다. 예산이 부족하면 복지예산이나 농업예산부터 줄이고 보자는 식의 사고방식이 그렇고, 사전에 관련단체와 충분히 상의하여 합의점을 찾기보다는 쉬쉬하다가 막판에 뒤통수 치는 것이 그렇다.
그런 철학이 있기에 공직자들이 농민들의 직불금을 챙겨가는 것이 당연스런 일이 되어 버렸다.
식량위기와 먹거리 안정성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하고 있는 이때에 이렇게 시장이 농업을 포기한다면 우리 농민들은 시장을 포기할 수 밖에 없다.
이번 농업발전기금 조성사태와 관련하여 아산농민회는 아산지역의 농업발전을 위해 더 이상 관망하고 기다릴 수 없다고 판단하여 시장과의 면담을 다시 진행하고 여기서 합의점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성난 농심을 몸으로 보여줄 것이다. 농민과의 약속인 올해 50억 예산편성과 시장의 성의있는 사과를 받아낼 때까지 투쟁할 것이다. 그리고 내년에도 농사를 지을 것이다.
2008년 11월 20일
전국농민회총연맹 아산농민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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