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시사 편집국에서 ... 이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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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주 아산 지역정가를 발칵 뒤집었던 일명 불법도청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은 처음부터 의문 투성이였다.
10월31일 있었던 정치인들의 모임에서 불거진 이 사건이 왜 5일이나 지난 시점에 문제가 됐는가. 실제 배후가 있는 것인가. 그 사이 문제를 삼고자 하는 측의 충분한 정치적 계산(?)이 있었던 것은 아닌가. 또 정말 문제 삼아야 할 사안이었는가 하는 점 등이다.
일파만파 ‘정치사찰’ ‘무차별 동향파악’ ‘조직적 감시’ ‘공안정국’ 등 암울했던 시대상을 떠올리게 만드는 언어들이 언론에 도배됐다. 일부 정치인들은 지역정가를 둘러싼 함수관계와 이번 사건으로 인한 이해득실관계를 계산하느라 분주한 한 주였다.
도청 지시와 배후설이 제기되자 현 자치단체장이 배후의 중심으로 부각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아산시는 사법기관에 공식적으로 수사를 의뢰하고, 공식입장표명을 통해 악의적인 보도에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기자회견까지 열었다.
다음 날에는 아산시공직자협의회에서 사실이 확인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1500여 공직자를 정치적 도구인양 보도했다며 특정 언론에 대해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역정가가 들썩이던 그 시점에 당시 모임을 주관했던 아산시의회 김준배 의장은 국외 출장 중이었다. 그러나 남은 일정을 모두 중단하고, 조기 귀국해 이번 사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김 의장은 “공적 모임이었고, 당시 녹음기를 전달한 공무원은 속기사를 대신한 공무의 연속이었다. 만일 누군가의 지시에 의한 도청이 의심됐다면 모임을 주관한 입장에서 먼저 문제 삼았을 것”이라며 배후설을 일축했다.
불법도청 자체는 사회적으로 용서할 수 없는 끔찍한 범죄다. 친고죄가 성립되지 않는 이번 사건은 10년이하 징역이라는 무시무시한 법이 해당 공무원에게 적용된다. 경찰수사결과에 따라 현직 공무원의 신분이 박탈될 수 도 있다. 당연히 잘못된 부분은 집고 넘어가야 한다. 그러나 만일 여기서 억울한 희생이 나온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당시 모임에 참석했던 정치인들 중 불법도청이라며 문제 삼는 사람은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도청문제로 지역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날 사건은 도대체 무엇인가.
이 소모적 논쟁을 종식시키기 위해서라도 공정하고 명쾌한 수사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