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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밥 한 그릇, 국수 한 그릇, 몇 점 되지도 않는 묵 한접시 값이 1만7000원이다. 그렇지만 쿠폰으로는 2만원을 지불해야 했다. 반찬은 김치 한 조각, 그것도 모두 셀프다.
"비싸면 먹지말라"는 식의 배짱영업, 과연 전국행사로 발돋움하는 짚풀문화제가 '지속가능할 것인가' 하는 의문을 갖게 했다.
더욱 심각한 것는 무엇이 문제인가 조차도 행사 관계자들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요즘은 그 어느 관광지를 가더라도 지역이미지 관리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
아산은 어땠는가, 국밥 한 그릇에도 감동이 담겼어야 경쟁력이 생길텐데... <기자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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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0원짜리 1만원에 사던지, 아니면 다른 것으로 액수에 맞춰 사든지 손님 마음대로 하세요.”
언뜻 이해하기 힘든 말이다. 그렇지만 지난 24일~26일까지 2박3일간 외암 민속마을 장터에서 있었던 그들만의 계산법이다.
이곳 장터 음식을 사먹기 위해서는 쿠폰(식권)을 구입해야 한다. 국밥 5000원, 수육 1만원, 국수 5000원, 해물파전 7000원, 도토리묵 7000원, 소주 3000원 등의 차림표가 있었다.
한 접시에 7000원씩 판매하는 해물파전이나 도토리묵을 사먹기 위해서는 5000원짜리 2장의 쿠폰을 내야 한다. 그렇다면 거스름돈이 3000원이 남게 된다. 그 돈을 거슬러 받을 수 있냐고 물었다. 그러나 ‘안된다’고 잘라 말한다.
“왜 안 되냐”고 묻자, “쿠폰 액수에 맞는 음식을 사먹든지, 쿠폰 2장을 내든지(7000원짜리 1만원에 사든지), 소주 1병(3000원, 자투리 거스름돈 액수에 맞는) 사든지 하라”는 것이 이 곳 장터 관계자의 말이었다. 3000원에 파는 소주 한 병을 사려 해도 5000원짜리 쿠폰 한 장을 내야 했다.
얼떨결에 5000원권 쿠폰 2장을 건네고, 도토리묵 한 접시를 받아들고 나왔다. 이 기막힌 계산법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짚풀문화제가 열리던 3일 내내 이 곳 장터는 인산인해를 이루며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그들 나름대로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야 있을 테지만, 그 이유의 정당성을 이용자 편의를 위해 개선하는 것이 외암마을 이미지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을까.
일반 음식점과 비교해 음식의 값은 다르지 않았다. 그렇다면 음식의 질이나 서비스는 어땠을까 냉정한 자체평가를 기대한다. 내년에도 짚풀문화제는 계속 이어져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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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아이러니다. 기자의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손님들은 계속 몰려 들고 있다. 이 중에는 기자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을텐데...
"앗! 기자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
힘겹게 자리 차지하고 앉는 순간, 기자와 똑같은 생각으로 이 장터의 문제점을 들먹이며 지적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리고 있었다.
그렇지만 관광객들은 참으로 관대해 보였다. 혹시라도 누가 들을까봐 작은 목소리로 불만을 소곤거리는 수준이었다.
"앞으로 절대로 이 돈주고 이런 음식 안먹는다"
이 목소리를 행사 관계자에게 전하고 싶다.<기자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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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