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너 닫기
뉴스등록
맨위로

“마라톤은 또 다른 내 인생”

화요데이트 이종섭(54), 올해 65번째 마라톤 도전…평소에는 둔포면 구석구석 만능 해결사

등록일 2008년09월19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이종섭씨는 지난 22년간 전국에서 열린 각종 마라톤 대회에 출전해 획득한 메달을 목에 걸고 환한 표정으로 포즈를 취했다.
“오는 10월5일 공주시에서 열리는 ‘백제문화제 마라톤 대회’가 개인적으로 65번째 도전하는 경기입니다. 앞으로 100회까지는 거뜬히 완주해낼 것 같습니다.”

아산시 둔포면 둔포5리에 사는 이종섭씨(54·둔포면사무소 기능8급). 둔포면에서는 이 사람 모르면 간첩이라고 불릴 정도다.

밤낮없이 둔포면 구석구석 살피며, 최일선 행정의 온갖 힘든 일을 도맡아 처리하는 이씨에게 주민들은 ‘야간면장’이라는 애칭을 붙여줬다. 일과 생활이 따로 구분돼 있지 않은 그에게 따라다니는 ‘야간면장’은 누가 보더라도 딱 맞는 호칭이다.

이씨는 새벽 6시30분이면 어김없이 출근한다. 그리고 오후 6시 모든 직원들이 퇴근한 이후 그만의 업무가 시작된다. 물론 낮에도 그의 업무는 정상적으로 진행된다.

새벽바람 맞으며 면사무소에 들어선 이씨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꼼꼼하게 확인한 후 관내를 한 바퀴 돌며 업무를 시작한다. 지역을 돌며 가로등이나 공공시설물 등이 훼손되지 않았는지 확인한 후 바로 교체와 보수작업을 하기 때문에 주민들의 민원이 제기될 틈이 없다.

이어 면청사와 주변을 깨끗하게 청소한 후 눈에 거슬리는 도로변 불법 광고물이나 잡초제거까지 말끔하게 끝내야 비로소 본인의 아침식사시간을 갖는다. 그의 일과는 다른 직원보다 2~3시간 먼저 시작해서 3~4시간 늦게 끝난다.

이러한 근면하고 성실한 생활습관이 그를 마라토너라는 또 다른 인생을 살게 만든 계기가 됐다. 이씨가 마라톤을 시작하게 된 동기도 재미있다. 매년 둔포면에서 실시하는 8.15 행사에서 마라톤 대회를 열었는데 출전한 사람들이 열심히 달리는 모습을 보고 ‘나도 한 번 해보자’는 충동에서 시작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부인 최영순씨(48)와 함께 시작했다. 그러면서 두 부부는 둔포면의 명물로 자리잡았다. 평소 근면 성실한 생활 덕분에 지역주민들의 신뢰를 한 몸에 받아왔는데, 거기다 지역 마라톤대회에서 몇 차례 우승까지 차지하며 일거 스타로 등극했다.

1986년 첫 대회에 출전했던 이씨는 매년 출전횟수를 늘려 올해 65번째 출전을 눈앞에 두고 있다. 전국에서 열리는 각종 마라톤 대회를 시기별로 확인해 두었다가 1~2개월 간격으로 출전해 하프경기에서 4차례나 우승을 차지했다.

“처음에는 아내와 함께 시작했는데, 5~6년 지나서 아내가 갑자기 부상을 당했다. 그래서 아쉽긴 하지만 지금은 혼자서 운동을 이어가고 있다. 요즘은 일 년에 보통 7~8개 대회에 출전하고 있어 정년퇴임 이전에 100회 출전이 가능할 것 같다.”

평소 이씨의 하루는 마라톤처럼 잠시도 쉴 틈이 없다. 자신의 주 업무인 가로등, 공공시설물 유지보수 관리는 기본이고, 문서수발과 각종 현장출장 뿐만 아니라 다른 직원들의 업무까지 거든다.

특히 비나 눈이 많이 올 때는 재해가 예상되는 곳을 사전 답사해 예방하는데 앞장서는 등 모든 일에 헌신적으로 임해 귀감이 되고 있다. 심지어 잠자리에 들다가도 일기예보에 기상악천후가 들리면 현장을 둘러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라 ‘야간면장’이라는 별명이 너무나도 잘 어울린다.

이씨는 이런 공로로 도지사표창을 비롯해 시장, 군수, 사회단체에서 10여 차례나 표창과 감사패를 수상하기도 했다.

이씨는 어릴 적 가난한 가정환경 때문에 초등학교를 마친 것이 학교에서 배운 전부다. 때문에 자식에 대한 교육열도 누구보다 강하다. 현재 이씨의 딸 유라(27)씨는 독일에서 피아노를 전공하고 있으며, 곧 박사학위를 받아 돌아올 예정이다.

“인생은 마라톤과 같다. 매사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면 당장은 힘들지만 언젠가는 기회도 생기고 크게 웃는 날도 있을 것이다”

이종섭씨는 부인 최영순씨와 누구보다 근면하고 성실하게 일해 조금씩 경제적 안정도 찾고, 자신의 땅도 갖게 됐으며, 자식도 훌륭하게 교육시켰다. 이씨의 인생행로와 마라톤은 너무나도 잘 어울렸다.

이종섭씨가 지난 22년간 64회 마라톤에 출전해 획득해온 기념메달. 이씨는 앞으로 100회 출전도 문제 없을 것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이정구 기자>

이정구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관련뉴스 - 관련뉴스가 없습니다.
유료기사 결제하기 무통장 입금자명 입금예정일자
입금할 금액은 입니다.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

가장 많이 본 뉴스

종합 뉴스 라이프 우리동네 향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