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고’시사회가 끝난 후 인터뷰가 있을 카페. 주요 출연자들이 회의하듯 테이블을 두고 빙 둘러앉았다. 영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고 고생하며 찍은 탓인지 배우들 사이에는 친근감이 배어 있었다. 다른 배우들과 함께 앉아 있는 신민아는 깨끗한 외모에 연신 웃는 밝은 표정이었지만 차분하고 조용한 분위기였다.
그녀를 알아보고 마주앉은 허준호가 먼저 말을 건넸다. 허준호의 아기를 보러 집에 꼭 놀라오라는 당부였다. 허준호의 아내 이하얀은 사우나 마니아. 그래서 똑같이 사우나를 자주 즐기는 신민아의 어머니와도 각각 남편과 딸이 같은 영화에 출연한다는 공통점 때문에 사우나 친구(?)로 서로 친분이 두터운 사이란다.
11개월이란 기록적인 촬영기간 때문에 이렇게 영화와 관련된 모든 사람들은 가족이 됐다. 선배의 당부에 꼭 놀러간다는 약속을 한 신민아는 영화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생기가 돌았다. 영화가 어땠냐고 묻자 “제가 찍은 영화라 저는 객관적이지 못해요”라며 은근한 자부심까지 내비쳤다.
신민아. 그녀는 아직 어리다. 무협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 ‘화산고’ 출연자 중에 유독 혼자만 실제로 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중. 싸이더스의 차승재 대표가 “우리 기획사 소속 연기자가 많지만 난 민아 팬이다”고 자랑할 만큼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신인이다. 잡지모델로 시작해 CF, 뮤직 비디오로 이름을 날린 신민아는 드라마에 이어 이번엔 영화에 도전했다. 무섭게 성장하고 있으면서도 아직 18살이란 어린 나이도 그녀의 큰 강점.
그녀는 영화 ‘화산고’에서는 화산고의 꽃 ‘유채이’를 연기했다. 유채이는 용맹과 지혜로 대변되는 화산고등학교 검도부 주장. 게다가 전교 제일의 미모와 지성을 겸비한 여장부다. 그녀는 선배 연기자들 틈에서 가장 어른스럽고 이성을 잃지 않는 역할을 소화해 내야 했다. 특히 모든 대사를 단호하게 딱딱 끊어서 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서 고생을 많이 했다고.
“유채이는 냉정을 잃지 않는 인물이에요. 사실 출연자들 중에 저만 진짜 고등학생이었는데 ‘채이’는 전혀 고등학생 같지 않죠. 다른 사람들은 오로지 학원무림을 제패하기 위해 ‘사비망록’을 찾아 싸우는데 그 와중에도 혼자 이성을 잃지 않아요. 내성적인 면은 저하고 좀 비슷한데요, 저는 채이처럼 지혜롭진 못해요.(웃음)”
첫 스크린 데뷔작인데 쉽지 않은 길이었다. 처음 신민아는 시나리오를 읽어보고 쉽게 잘 찍을 줄 알았단다. 그렇지만 현장에서는 유난히 와이어 액션이 많이 들어간 고난이도의 촬영이라 어려운 과정의 연속이었다. 특히 와이어 액션은 다른 베테랑 여자 연기자들은 피할 만큼 어려운 액션신. 그렇지만 의외로 그녀에게서는 ‘재미있었다’는 대답이 나왔다.
“제가 원래 겁이 좀 없거든요. 액션연기 때문에 저는 넘어지고 까지고 해서 다친 데도 좀 있었는데 다른 배우들은 병원에 실려가고 그랬으니까 전 아무것도 아니죠. 오히려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것 같아요. 첫 영화라는 부담감과 ‘채이’ 역을 소화해 내는 게 가장 힘들었죠 뭐.”
이번 영화에서 신민아가 뽑은 베스트 신은 혼자 검도실에서 연습하는 장면. 친구를 퇴학시키고 힘들어 했던 상황이었는데 잘 표현됐던 것 같아서 가장 인상에 남았다고. 또 대나무 숲에서 김경수(장혁 분)와 장량(김수로 분)이 싸우는 연기도 멋있는 장면으로 꼽았다.
그녀는 이번 영화를 촬영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이번 작품은 굉장히 오랜 기간 찍었는데요, 영화가 처음이라 저한테는 연기라든지 현장 분위기 익히는 데 큰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긴 시간 동안 함께 영화를 찍어서 그런지 스태프진이나 배우들이 가족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촬영장에 오래간만에 와도 배우가 온 게 아니라 모처럼 다시 만난 딸같이 대해주셨거든요.”
영화나 스태프들에 대한 자랑은 끊이지 않는다.
“이번 영화를 찍고나서는 카메라에 대한 낯설음이 많이 줄었어요. 촬영장에서 기다리는 시간이 많았기 때문에 현장에서 직접 나무로 윷을 만들어서 윷놀이도 하면서 놀던 게 기억에 남아요. 영화가 힘든 작업이지만 촬영장은 스태프, 배우 할 것 없이 끈끈한 정으로 뭉쳐 있다는 게 가장 좋은 점 같아요.”
신민아는 영화 속 유채이처럼 또래에 비해 굉장히 차분한 모습에 연예인답지 않게 내성적이고 수줍음도 많다. 반면 아주 대범한 면도 갖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새로운 일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는 것. 또 욕심도 많고 하고 싶은 일도 많다. 그 때문인지 신인이지만 잡지모델부터 CF, 드라마, 뮤직 비디오, 영화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서 경험을 쌓아가고 있다.
“각각 느낌이 다 틀려요. 제가 사진 찍는 걸 좋아하는데 잡지모델의 경우엔 절 예쁘게 찍어주시니까 좋고요, 영화는 제가 연기한 장면들이 극장의 대형 스크린에 보여지는 게 너무 매력적인 것 같아요. 어떤 것 하나를 꼽아서 좋다고 말할 순 없어요.”
신민아는 이번 영화를 찍은 것에 대한 후회는 없다고 한다. 열심히 연기했고 앞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것이 더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 100% 완벽하고 싶지만 부족한 것도 있어야 더 노력하고 배우게 되기 때문에 좋은 것 같다고. 다음에는 제 나이에 맞는 여고생 역할을 해보고 싶단다.
“하고 싶은 역할요? 왈가닥 여학생이요. 더 나이 들면(?) 그런 역을 하고싶어도 못할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