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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반도체 작업환경 백혈병 불렀나"

노동단체 “반도체 의문의 작업환경 진상규명해야” 삼성 “개인적 질병일 뿐, 작업환경 영향 아니다”

등록일 2008년09월07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지난 9월3일 천안의 한 교회에서는 ‘첨단산업의 빛과 그림자’라는 주제로 워크샵이 열렸다. 이날 워크샵에서는 반도체산업현장에서 근무하다 백혈병으로 사망하거나 투병중인 환자들의 사례가 집중 조명됐다.

“삼성반도체에서 4년을 근무한 언니는 급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습니다. 모든 가족들이 절망에 빠졌답니다. 언니는 지금 돌잔치를 앞둔 아들과 떨어져 병과 싸우고 있습니다. 진실이 밝혀지도록 삼성에서 근무하는 분들이 작업환경에 대해 증언하길 바랍니다. 당신 또한 이 병에 걸려 있을지 모릅니다.”

2008년4월16일. 한 인터넷 카페에 ‘언니가 백혈병에 걸렸어요’라는 제목으로 게시된 글이다. 이밖에도 삼성반도체에 근무하던 근로자가 백혈병으로 사망했거나 투병중이라는 내용과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글들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현재 알려진 바에 따르면 충남 삼성반도체 온양공장에서는 2명의 근로자가 급성골수성백혈병으로 투병중이고, 1명의 근로자가 직장암으로 사망했다. 충남 온양공장과 경기도 기흥공장에서 근무하던 근로자 중 백혈병이나 암 등으로 사망하거나 투병중인 환자는 현재 밝혀진 것만 20명으로 파악됐다.

이밖에도 반도체에 근무하고 있거나 근무했던 근로자들이 유산이나 불임, 생리불순, 빈혈, 탈모, 혈액이상 등을 호소하는 환자들의 증언이 계속 늘고 있다고 한다.

삼성 반도체에서 근무하던 근로자들이 왜 ‘백혈병’이나 ‘암’으로 죽어나오는 것일까. 근무환경과의 상관관계는 아직 밝혀진바 없다. 그러나 진상을 명확히 규명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점차 확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반도체의 한 관계자는 “삼성의 근무환경은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최고수준이다. 그리고 가장 안전한 근무조건을 갖췄다. 유해환경이나 유해성이 의심되는 그 어떤 물질도 있을 수 없다. 자체 제안제도를 통해 수시로 근무환경도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삼성반도체 온양과 기흥 사업장에만 3만5000명의 근로자가 종사하고 있다. 이 많은 인원들 중 얼마든지 개인적으로 질병이 발생될 수 있다. 사업장의 작업환경과 연관 짓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3일(수) 오후4시 천안시 하늘교회에서는 ‘삼성반도체 노동자 직업병 발생에 따른 충남지역 대책위를 위한 워크샵’이 열렸다.

‘첨단산업의 발전과 노동자 건강’을 주제로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공유정옥 소장, 단국대 의대 산업의학교실 노상철 교수, 반올림(반도체 노동자 건강과 인권 지킴이) 이종란 차장 등의 발제가 있었다.

발제에 이어 온양공장에서 6년간 근무했던 김옥이씨(37)의 백혈병 진단과 근무환경, 삼성반도체 기흥공장 근무 중 백혈병으로 사망한 황민웅씨의 미망인 정애정씨(32)의 증언도 있었다.

이들은 증언 도중 간간이 눈물을 보이며 열악했던 당시 근무환경을 폭로하고, 삼성측에 대한 원망을 함께 내비쳤다.

아산시와 천안시는 삼성도시로 불릴 만큼 삼성의 입지가 크고, 협력업체 등 반도체 산업의 메카로 부상하고 있다. 아산과 천안지역 반도체·LCD 사업장 근로자 수는 1만7000여 명에 이르며, 앞으로도 계속 증원될 예정이다.

지역민의 삶과 전혀 무관할 수 없는 삼성. 삼성에서는 도대체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겉모습은 ‘클린’ 작업장은 ‘악취’”

반도체산업현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에 걸려 치료중인 김옥이씨가 간간이 눈물을 보이며, 자신의 근무당시 상황을 증언하고 있다.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완전무장을 하고 작업장에 들어갔다. 영화에서나 보던 우주복처럼 생긴 방진복을 입고 작업을 했다. 그러나 그러한 복장은 작업자를 위한 장비가 아니라 제품보호를 위한 장비였다.”

백혈병 치료중인 김옥이(37)씨는 자신이 근무했던 환경을 이야기하며 눈물을 훔쳤다.

“내가 밤낮으로 다루는 용액이 무엇인지, 무슨 성분인지 조차도 몰랐다. 화학약품에 찌든 장갑은 너덜너덜 해질 때까지 빨아서 썼다. 매일 그 독한 약품냄새를 맡으며 근무해 왔다.그러는 사이 내 몸이 병들어 간 것 같았다. 여직원들 사이에서는 유산, 불임, 생리불순 현상이 나타났지만 그런 것은 병도 아니었다. 생산성 향상을 위해 작업장에 의자까지 모두 치워 하루 종일 선채로 일해야 했다. 지금 생각하면 끔찍하기만 하다. 그리고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던 그 일터에서 병을 얻은 것이 너무나도 억울하다.”

1991년 19살의 나이로 삼성 온양공장에 입사했던 김옥이씨는 6년간 컷팅, 몰딩, 마킹, 벡렙, 오세이 등의 일을 해왔다고 한다. 1996년 퇴사 한 이후 전업주부로 생활해 왔다. 그러다 2005년 급성 전골수성 백혈병이 발병해 현재 치료 중이다.

사내 커플로 주변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던 황민웅씨가 32살의 나이로 사망했다. 그의 아내 정애정씨는 두 자녀를 홀로 키우고 있다. 정씨가 자신과 남편이 함께 일했던 사업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05년 32세의 꽃다운 나이로 사망한 고 황민웅씨는 1997년 삼성반도체 기흥공장에 입사해 설비엔지니어로 근무했다. 이후 2004년 급성 림프모구성 백혈병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를 받던 중 2005년 7월 사망했다.

황씨와 사내에서 만나 결혼해 2자녀와 생활하고 있는 미망인 정애정(32)씨는 “세상물정을 전혀 모르던 19살에 입사해 독한 화공약품 냄새를 맡으며 수년간 작업장을 지켰다. 작업장 안과 밖은 공기압력부터 다르다. 대기보다 공기압력이 높은 작업장 안의 피로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또 작업실 내부의 소음이 심해 환청에 시달리기도 한다. 성분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각종 화공약품을 수없이 다루게 되는데 처음엔 역했던 냄새와 소음조차도 시간이 지나며 감각이 마비돼 못 느끼게 된다. 로봇이 해야 할 일을 사람이 대신 한다고 생각해 보라. 작업장 안에서의 근로자는 후각과 청각이 마비된 일개 로봇과 다르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정씨는 또 “직원들은 삼성에 근무한다는 자부심이 강하다. 회사에 불만을 토로하는 것은 마치 키워준 부모에게 반기를 드는 것처럼 금기시되고 있으며, 나도 그렇게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어린 나이부터 길들여진 것 같다”며 진저리쳤다.

 원인모를 죽음, 그리고 잇따르는 제보

아산과 천안지역 노동단체 관계자들이 워크샵에 참여해 백혈병 발병 사례들을 진지하게 경청하고 있다.

2007년11월 반도체 노동자 건강과 인권지킴이 라는 뜻의 모임인 ‘반올림’이 발족됐다.

반올림이 공개적으로 활동을 시작하자 삼성반도체에서 근무하다 급성백혈병 등에 걸려 사망하거나 투병중이라는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삼성측 관계자는 “백혈병 걸린 근로자와 작업장환경과의 인과관계는 입증된 바 없으며 일반인과 비교해 높지도 않다. 또 삼성 퇴사 후 백혈병에 걸린 환자의 경우 어떤 환경에서 생활해 왔는지도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반올림 이종란 차장은 “급성백혈병은 면역력이 약한 소아나 노년층에서 주로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급성백혈병에 걸린 반도체 근로자들은 비슷한 근로환경에서 생활했던 20~30대의 건강한 청년층이다. 지금까지 개인질환으로 생각하고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던 밝혀지지 않은 더 많은 사람들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한 인과관계를 찾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반면 삼성반도체 관계자는 “현재 국가차원에서 역학조사가 진행 중이며, 곧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아직 아무런 인과관계가 밝혀지지 않은 단계에서 백혈병 당사자나 유족들의 일방적인 주장에 의해 의혹이 제기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특히 이러한 부분들이 직원들의 동요와 사기를 저하시키고, 기업이미지에도 타격을 안겨주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이종란 차장은 “삼성이 초일류 기업으로 거듭나고, 반도체산업을 지속가능한 사업으로 끌고 가기 위해서는 모든 것이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 또 건강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이 있을 것으로 우려되는 모든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막연하게 알아서 잘하고 있다는 말은 매우 무책임한 말이다”라고 말했다.

반올림측은 현재 진행 중인 역학조사에 누가 참여해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고, 분석됐는지에 대한 것도 명확히 제시돼야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곧 발표될 예정이라는 역학조사 결과가 주목된다.

 “이들은 모두 반도체 근로자들 이었다”

반올림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종란 노무사가 삼성반도체에서 근무하다 사망한 근로자들의 사례와 제보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박지연씨는 2004년 12월 강경상고 3년 재학 중 삼성반도체 온양공장에 입사해 검사업무를 담당했고 기숙사 생활을 했다.

근무 3년이 채 안된 2007년 7월경 토하고 어지럼증을 느꼈다고 한다. 또 얼굴에 멍자국이 생기고, 잇몸에서 피가나 처음에는 치과를 찾았다. 같은 해 9월 대전성모병원에서 급성골수성백혈병으로 진단받았고, 항암치료와 골수이식수술을 받은 후 여의도성모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박씨의 증언에 따르면 “작업환경은 하얀 연기가 나고 역한 냄새가 났다”고 한다. 또 “실험중에는 보호장비도 없었으며, 면장갑을 착용했으나 약품이 묻으면 장갑에 흡수되는 등 화공약품에 무방비로 노출된 상태였다”고 한다.

▷황유미씨는 2003년 속초상고 3년 재학 중 입사해 3라인에서 근무했다고 한다.

작업장을 옮기며 근무하다 3라인 3베이 근무 중 백혈병이 발병했다. 이곳은 기계 한 대에 2인1조로4~5가지 화학물질 앞에서 RUN이라는 것을 해당물질에 담갔다 뺐다 하는 작업으로 하루 8시간씩 3교대 근무했다고 한다.

당시 동료 최은선씨는 유산으로 3베이 일을 그만 두기도 했다. 황씨는 2005년5월 멍, 구토, 피로, 어지럼증 등의 증상을 보여 아주대병원을 찾았다. 진료결과 급성골수성 백혈병으로 진단 확정됐다.

같은 해 골수이식수술을 받았으나 재발해 2007년 3월 사망했다.

▷이숙영씨는 1994년 광주여상 3년 재학 중 입사했다. 기흥공장 3라인3베이에서 유산을 겪은 후 퇴사한 최은선씨가 일하던 자리에 그 후임으로 오게 돼 황유미씨와 2인1조로 일해 왔다.그러다 2006년7월 아주대병원에서 급성골수성백혈병 진단을 받았고, 같은해 8월 31살의 나이로 사망했다.

▷황민웅씨는 1997년 반도체 설비엔지니어로 근무하다 2004년 급성림프모구성 백혈병 진단을 받고 아주대병원에서 항암치료를 받다 32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이상훈씨는 반도체설비엔지니어로 일하다 1997년 사망했다.

▷주교철씨는 1983년 입사해 기술부 부장으로 현장관리를 했었다. 2006년3월 백혈병 판정을 받았다. 주씨와 함께 일하던 기술부 관리자 2명도 희귀암인 베게너스 육아종과 흑색종에 걸린 것으로 알려졌으나 현재 연락 두절상태라고 한다.

▷김경미씨는 1999년 4월 입사해 만5년 일하다 2004년 퇴사했다. 퇴사 후 전업주부로 생활하다 2008년 팔다리에 멍이 발견돼 서울아산병원에서 급성골수성백혈병 판정을 받았다. 김씨의 사연은 동생의 인터넷 제보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이름을 밝히지 않은 A씨는 2003년 9월 급성백혈병 발병해 2004년1월 사망했다. B씨는 이숙영씨의 선임자로 2001년 급성백혈병 진단을 받고 치료하던 중 낙향해 연락두절 상태다. C씨는 1995년 급성백혈병으로 사망했다.

반올림에 따르면 백혈명 이외의 암과 또 다른 질병에 대한 제보도 잇따르고 있다고 한다. 또 삼성반도체를 포함한 13개 유사사업장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을 것으로 보고 제보를 기다리고 있다.

노상철, “아무도 모른다”

단국대 의대 산업의학교실 노상철 교수는 클린산업 자체가 화학물질이 가장 집약된 산업이라고 말했다.

 단국대 의대 산업의학교실 노상철 교수는 “밀린 숙제를 떠안은 느낌이다. 평소에 관리했어야 하는 것을 이제야 말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 교수는 또 “클린산업이라는 것이 보기와 달리 화학물질이 가장 집약된 산업이라고 볼 수 있다. 작업장의 건강문제에 대한 인식과 관리가 미비하고, 사용물질과 작업환경에 대한 평가가 부족해 작업자들의 건강문제 접근이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작업장에 어떤 물질이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현재까지 반도체산업에 대한 연구결과 작업장의 사용물질 실태파악이 부족하고, 작업환경 조사를 나가면 평상시와 달리 작업환경이 바뀌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노 교수는 “차단되고, 밀봉되고, 철옹성 같은 현장을 어떻게 뚫어야 할까 고민이 필요하다”며 “퇴직자 중심으로 내부사정을 이야기 해 줄 제보자들을 보다 많이 확보해 인과관계를 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유정옥, “IBM 보다 제임스무어를 기억하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공유정옥씨는 미국과 영국 등 반도체산업과 관련된 해외사례를 소개하며, 국제연대 활동계획을 밝혔다.

“우리는 IBM 보다 제임스무어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공유정옥씨의 ‘반도체산업의 노동건강, 환경문제와 이에 맞선 투쟁’을 주제로 강연하며 던진 말이 인상적이다.

제임스무어는 2003년 불법적으로 독성화학물질을 노동자에게 노출시킨 점과 암이 발생하기 전까지 수년 동안 유해한 작업환경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문제삼아 IBM을 상대로 최초의 소송을 벌인 인물이다.

IBM은 제임스무어의 첫 직장이었다. 이곳에서 제임스무어는 여러 종류의 에폭시를 취급했는데 만성두통과 부비동염 증상으로 고통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결국 2004년10월 림프종으로 사망했다.

과일공장에서 가공일을 하다가 IBM에 입사한 알리다 에르난데스라는 사람은 IBM에 입사해 각종 세척용매와 디스크 코팅물질을 취급했다고 한다. 그 역시 건강검진에서 간 손상이 드러났지만 회사는 작업환경상 문제일 가능성을 알리지 않았다. 그는 1993년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

당시 미국의 예방의학자 클랩과 존슨이 자료분석을 한 결과 일반 미국인과 사망률 비교에서도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고, 폐, 기관지, 유방, 추신경계, 림프계, 골수, 대장, 췌장, 신장, 고환, 갑상선, 중추신경계 등에서도 위험도가 높은 것으로 분석했다.

공유정옥씨는 당시 IBM측 입장을 소개하며 “많은 노동자들이 흔치 않은 병에 걸린다 하더라도 이것은 IBM의 사업장이 크기 때문에 생기는 자연적인 발병결과일 수 있다. 어떤 노동자들에게도 일 때문에 그들의 병이 생겼다는 증거는 없다”고 밝혔다며 “이는 현재 삼성의 입장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공유정옥씨는 “현재 미국과 영국 등 반도체산업의 피해를 주장하는 활동가들과 연대하고 있다. 앞으로도 정보를 함께 공유하며 지속적으로 반도체산업현장의 실태를 파헤쳐 나가겠다”고 말했다.

충남지역 대책위 구성 움직임

아산과 천안지역에 자리잡은 삼성과 첨단산업관련 근로자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모아져 대책위가 구성될 것으로 보인다.

지역대책위는 충남노동자건강지기, 민주노총금속노조 충남지부, 민주노동당 충남도당 등과 지역의 진보단체 중심으로 결성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오는 9월24일 대책위 발족을 위한 첫 모임을 갖고 활동계획을 보다 전문화, 세분화 한다는 방침이다. 또 지역내에서 제보자들의 참여를 기다리고 있다.

<이정구 기자>

 삼성측은 개인적인 질병까지 근로환경과 연관 짓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말했다.

특히 수년 전에 퇴사한 직원이 삼성에 근무했었다는 이유를 들어 자신의 병을 삼성의 근무환경 탓으로 돌리는 것 자체가 비과학적 논리라는 것이다. 심지어 다른 직원들은 모두 문제가 없는데, 왜 몇 명의 말만을 듣고 삼성을 매도하려 하는가. 또 지금까지 수없이 거쳐 간 근로자들이 건강하게 생활하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오히려 반문한다.

지금도 수만 명의 근로자가 탈 없이 현장에서 일하고 있고, 그에 상응하는 수준의 복지와 혜택을 주고 있다고 말한다. 또 국가경쟁력을 한 차원 높게 만드는 삼성에 흠집을 내는 것도 옳지 않다며 국가기관의 역학조사결과를 먼저 지켜본 후 논의돼야 할 문제라고 주장했다.

반올림 이종란 노무사는 “지난 5월에 국내 13개 반도체 제조업체의 일제조사 결과를 묻는 공개질의서를 노동부로 보냈지만 노동부에서는 개인정보, 영업비밀 등을 이유로 비공개 결정을 통보해 왔다. 또 6월에는 화학물질 리스트를 공개하기로 약속했다가 ‘국제분쟁의 소지’를 이유로 들며 공개하지 않았다”며 “최소한 근로자들은 자신이 취급하는 물질이 무엇인지 알 권리가 있고, 그 물질로부터 건강을 보호받아야 할 권리가 있는데도 무시돼 왔다”고 반박했다.

한편 증언에서 언급된 사례들을 중심으로 삼성반도체 관계자에게 문의한 결과 “이해 할 수 없는 말이다.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삼성 같은 근무환경은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깨끗하다”고 반박했다.

쏟아지는 증언들은 도대체 무엇인가. 경험담과 댓글들을 모아 봤다.

삼성반도체 근무경험자 경험담과 인터넷 댓글 모음

 “제조팀에게 죄송합니다”

설비기술팀에 있다 보니, 제조팀이 어떠한 질병을 앓게 되는지 예상은 합니다. 방사능이 나오는 것 알면서도, 차폐를 사실 제대로 안했다는 것. 방사능 차폐를 높게 할 수 있는 재질의 자재를 써야 하는데, 원가절감 차원에서 저렴한 자재를 그냥 붙여놓고, ‘방사능 주의’ 표지 하나만 붙여 놓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윗분들…
내가 현장에 들어가는 것도 아닌데, 제조팀에서 방사능에 노출되던 말 던 무슨 상관이야 라고 말하셨던 윗분들~저는 항상 제조팀에게 죄송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동생이 암에 걸렸습니다”

제 여동생이(현재 41세) 창원 소재 삼성테크윈에서 약 3년간 생산라인에서 근무하다 2005년 여름에 암진단을 받고 부산 고신의료원에서 8차 항암치료를 받고 현재 특별한 증상 없이 정민진단을 받았습니다.
그때 옆 동료도 비슷한 증상을 보인 사람도 있었다 합니다. 혹시 이번 내용과 연관성이 없는지…

 "8시간 동안 정전사고"

전에 2007년 기흥 반도체에서 8시간동안 정전사고가 있었는데, 그때 가스누출과 많은 설비들이 셋업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요. 별다른 대책 없이 연장근무로 장갑과 방진복을 입은 상태에서 알콜을 닦을 클린종이로 3시간동안 닦은 기억이 납니다.

 "2006년에도 그런 일이 있었는데"
제가 일했을 때 2006년에도 스테파공정이었던 언니 한 분이 계셨는데...쌍둥이 둘 다 유산하고 결국 돌아가셨어요.
투병생활이 6개월이나 됐으려나? 급성으로 돌아가셨어요. 백혈병은 아니구요. 암이요. 그때는 그냥 쉬쉬 했는데… 진짜 사람이 단순히 많아서 그런게 아니라 회사가 병을 키우는 것 같네요.

 “13년간 삼성반도체에서 근무한 사람입니다”

요지는 근무 중 수없이 많이 가스나 케미컬(화학약품) 누출이 발생합니다.
냄새나 연기가 발생하면 일단 감지기에서 감지되거나 신규공정에서 쓰는 가스나 케미컬은 대응이 안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감지기 개발이 안된 경우도 있고 형식으로만 설치하는 경우도 있음)
담당자들은 알면서도 생산물량이나 기술개발을 위해 묵인하에 작업을 합니다. 그리고 누출발생시 감지기 동작까지는 시간이 걸리는데 그때까지 작업자나 엔지니어는 노출돼 일하는데 모두 호흡기로 흡입됩니다. 라인에서 항상 냄새가 나는데 하고 일하는 경우가 그런 경우죠.
그리고 어느날 라인에서 불산(HF)이 누출됐는데 그곳에서 작업자들이 일하는 것을 보고 저건 아닌데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불산은 뼈 같은 칼슘과 반응하는데 공기가 정화되고 일을 해야 하는데 생산물량 때문에 그곳에서 작업자들과 엔지니어들이 일하고 있었고, 설비 옆에 붙여놓은 카트리지가 1~2분만에 산(Acid)반응이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저는 작업자들한테 나가라고 했는데도 하는 일 때문에 나가지 못한다고 말하더군요.(그 외 NH3(암모니아)나 O3(오존) 등 무수히 가스누출 사고 있었습니다)
전체 가스나 화학약품 누출 건수는 각 라인 환경안전 담당자나 소방대 등에서 알 수 있습니다.

 “니가 아프면, 다른 건강한 사원은 뭐냐?”

라인설비가 아시다시피 청정지역은 맞지만, 저희에게 갖춰진 근무환경은 열악하기에 짝이 없습니다. 솔직히 방진복 마스크를 써도 설비에서 나오는 전자파나 이런 거 다 몸에 접촉되는 건 사실이구요.
제가 다닐 때 라인만 들어가면 한 번 머리가 아프고 속도 미식거리구, 구토가 나올 것 같더라고요.
얘기를 해도 정작 돌아오는 건 냉정한 시선이랑, 사원들의 어이없는 행동들. 니가 아프다는 건 웃긴다. 그럼 다른 건강한 사원들은 뭐냐? 그렇게 몰아세우니까 어이가 없고 할말이 없더라고요. 환자가족분들 힘내세요.

 "고등학교 때까지 건강하던 언니 몸이…"

저희 언니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집안 사정상 삼성반도체 입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큰 딸로써 부모님 짐을 덜어드리고자 취업을 했고 덕분에 저와 제 동생은 무사히 대학을 졸업할 수가 있었습니다.
저희 언니는 고등학교때까지는 굉장히 건강했는데 이상하게 일을 시작하고 몇 년 후부터 몸이 많이 약해졌습니다.
처음엔 직장생활에 힘들어서 그런지 알았는데, 멍도 잘 들고 면역력이 약해져 환절기 때마다 감기에 잘 걸려 병원에 자주 가고 생리도 불순이고, 빈혈이 심해서 얼굴이 하얗고 누렇게 뜬 적도 많이 봤습니다.

이정구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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