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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시민에게 희로애락이 담긴 각종 사연을 전달하던 아산우체국 윤도순(사진 오른쪽) 집배실장과 변원진 집배장이 지난 6월30일 아쉬움을 남긴채 우체국을 떠났다. |
“큰 짐을 내려놓은 것처럼 홀가분할 것 같았는데 허전한 마음이 더 크네요. 아직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아산시민에게 희로애락이 담긴 각종 사연을 전달하던 아산우체국 윤도순(60) 집배실장과 변원진(56) 집배장이 각각 33년3월, 27년6월의 집배업무를 마감하고 큰 가방을 내려놓았다.
군대간 아들의 편지부터, 연애편지, 결혼소식, 부고 등 온갖 사연이 담긴 큰 가방을 자전거 핸들에 걸고 비포장 신작로와 논·밭길을 지나 마지막 편지 한 통까지 전달하고 나면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지던 70~80년대.
이들의 가방 내용물은 1990년대와 새천년을 넘어서며 각종 공과금과 이동통신요금청구서, 카드요금, 범칙금 통지서로 바뀌었다. 지난 30년 이들의 가방을 스쳐간 사연은 지역시민들의 삶의 애환이 그대로 녹아있다.
또박또박 정성껏 눌러쓴 편지에 침 바른 우표를 붙인 정겨운 봉투가 사라진지는 오래다. 그러나 우편물은 해를 거듭할수록 늘고 있다. 자전거를 타고 자연발생마을을 돌며 하루를 보내던 세월은 가고, 각종 인쇄물로 가득찬 봉투를 아파트 현관 우체통에 척척 꽂아 놓으면서 하루일과가 시작됐다.
중학교를 마치고 18살 어린 나이에 선장우체국에서 우정업무를 시작한 윤도순씨. 어린 나이에 시작해 어디를 가나 막내였었는데 어느새 그 많은 시간이 지났는지 직원간의 의견충돌을 조정하고 선후배 사이의 두터운 신임을 얻는 맏형으로 퇴직을 앞두고 있다.
윤도순씨는 어렵던 시절을 거울삼아 소외되고 그늘진 곳을 살피며 생활해 왔다고 한다. 마을의 효자로 불릴 만큼 어른공경과 지역봉사를 실천해 2001년에는 충청정보통신봉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변원진씨는 1980년 배방면에서 첫 근무를 시작했다. 30년 가까이 흐른 지금은 아산시에서 가장 큰 도시로 급성장해 예전 자전거 타고 다니던 길도 사라지고 하룻밤 자고 나면 빌딩이 한 채씩 늘고 있는 것을 볼 때 격세지감을 느낀다고.
꼭두새벽부터 일하면서도 청소년선도와 어려운 이웃 문패 달아주기, 우편함 설치 등을 실천하며 봉사해온 변원진씨는 두 차례의 장관상에 이어 대통령표창까지 수상했다.
이들이 배달한 우편물은 얼마나 될까. 하루 평균 2000통 이라고 하니 어머 어마한 양이다. 지난 6월30일 평생 일터를 떠나는 이들의 삶에 후배 집배원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이정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