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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살기위해 기계를 멈췄다”

화요데이트...김덕환(49·아산건설기계 경영인연합회장)

등록일 2008년06월23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6월17일, 곡교천 둔치 파업현장에서 김덕환 회장(49·아산건설기계 경영인연합회)
“하루 일비 45만원 중 절반이 기름 값이다. 할부 10만원, 밥값과 담배 값을 빼고 나면 10만원 손에 쥐기도 힘들다. 한 달 중 일할 수 있는 날은 20일 안팎, 거기다 제때 결재도 안 된다. 그렇게 힘든 하루하루를 살다보면 어느새 기계 수명도 다 되고 만다.”

전국적으로 건설기계 총파업이 있던 지난 16일(월) 곡교천 둔치에는 수 백대의 화물, 덤프, 굴삭기, 불도저가 모여 들었다. 건설현장에서 굉음을 내며 일해야 할 장비들이 곡교천 둔치에서 멈춰섰다. 이들이 이럴 수밖에 없는 사연을 김덕환(49·아산건설기계 경영인연합회) 회장에게 들었다. 이들의 사정은 생각보다 더욱 심각해 보였다.

연일 계속 치솟는 기름 값과 경기불황이 서민들의 삶을 더욱 팍팍하게 만들고 있지만 건설기계를 운용하는 노동자들에게는 직접 생존권까지 위협하고 있었다.

굴삭기 한 대 값이 1억6000만원이라고 한다. 매일 벌어 갚아 나가야 하는데 현 상황이라면 도저히 불가능해 보인다. 거기다 굴삭기 수명은 6~7년 밖에 안 된다고 한다. 이 기간에 장비를 유지하고 관리하기 위해서 드는 부대비용도 만만치 않다.

이들에게는 기름 값과 관련해 그 어떤 혜택도 없다. 오직 자신이 기름을 사서 장비에 넣고 일해야 한다. 작년 초 1리터에 1200원 하던 경유 값이 현재 2000원까지 육박하고 있다. 그러나 건설장비 임대료는 제자리다.

“심지어 2년 전에 일해 준 돈도 받지 못한 노동자들도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이 일하던 현장이 부도났을 때 구제받을 방법도 전혀 없다. 건설기계 노동자들이 우리나라 산업구조에서 얼마나 취약한 계층인지 상상도 못 할 것이다. 이러한 불합리한 구조를 개선하지 않는 한 우리에게 미래는 없다”

실제로 현장에서 굴삭기, 덤프전복 등 사고가 종종 발생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산재처리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건설기계 노동자들은 고유가에 따른 운반단가 현실화, 법적으로 제정된 표준임대차계약서의 현장 정착을 핵심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또 표준임대차계약서 현장 정착 문제와 관련해 제대로 된 임대차계약서를 투명하게 정상적으로 쓰자는 요구를 해왔다. 그것은 2007년 법제화돼, 7월1일부터 표준임대차계약서를 쓰라는 법이 만들어 졌다. 또 2008년 5월1일 공정거래부분에서 고시로 공포됐다.

내용은 장비임대료에는 기계손비와 장비를 운행하는 기사임금 등이 포함돼 있다는 점이고 그런 부분에 대해 장비기본가동시간은 1일 8시간, 월 200시간, 장비운영과 관련된 유류에 대한 문제는 현장건설업체에서 지급해야 함을 원칙으로 한다는 점을 명시했다.

이 부분이 정부에서 발표한 표준임대차계약서다. 이는 건설기계 노동자의 생활고를 일부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지만 실제는 유명무실 하다고 한다.

이들은 노조에 가입돼 있지 않지만 노조의 파업과 때를 맞춰 같은 목소리를 냈다. 이날 이들 이 주장한 내용을 요약하면 ▶굴삭기장비 등록 총량제 실시 ▶공정거래위원회 표준약관 임대차 계약 ▶굴삭기 장비 임대료 조기지급 ▶건설사와 업자 부도시 보험사가 장비 임대료 지급 ▶지역 현장은 지역장비 우선사용 등이다.

아산건설기계 경영인연합회 김덕환 회장은 “미쳐 날뛰는 미친 기름 값을 바라보며 더 이상 일터에 희망이 없음을 처절하게 피부로 느끼고 있다. 어찌 보면 건설현장에서 가장 최 일선에서 일하는 건설노동자들이 가장 도태되고 있는 것이다. 오늘의 파업은 살기위해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몸부림이었다”고 말했다.

또 “친 기업정책, 공기업 민영화정책 등을 추진하는 이 정부에서 누가 희생을 당하고 있는지도 면면히 살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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