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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영씨(38, 풍기동)는 광우병우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내용의 개인 현수막을 아산시에서 처음 내걸고 촛불문화제에 아들 민수와 함께 참석했다. |
“값싸고 질 좋은 소고기를 양껏 먹게 해주겠다는데 왜 답답한 국민들은 그렇게 대통령의 큰 뜻을 이해하지 못하나? 이러한 해괴한 논리를 들이대며 국민을 기만하는 정부에 울화통이 터져서 거리로 나왔다. 한 집안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주부로써 당연한 것 아닌가.”
‘우리집은 광우병 쇠고기 수입을 반대합니다’라는 문구의 개인현수막을 아산시에서 가장 먼저 아파트 베란다에 내건 1호 주인공 이혜영씨(38·아산시 풍기동)를 촛불문화제가 진행중인 온양온천역 광장에서 만났다. 이날도 이혜영씨는 아들 민수와 함께 촛불을 들고 있었다.
“처음에는 현수막을 걸기가 망설여졌다. 이웃주민이 항의하지 않을까, 아니면 혹시 어떤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그런데 생각을 바꿨다. 한 가정의 주부로 불안한 먹거리에 대한 당연한 권리와 주장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서 였다.”
촛불문화제가 열릴 때마다 시민 자유발언대를 통해 강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그녀는 어느새 온양온천역 촛불문화제의 스타가 됐다.
“미국 축산업자의 요구는 미국까지 쫓아가 척척 들어주면서, 우리 국민들의 요구는 군화 발과 물대포로 묵살해 버리는 것이 어느 나라 대통령인가. 미국경제 살려주는 ‘판타스틱한 경제대통령 맞다. 미국 살리기 위해 참 애쓴다.”
이혜영씨의 말은 촛불문화제에 참여한 시민들의 커다란 호응과 함께 또 다른 시민의 참여로 자연스럽게 연결시킨다.
“TV화면에서 여학생의 머리를 군화발로 짓밟고, 촛불 들고 저항하는 시민에게 물대포를 사정없이 쏘아대는 공권력을 보면서 몸서리가 쳐졌다. 이참에 국민 무서운 줄 알도록 확실하게 일깨워줘야 한다.”
힘없는 시민을 무자비하게 폭행하는 장면을 보면서 정부에 대한 공포와 배신감에 한동안 우울증까지 찾아왔다는 그녀는 “제발 소박한 밥상을 위협하지 말고, 그냥 평범한 주부로 살게 해달라”고 외쳤다.
<이정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