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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충무대로 진실은?”

등록일 2008년06월09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밀실행정과 우격다짐에 시민은 없었다”

“온양온천역광장 보존과 충무대로 개통, 무엇을 선택하고 어떻게 진행할 것인가”에 대한 시민논단이 지난 5일(목) 아산YMCA 주최로 열렸다. 이날 참석한 논객 전원은 시민과 소통없이 일방적으로 도시계획을 바꿔 추진하는 아산시의 독선적인 밀실행정을 질타했다.

또 아무리 좋은 사업이라도 가장 기본적인 절차조차도 무시한 채, 시민과의 약속을 깨버리고 추진하는 사업이라면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정구 기자>

최근 아산시의 가장 뜨거운 쟁점이 되고 있는 충무대로(구 온양온천역사 관통도로) 개설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관련기사 본보 5월20일, 6월3일 보도)

아산시는 1993년 수립한 도시계획에 따라 구 온양온천역사를 관통하는 충무대로개설을 진행하고 있었다. 또 온양온천역사를 관통하는 충무대로를 개설한다며 지역 주민들에게 사유토지 37필지(18억2000만원)와 지장물 27건(10억7000만원)을 매입했다. 또 철도시설공단에서 10억원의 사업예산을 확보했다. 그리고 2003년부터 공사를 시작해 2006년 개통된다는 안내문까지 설치했다.

그러나 아산시는 어느 날 갑자기 계획을 전면 수정해 구 역사 존치를 비롯한 광장조성계획을 밝혔다.

이때부터 시와 주민들의 엇박자가 시작됐다. 그 어떤 합의와 여론수렴 절차도 없이 하루아침에 도시계획이 뒤집어 졌고, 어느 날 갑자기 이뤄진 시의 계획대로 상당부분 물밑에서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온양온천역사 조감도에는 구 역사를 관통하는 충무대로가 개통돼 있다.
충무대로 원안 확대배치도(이 도면에도 역시 충무대로가 개통돼 있다.)

슬그머니 사라진 공사안내문

『온양온천역사 진입도로(대로 3-10호)는 장항선 개량공사에 따라 이설되는 역사 부지를 관통하여 충무로에 연결되도록 계획된 도로입니다.
우리시(아산시)에서 보상 후 확·포장공사는 철도청에서 2005년 착공하여 철도이설과 연계 2006년 말까지 개통할 예정입니다. 우리시에서는 본 도로가 조속히 개통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문의전화 아산시청 도시과 540-2446)
사업개요: 연장 103m, 폭:25m, 사업기간 2003~2006. 12 시행청:아산시(보상) 철도청(공사시행)』

불과 며칠 전까지 온양온천역사 뒤편에 서있던 안내문이다. 이 안내문에는 ‘역사부지를 관통한다’는 내용이 명백히 표기돼 있다. 그러나 최근 충무대로개설계획을 백지화하려는 움직임에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하자 어느 날 갑자기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온양온천역사 뒤편에 불과 며칠 전까지 세워졌던 안내문.(사진/C뉴스 제공)

 기존계획 ‘발뺌’과 변경사업 ‘강행’

아산시는 충무대로개설계획 백지화에 대한 명분을 쌓기 위해 철도하부공간조성사업과 역광장의 중요성을 집중 홍보하기 시작했다.

또 도시계획대로 충무대로를 개설할 경우 역광장이 사라지고, 주요행사 개최장소가 없어져 시민의 정체성마저 상실된다는 비약적인 논리를 제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아산의 도시발전과 백년대계를 위해서는 역광장 통과도로 개설은 많은 문제점을 낳는다는 것이다. 불과 몇 개월 전까지만 하더라도 아산의 도시발전과 백년대계를 위해서는 역광장 통과도로가 조속히 진행돼야 함을 강조하던 아산시였다.

하루아침에 15년간 추진돼온 도시계획을 전면 부정하고, 시민과 약속을 깨뜨리고, 아산시의 도시비전을 뒤집어 버린 것이다.

거기다 기존 계획대로 충무대로 개설을 주장하는 시민의 목소리는 ‘역광장과 철도하부공간조성사업을 반대’하는 지역이기주의로 몰아가는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이에 대해 아산발전추진위원회는 아산시의 기존 계획대로 충무대로를 건설해 줄 것을 3300여 명의 아산시민 서명이 첨부된 주민청원서를 의회에 제출했다.

아산시의회는 주민청원을 채택한데 이어 의회차원에서도 충무대로개설 권고결의문을 채택해 집행부에 전달했다. 

아산시의회 최초의 주민청원.(주민청원서 제출당시 3300여 명의 주민이 서명했고 6월5일 현재는 5000여 명이 서명했다고 아산발전추진위원회는 밝혔다.)

“아산시의 일방통행에 시민은 없나?”

“온양온천역광장 보존과 충무대로 개통, 무엇을 선택하고 어떻게 진행할 것인가”에 대한 시민논단이 지난 5일(목) 아산시근로자복지회관에서 아산YMCA 주최로 열렸다.

시민논단은 현재 팽팽한 갈등을 보이고 있는 ‘온양온천역 광장 보존의 필요성과 추진계획’(아산시 노종관 계장)과 ‘충무대로 개통의 필요성과 행정의 문제점’(아산발전추진위원회 유동훈 위원장)에 대한 발제와 지정토론, 방청객 질의 순으로 진행됐다.

논객은 ▷아산시 도로과 노종관 계장 ▷아산발전추진위원회 유동훈 위원장 ▷순천향대 건축학과 이태희 교수 ▷아산시의회 여운영 의원 ▷사회갈등연구소 박태순 소장이 참석했다.

이날 논객 전원은 시민과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도시계획을 바꿔 추진하는 아산시의 독선적인 밀실행정을 질타했다. 행정절차에 대한 문제는 아산시도 인정했다.

또 아무리 좋은 사업이라도 가장 기본적인 절차조차도 무시한 채, 시민과의 약속을 깨버리고 추진하는 사업이라면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날 온양온천역광장의 중요성을 강조한 순천향대학교 건축학과 이태희 교수조차도 “아산시 행정 처리에는 분명 문제가 있다”며 “미래를 위한 아무리 올바른 판단이더라도 시의 독단과 밀실행정은 반드시 집고 넘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갈등연구소 박태순 소장은 시장의 의견도 하나의 제안으로 받아들여 져야지 시의 공식입장이 돼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또 몇 사람만의 계획독점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말해 공감대를 형성했다.

노종관-“도시발전위해 역광장 존치 필요하다”

아산시청 도로과 노종관 계장.
역광장은 도시의 얼굴이며 상징이다.

전국적으로 광장 없는 도시나 광장 없는 역은 전무하다. 선·후진국을 막론하고 역에는 광장을 설치해 만남의 장소, 대기기능, 여유공간, 행사장소 등 다각도로 활용된다. 올해 12월 수도권 전철개통시 수도권 관광객 수요 부응을 위해서도 역광장 존치가 필요하다.

그러나 관통도로가 개설되면 차량통행노선만으로 기능해 온양역사 중심상권의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다. 또 아산의 상징광장 역할을 상실하며 주요행사 개최장소가 없어져 시민들은 정체성을 상실하게 될 것이다.

역광장 존치시에도 남북간 4개 관통노선 도로개설 및 인근 도로망 정비 등 교통소통대책 시행으로 주민불편을 최소화할 것이다.

아산시는 올해 수도권 전철이 개통됨에 따라 온양온천역 주변 철도하부공간 1.65㎞, 5만5000㎡ 공간을 물과 빛·음악이 어우러지는 국내 최고의 온천테마 허브공원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족욕장, 산책로, 체육시설, 어린이 놀이터, 분수 등 다양한 테마공원연출과 야간 경관도 함께 어우러지는 명품공간으로 조성해 온양온천의 옛 명성을 되찾는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할 것이다.

과거 온양온천을 신혼여행지로 찾아왔던 관광객들이 그 시절 온양온천의 향수를 느낄 수 있도록 이전역사를 새롭게 리모델링할 것이며 역사는 온양의 역사와 문화를 한눈에 느낄 수 있는 전시공간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유동훈 “제발 현장 좀 가보라”

아산발전추진위원회 유동훈 위원장
제발 현장 좀 가보라. 그리고 주변에 달콤한 말만 흘려주는 전문가 목소리만 듣지 말고 시민의 목소리에도 귀좀 귀울여 달라.

충무대로 개통은 2003년 이미 도시계획에 확정 공고된 사항이다. 아산시장은 시민과 지역주민들의 알권리를 무시한 채 주민공약까지 한 일을 하루아침에 뒤엎었다.

현장에 가보면 한 눈에 아산시의 잘못된 밀실행정 결과를 볼 수 있다. 아산시가 당초부터 역사를 보존하고 역광장을 살리려고 했다면 도시계획도는 물론 현재 이미 이전된 신역사의 위치도 지금과 달리 구역사 바로 뒤에 잡았어야 한다.

아산시가 최근 공모해 당선작으로 선정한 철도하부공간활용 공모안에도 구 역사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현재 모든 것이 아산시 도시계획대로 충무대로 개통을 위해 이미 많은 것들이 움직여져 있는데 이를 어느 한사람이 원칙을 바꾸려는 것이다. 시민들과 합의한 원칙 속에서 최선을 찾아야 한다.
자기 맘대로 정해놓고 나를 따르라는 식의 행정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 이번 일은 본질부터 잘못된 일이기 때문에 반드시 시민의 힘으로 바로잡아야 한다.
기존 도시계획을 지켜가며 공원 및 광장으로써 사용할 수 있는 대안도 얼마든지 있다. 또 신 역사(구 대한통운자리)는 기존 구 역사 광장보다 2배 이상 큰 공간이다. 그 곳의 용도를 주차공간으로 활용한다고 하는데 그 자리에 테마공원 및 광장 그리고 각종 행사를 할 수 있도록 하면 된다.

여운영 “시민의사 물어라”

아산시의회 여운영 시의원
충무대로 개설을 주장하는 의견이 마치 철도하부공간조성사업을 반대하는 모습으로 비춰지기도 하는데 철도하부공간조성사업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

또 시에서 계획하고 있는 철도하부공간조성사업을 반대하는 시민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꿈이기도 하며, 목숨 걸고라도 하고 싶은 일이다.

반면 충무대로를 대체한다는 시에서 제시한 교통소통계획은 상상할 수조차 없는 예산이 수반될 것이다. 또 언제 개통될지 누구도 모른다. 그러나 충무대로는 시의 주민에 대한 약속이기도 하지만 적은 예산으로 바로 가능한 사업이다.

앞으로의 도시모습을 보자. 가재골 3000여 세대, 용화지구 재건축, 초사지구개발, 경찰종합학교개교, 각종 아파트 건립 등 남북교통망은 발등의 불이다.

관광활성화와 아산 경제살리기는 누구나 찬성한다. 그러나 마치 시의 구상만이 해법이라는 생각을 갖고 그 밖의 의견들을 묵살한다면 큰 실수를 하는 것이다.

역광장이 없는 도시가 어디 있냐고 묻는데, 반대로 역광장이 있는 도시는 또 어디인가. 서울역과 부산역에도 광장은 없다. 또 최근에는 모든 것이 실내에서 이뤄진다. 역사건물 내에서도 시에서 구상하는 내용들을 얼마든지 실현할 수 있다.

광장과 길을 겸용할 수 있는 방안도 있고, 우리가 생각지 못한 좋은 대안들도 많이 나올 수 있다. 충무대로 문제는 충분한 논의를 거쳐 시민의 찬반투표에 붙일 것을 제안한다.

이태희 “원도심 재생프로젝트의 첫 단추는 역광장에서”

순천향대학교 건축학과 이태희 교수
아무리 올바른 선택이더라고 이렇게 대처할 수밖에 없도록 몰고 간 시의 행정적 처리는 상당한 아쉬움이 남는다. 미래를 위한 올바른 판단이라고 하더라도 시의 독단과 밀실행정은 반드시 처리돼야 하겠다.

그러나 위기에 놓은 원도심을 미래지향적인 관점에서 볼 때 어떤 선택이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지에 대한 논의는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 

역광장은 아산시가 야심차게 계획하고 있는 원도심 재생프로젝트의 첫 단추역할을 해야 한다. 도심재생은 대상지역 모두 개발하지만, 발전을 유도해 내기 위해 핵심요소를 잡는 것이 중요하다. 프로젝트의 핵심이 될 수 있는 주요 포인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역광장이다.

광장에서부터 활성화되고 그 흐름이 도심상권으로 흘러들어 가면 비로소 바람직한 재생임과 동시에 지속가능한 도시로의 모습이 시작될 것이다. 또 도로로 연결하려던 남측을 도로 대신 보행자를 위한 광장으로 연결한다면 그 곳도 광장에서 시작된 활성화의 흐름으로 상생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이 도로와 차량에 밀려나고 있다. 교통이 불편해서 도로를 내는 것은 언제라도 가능하지만 광장은 한 번 없어지면 역사 속에서만 기억해야 할 추억이 될 것이다. 돌이킬 수 있을때 충분히 고민해 후회하지 않을 판단을 해야 할 것이다.

다만 대를 위한 가혹한 희생은 없어야 한다. 강제집행이 아니라 시간이 걸리더라도 시민들을 설득하고 타협해 공감대를 형성해, 우리 모두가 원하는 도시발전을 이룩해야 한다.

박태순 “몇 사람만의 계획 독점은 위험천만”

사회갈등연구소 박태순 소장
몇 사람만의 계획 독점은 위험천만한 발상이다.

모든 갈등은 어느 특정인이 자신의 입장을 강변하고 못 박음으로써 발생되기 마련이다. 이미 결정한 후 논의를 한다면 그 논의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논의는 충분히 하되 결정은 함부로 하지 말 것을 제안한다.

시장의 생각이 곧 시의 공식입장이 돼서는 안된다. 시장의 생각도 하나의 제안이며, 검토대상일 뿐이다. 시장이 전지전능한 존재가 아님은 물론이고 시장의 생각 자체도 검증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미 결정된 계획이기 때문에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것도 아니다. 기존 계획을 뒤엎을 만큼 좋은 계획이라면 당연히 사전에 충분히 주민의사를 물어야 한다. 투명하게 두 사안을 공개하고 충분한 논의 끝에 결정돼야 한다.

또 기존 계획을 철회했을 경우 발생될 피해나 문제점도 먼저 검토해야 할 사안이다. 아산시 행정은 이러한 기본 절차가 무시되고 있다.
반대하는 시민을 누르고 일방적으로 가겠다는 행정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가. 공익이라는 명분도 행정편의에 맞춰 포장될 수 있는 부분이다.

 

빗 나간 성명서
철거냐 존치냐 논쟁이 뜨거운 역사.(텅빈 역사에 남겨진 낙서가 흉물스럽다)

충무대로개통 관련 천안아산환경운동연합(환경련)의 성명서가 또 다른 논란을 불렀다.

환경련은 ‘아산시의회는 온양온천역사와 광장 보전에 앞장서라’는 성명서를 통해 공식 의견서를 전달했다.

성명서에는 ‘온양온천역사 하부 문화공간 조성사업비 삭감결정 즉각 철회’를 주장했다. 이에대해 아산시의회 여운영 의원은 온양온천역사 하부 문화 공간 조성사업비는 당초 상정되지도 않았기 때문에 삭감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다만 구 역사의 리모델링 비가 상정됐지만 이는 역사 존치여부도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승인할 수는 없지 않냐고 반박했다.

또 온양온천역사를 건축학자들이 보기 드문 건축양식으로 평가한다고 했는데, 이는 1983년 건축된 철근콘크리트 건물로 아산시장 조차 보존가치에 무게를 두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지난 4일(수) 발표된 환경련 성명서는 아산시의회를 비롯한 언론사에 배포됐다. 그리고 몇몇 언론사에서는 환경련의 성명서를 인용해 보도가 이뤄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환경련 관계자는 “그동안 광장확대를 통한 지역발전을 일관되게 주장했던 단체로 광장을 관통하는 도로건설에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세부적인 내용은 확인하지 못한 채 성명서를 발표한 점은 실수가 인정된다며, 정정성명을 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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