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들은 ‘놀고 쉴 권리’를 요구하고 있다. 내 자녀들을 학교-학원-과외로 내몰며 매일 혹사시키고 있지는 않은지 학부모들이 한 번쯤 반성하는 시간을 갖게 한다.(사진은 아산교육청에서 실시한 미술실기대회며 기사내용과 직접관련 없음)

제 86주년 어린이날을 맞아 지난 3일(토) 나누미지역아동센터에서는 이색적인 수업이 열렸다.어린이들이 직접 UN 아동권리 협약의 어린이 권리 중에서 가장 시급하게 보장해야 할 권리를 토론을 거쳐 선정한 것이다.

어린이들이 선정한 올해의 권리는 제31조 “어린이에겐 쉬고 놀 수 있는 권리가 있다”로 참석 어린이 절대 다수의 찬성으로 선정됐다.

이는 전국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일제고사의 영향으로 현재 학교마다 주간 점검이며, 중간고사 대비 시험 등 시험이 잦아져 학습에 시달리는 어린이들의 현실에 대한 불만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토론에 참여한 김유경(권곡초 5년) 어린이는 “선생님과 부모님의 ‘공부해라’ 대신에 ‘쉬고 놀아라’는 말씀이 듣고 싶다”며 “맘 놓고 뛰어놀 수 있도록 어른들이 저희 목소리를 꼭 들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중학교 1학년까지 토론에 참여한 20여 명의 어린이들은 유엔이 정한 아동권리협약을 수업을 통해 처음 알게 됐다며, 권리 협약의 각 조항에 대해 ‘정말 이렇게 가능할까요?’ 라며 놀라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나누미지역아동센터 김윤정 교사는 “어린이들이 자신들의 권리가 무엇인지 알도록 교육하는 것은 아동인권을 위해 꼭 필요한 수업”이라며 “이제는 우리의 가정과 학교, 사회가 어린이 인권에 대한 보다 깊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요청 했다.

한편 교사들은 올해의 협약으로 제24조-“어린이는 건강할 권리가 있다.”로 선정했는데, 이는 미국산 소고기 수입에 따른 광우병 감염을 우려한 것이라고 한다.

교사들은 광우병의 심각성이 일반에 잘 알려져 있는지 의문이라며 “어른들은 어린이들이 아프지 않도록 먹이고 보살피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협약 내용처럼 미국산 수입소는 어린이집, 학교, 집단 급식소 및 병원 등 어린이가 이용하는 시설에서는 절대로 사용 금지하도록 해야 하며, 조례 등을 통해, 급식시설의 식재료 원산지 공개와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수업을 통해 선정된 아동권리협약은 각 조항의 의미와 설명을 덧붙여 어린이들이 신문으로 만들어 가정으로 전달할 계획이다. 이번 어린이날에는 자녀와 손잡고 나들이하는 것으로 부모의 역할을 다 한 것으로 위안삼지 말고, 각 가정마다 어린이의 권리가 무엇이 있는지 대화해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좋을 듯.
<이정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