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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18일, 음봉면 소동리 배 과수단지에서 만난 30년 농사꾼 김현웅(63)씨의 환한 미소가 새하얀 배꽃과 잘 어울린다. 김현웅 씨는 이날 화접(인공수분)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었다. |
“새하얀 꽃잎이 열매를 맺고, 무더위와 태풍을 이기고, 지금부터 가을 수확기까지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라나 풍성한 결실로 되돌아오기를 바란다.”
최근 아산지역 과수 집산지인 음봉면, 둔포면 일원에는 배꽃이 만개해 눈부신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산과 산, 마을과 마을, 가는 곳마다 굽이굽이 넘실대는 새하얀 배꽃물결은 지난 주말 절정을 이뤘다. 이와 함께 과수농가는 비상이 걸렸다. 올해는 예년보다 개화기가 일주일 가까이 일찍 찾아왔다. 미리 예측하지 못한 농가들은 시급하게 인공수분을 도와줄 사람을 찾느라 정신이 없다.
올해로 배농사 30년째인 김현웅(63·음봉면 소동리)씨도 때 이른 여름 날씨에 큰 혼란과 소동을 겪어야 했다. 특히 올해는 꽃의 수명도 짧아졌다. 인공수분이 가능한 시간은 길어야 2~3일. 김씨는 다행히 군부대의 인력지원을 받아 급한 발등의 불은 끌 수 있었다.
이날도 김씨는 일차적으로 인공수분을 마친 과수원에서 미처 수분이 안 된 꽃잎을 일일이 찾아가며 마무리 작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음봉지역에서 생산되는 배는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최고의 맛과 당도를 자랑한다. 천혜의 자연환경과 높은 재배기술이 결합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년과 올해 배 값이 너무 떨어져 어렵게 생산한 농가들이 울상을 지어 왔다”며 긴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또 국제적인 자유무역 여파가 농촌지역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걱정이 컸다. 30년간 지켜온 삶터가 정말 몰락의 길을 걷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불안한 일기상황을 극복하고 농산물을 만들어 냈어도 가격이 하락하고, 유류·비료·각종 영농자재 등 생산원가인상, 수입산 농산물과 치열한 경쟁구도 등 극복해야 할 벽이 너무 높아 보였다.
그렇지만 김씨는 농민 스스로의 노력과 이러한 농민들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형성에서 희망을 찾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우리는 최고의 맛과 품질, 안전한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과 환경을 가졌다. 현재 만개한 배꽃이 열매를 맺고, 수확 할 때까지 희망을 갖고 가을을 준비하겠다”
눈부신 배꽃보다 30년간 농촌을 묵묵히 지켜온 김씨의 환한 미소가 더 눈부시어 보였다.
<이정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