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두 번째 수확을 맞았다.
그런데도 올해는 작년과 또 다른 감동이다. 농민의 어려운 심정, 내 심정이 됐다.
겨우 7평을 농작물 심고 심정을 알게 됐다고 한다면 감히 농민들의 마음에 누가 될지 모르겠지만 그들이 농사지은 작물은 남들보다 좀 특이한 구석이 있다.
화학비료와 살충제를 뿌리지 않고 손으로 벌레를 잡는 유기농법을 시작한 것이다.
첫 농사인 주제에 감히 농약도 없이, 겁 없이 시작한 이들의 농사는 처음부터 순탄치는 않았다. 천안아산환경운동연합은 올해 정보지와 각종 매체를 통해 환경농업을 할 도시일꾼을 찾았다. 그렇게 해서 농촌을 모르는 35가족이 뽑혔고 그들에게 7평의 땅이 주어졌다.
3.5평은 개인 경작지이고, 3.5평은 공동 경작지로 개인경작지에는 고추, 오이, 토마토 등이 심어졌고 공동경작지에는 호박, 오이, 참외, 수박, 옥수수, 가지 등이 심어졌다.
이 많은 농작물의 가짓수만큼이나 서른 다섯 가족의 사연도 특이했다. 정년퇴임한 노년의 부부에서 갓 신혼을 맞은 부부, 농사란 무엇인가 보려고 온 총각, 다 각기 출가한 세 자매가 경작하게 된 사연 등이 총 재배면적 7백여평의 땅 앞에 모여들었다.
지난 4월29일부터 시작된 이들의 무모한 환경농업에 참가 가정의 일요일은 모두 저당 잡혔다.
경작이라고는 처음 해보는 이상문(63?천안시 신부동)씨의 일요일도 그랬다.
“난 머리털 나고 처음 경작을 해보는데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었어요. 처음에 씨앗을 뿌릴 때 무엇이 나올까했는데 뾰쪽뾰쪽 싹이 나는 것이 너무 신기했죠”라며 벙싯거리는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첫 수확물을 거둘 때 도시인들이라 당황하는 일도 많았다. 파를 처음 심고 뽑았는데 거기에 재래식 화장실에서나 볼 수 있는 구더기가 득시글거렸던 것. 일순간 모두 당황했지만 흙이 건강하게 살아있다는 증거이고 그런 미생물이 살아 있었던 것이다.
배추도 마찬가지였다. 청벌레가 유난히 많았던 올해 가을 나무젓가락으로 청벌레를 잡았는데 우리나라 토종벌레라서 살짝만 나무젓가락으로 집어도 톡 터져 버리는 것이었다.
반면에 황사먼지 속에 묻어 날라 온 중국먹벌레는 잡아도 잡아도 없어지지 않아 애를 먹었다.
그래도 흙의 소중함과 환경농업의 좋은 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아이들 교육 때문에 참가했다 오히려 교육을 받았다는 구미경(35)씨는 “식물도 여유 있게 자라게 해주고 좋은 흙에 환경적으로 심으니까, 향도 좋고 싱싱하고 냉장고에 보관해도 오래 가던데요. 이제는 환경농업으로 짓지 않은 것은 못 먹겠어요”라며 “얼마 후면 외국에 나가는데 그곳에 가서도 환경농업으로 우리 씨앗을 키워 먹을 겁니다”라고 한다.
바쁜 도시인들인지라 일요일이면 갈 때도 많은터. 매주 15~16명이 돌아가며 농장을 돌봤다.
주말에만 돌보는 특성 탓에 평일 비가 오래 오지 않거나, 태풍이라도 친다면 그날 밤을 꼬박 새기 일쑤. 이때 이곳 주위 농민들의 노고도 컸다. 트랙터를 빌려주기도 하고 씨앗파종하기, 땅 가꾸기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농사 노하우를 전해 줘 환경농사를 짓는데 큰 도움을 줬다.
이럭저럭 일년이 지냈다. 식물이 자라고, 수확하고 먹으면서 환경농장 가족들은 농사도 농사지만 생명의 소중함이 깊게 자리했다. 지난 17일(토) 추수감사제는 수확에 대한 감사와 생명에 대한 기쁨이 더욱 넘쳤다.
이제 내년의 환경농사를 기약해야겠지만 아직 토지주와 상의가 되지 않아 내년 농사가 어려울지도 모른다. 그래서 환경농장 가족들은 지금 조마조마해 하고 있다. 그러나 생명을 사랑하는 마음과 감사하는 마음을 토지주도 알아 주겠지라며 애써 태연한 척 가슴을 쓸어내고 내년 농사도 올해와 같기를 희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