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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파업 노동자 이렇게 산다

등록일 2001년11월24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알루미늄 생산업체인 (주)일진 아산공장은 1백60여일째 공장에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멈춰져 있다. 대신 공장문을 열고 싶다는 근로자들의 불같은 바람이 싸늘한 공장 안에 멈춘 기계소리를 대신하고 있다. 파업 1백60여일째를 맞은 금속노조 충남본부 일진아산지회 지승일(31) 지회장을 만났다. ▲ 작년에도 1백60일, 올해도 벌써 1백60일을 넘기고 있다. 왜 장기화되고 있는지. -회사는 현재까지 개발된 노동자 탄압 수단을 모두 동원했다. 민주노총을 탈퇴하면 요구를 들어주겠다는 유치한 탄압부터, 적자라서 어렵다는 거짓 선전, 그리고 임금협상에선 동결주장까지, 그러나 굳힘 없는 노조의 투쟁에 결국은 고소와 고발, 손해배상 청구까지 하더니 얼마전 전원 해고통지서가 날라왔다. 알루늄 사업부를 폐지한다면서 퇴직금엔 가압류까지 하고 더 이상의 협상은 없다고 버티고 있다. 임금인상 교섭으로 시작했는데, 이제 정리해고 박살내고 공장으로 돌아가자는 투쟁이 된 것이다. ▲ 긴 투쟁과정에서 어려운 점이 많았을 텐데. -하지만 뭐 우리만 어려운 건 아니니까. 조합원 가족들이 난생 처음 법원 도장이 쾅 찍혀 있는 손해배상청구서를 받았을 때 놀랐던 걸 생각하면 지금도 화가 난다. 돈으로 우리의 투쟁을 밟아보겠다는 거였다. 또 노조를 감시하고 길들이려는 것이나, 파업 중에 물량을 빼돌리는 하도급 등을 우리가 고발했을 땐 모두 무혐의 처리되고, 회사가 노동자를 고소한 업무방해니 손해배상이니 하는 건 모두 처리되는 현실도 그랬다. 차디찬 천막 농성장에서 자면서도 작업장 소음과 열기가 불현듯 떠오를 때도 있었다. 그래도 함께 하는 근로자들이 있으니까 조금이나마 참을 수 있었다. ▲ 앞으로 어떻게 진행할 건지, 생활은 어떻게. -노조 활동비는 금속노조 본조와 지부에서 동지들이 마련해주고 있다. 생계비는 지금 받고 있는 고용보험으로 해결하고 있다. 앞으로 어떻게 할 건지.(웃으며) 승리해서 공장으로 돌아가는 날까지 쭉 할 것이다. 우리 소식지에 이렇게 써 있다. ‘고통 없이 행복 없다. 행복을 얻을 때까지 끝까지 투쟁하자’라고, 조합원과 함께 1백60일이 아니라 1백60만년이라도 투쟁할 것이다.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전기가 매우 소중하다는 것이다. 일진은 현재 11월1일부터 15일까지 본사앞 집회 중에 공장이 단전 단수된 상황이다. 그저 처음엔 회사가 해도 너무하다는 생각에서 시작했던 노조활동이었는데 투쟁 속에서 제가 생각해도 스스로 많이 변했다. 세상을 왜 바꿔야 하는지 알게 된 것이다. 노동자 목자르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저지르는 사업주와 이를 마치 당연한 듯 여기는 온갖 제도에 맞서 단 하루를 살더라도 인간답게 살기 위해 우리는 싸우고 있다. 지역의 많은 관심과 지지를 부탁한다. 새우처럼 눈이 구부러진다고 ‘새우아저씨’라고 불리는 총각노동자, 지승일 일진노조 위원장, 인터뷰조차 낯설지만 당당하게 살아가려는 노동자의 희망을 읽는다.
주아영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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