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랖 넓은 만능해결사 고용철 교수
'제7회 공정거래의 날' 기념행사에서 '근정포장'을 수상한 고용철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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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들이 적극적으로 자기 스스로를 보호하려고 노력해야죠. 아무리 잘 갖춰진 제도도 그 제도를 활용하려는 개인의 노력과 용기가 없다면 무용지물입니다”
순천향대학교 법학과 고용철(52) 교수 연구실 문턱이 닳고 있다.
“교수님! 애완견 미용실에 애완견을 맡겼는데, 귀에 병이 생겼어요. 어떻게 하죠?”
“교수님! 학기 초에 구입한 어학교재 반품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동료 교수나 교직원은 물론, 크고 작은 분쟁에 시달리는 학생들까지 가세해 자문을 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고 교수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학생들 사이에서 거래와 관련된 문제를 상담, 처리해주는 해결사가 돼버렸다.
최근에는 본격적인 MT시즌을 맞아 여행계약과 관련된 내용으로 문의를 하는 학생들이 줄을 잇는다. 뿐만 아니라 신용카드, 방문화장품 및 서적 반품문제, 택배, 결혼식까지 학생들의 문제는 특별한 영역도 없이 광범위하게 발생되고 있다.
특히 순천향대학교는 외지에서 유학 온 학생들이 많다보니 전·월세 등 임대차 계약에 대한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임대차분쟁은 각종 소비로 인한 분쟁에 비해 거래금액이 크다보니 중도에 학업을 포기해야 하는 경우도 발생되는 등 학생 당사자에게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되기도 한다.
웬만한 소비자 분쟁이라면 “예끼 이 녀석아! 구입하기 전에 잘 좀 알아보고 조심했어야지”라며 꿀밤 한 대와 함께 잔소리도 내겠지만, 임대차 분쟁이 발생되면 당사자인 학생보다 고 교수의 표정이 더욱 진지해진다.
고민 끝에 고 교수는 학교 홈페이지에 전·월세 등 임대차계약과 관련된 법률이나 주의사항을 게시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오지랖 넓은 고 교수의 활동은 교내에 그치지 않는다. 고 교수는 지난 1999년부터 현재까지 10년간 공정거래위원회 ‘약관심사자문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며 소비자의 권익 보호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러한 활동을 인정받은 고 교수는 지난 1일(화) 한국중견기업연합회와 중소기업중앙회 주관으로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제7회 공정거래의 날’ 기념행사장에서 공정거래 유공자로 선정돼 ‘근정포장’을 수상하기도 했다.
고용철 교수는 “약관은 사회적 약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거래와 관련된 소비자의 불만, 불평 등을 구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효율적인 도구”라며 “향후 공정거래, 경제정책에서 소비자보호를 위한 약관 등을 중심으로 소비자보호 활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정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