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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이주노동자 고 안노웨이 추모식, “노동의 자유가 있는 땅에서 편히 잠드소서”

“노동의 자유가 있는 땅에서 편히 잠드소서”

등록일 2008년01월15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온양온천역에서 열린 추모식 전국 50여 시민단체 애도행렬

“희망을 갖고 찾아 온 대한민국이 당신에겐 죽음의 땅이었습니다. 당신의 죽음 앞에서 고개숙일 수밖에 없음이 부끄럽습니다. 당신이 죽어갈 때 이 땅의 이주노동자와 함께하자고 우린 노래했습니다. 우리가 노래하는 그 시간 당신은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당신이 원한 것은 단지 일 할 수 있는 자유였고, 이 땅에서 살아갈 수 있는 권리였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일할 수 있는 자유도 권리도 없었습니다. 불법체류자라는 낙인으로 하루하루 불안한 날들, 몸이 병들어가도 치료할 길이 없는 절망의 시간들. 얼마나 고통스러웠습니까?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습니까? 이제 일하면서 행복할 수 있는 그런 세상에서 태어나길 기원합니다. 이주의 자유, 노동의 자유가 있는 땅에서 편히 잠드시길 기원합니다.”

아산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김영호씨가 어느 한 외국인 노동자의 죽음을 애도하며 지은 시다. 코리안드림을 꿈꾸던 한 노동자는 잔인한 이 땅을 원망하며 고통에 신음하다 그렇게 죽어갔다.

돈이 없어 고통에 몸부림치다 사망한 안노웨이

태국에서 온 고 안노웨이씨는 지난 1999년 한국에 입국해 천안시에서 일해 왔다. 그러나 최근 일이 없어 실직상태로 지냈다. 그러다 지난달 22일 아산시 신창면에 위치한 친구집에서 지내고 있었다.
친구집 기거 3일째인 24일, 성탄절 이브로 온세상이 축복받아야 할 바로 그날 복통을 호소하던 안노웨이씨는 신창에 있는 개인병원을 찾았다. 당시 병원에서는 질병상황이 심각하니 큰 병원으로 갈 것을 권유했다. 그러나 안노웨이씨는 수중에 돈이 없다는 이유로 병원을 가지 않았다.

그렇게 친구집에서 고통을 참던 안노웨이씨는 친구들의 도움으로 25일(화) 저녁 8시에 아산시의 한 병원을 찾았다. 그러나 그 병원에서는 도저히 치료할 수 없는 심각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보다 규모있는 순천향대학교 병원으로 옮겼다. 그렇지만 그는 26일(수) 새벽 3시30분 순천향대학교 병원응급실에서 복막염에 의한 심장정지로 끝내 사망하고 말았다.

누가 안노웨이를 죽음으로 몰았나?

“불법체류자라는 낙인으로 하루하루 불안한 날들, 몸이 병들어가도 치료할 길 없는 절망의 시간들. 얼마나 고통스러웠습니까?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습니까? 대한민국에서 미등록 이주노동자라는 이유 때문에 당신은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죽어 한 줌의 재로 우리 앞에 있습니다. 그 고통, 그 설움 어찌 다 말할 수 있겠습니까?”

아산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김영호씨는 그의 추모시를 통해 안노웨이가 죽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낱낱이 고발하고 있다.

아산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양재우 이사장은 “이 땅에 살고 있는 안노웨이씨와 같은 이주노동자들이 42만명이며 그중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절반이 넘는 22만명에 이른다”고 말했다. 실제 한 병원의 의사이기도 한 양 이사장은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은 임금이 체불되기 일쑤며, 산업재해가 자주 발생하고, 아파도 병원을 못간다. 또 미등록노동자들에 대한 과잉단속 자체가 이들에게는 큰 생존의 위협”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악덕 업주들은 미등록이주노동자임을 알면서 채용하고, 또 그것을 약점으로 잡아 제때 임금을 주지도 않고 악랄하게 착취하기도 한다고.

이에 양재우 이사장은 “한국이 세계화를 말하고 선진국을 말하지만 인권은 지나치게 후진국가다. 체류기간과 상관없이 인권과 다양한 사회적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벼랑끝으로 내몰리는 ‘불법’ 낙인

이날 온양온천역에서 열린 추모식장에는 전국 50여 시민단체들이 공동으로 ‘미등록이주노동자 합법화 및 지원대책 마련 촉구 결의문’을 채택했다.
결의문에서는 미등록이주노동자들이 건강권과 사회보장권 등 최소한의 사회안전망에서 소외되고 있어 합법화 해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결의문을 통해 “이주노동자 3년 단기체류 및 강제추방 정책 등이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여러 사회적 권리를 빼앗고 생존의 벼랑 끝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이러한 단기체류와 강제추방 정책은 결국 이주노동자들의 초과체류를 양산하고, 그에 따른 다양한 인권피해를 낳고 있다”고 성토했다.
아산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에 따르면 현재 충남에는 1만7000명의 등록이주노동자가 있으며, 그 중 70%가 천안·아산에 밀집돼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천안·아산지역 3D업종에서 지역경제에 가장 크게 이바지하고 있는 셈이다.

이들에게서 제2, 제3의 안노웨이가 발생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는 것이다.

 

이정구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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