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예산 500만원은 ‘아끼고’…의정비 인상 1000만원은 ‘챙기고’
“아산시의회는 청소년들의 꿈과 희망을 외면했다. 불과 1년 만에 1000만원 인상된 의정비는 당연하게 챙기면서 청소년들에게 매년 지원되던 예산 500만원을 아끼겠다는 것인가. 아산시의회가 도와주지 않겠다면 시민들에게 호소해 모금운동을 벌여서라도 행사는 계속 추진할 것이다.”
아산시의회(의장 이기원)가 청소년 관련예산을 전액 삭감한 것을 두고 각계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일고 있지만 아산시의회는 끝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본보 1월15일자 보도)
아산시의회는 지난달 2008년 예산안심사결과 ▶청소년거리문화축제 500만원 ▶청소년동아리미니축구대회 500만원을 전액 삭감했다. 거기다 ▶청소년수련활동지원비도 500만원을 요구했지만 이마저도 300만원을 삭감해 200만원의 예산만을 지원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청소년거리문화축제는 지난 2001년부터 작년까지 7회가 진행되는 동안 청소년들이 직접 기획하고 참여하는 축제로 청소년들로부터 호응을 얻으며 자리매김한 사업이다. 평소 입시문제와 학업스트레스로 시달리던 청소년들이 해방감과 재충전을 가질 수 있는 공간으로 지역 대표적인 청소년 행사로 발돋움하고 있었다.
청소년동아리미니축구대회 역시 지난해 8회째를 맞으며 지역 중·고등학생들의 큰 관심과 사랑을 받아왔다. 특히 지난해는 학교별로 예선전에 48개 팀이 참가신청을 할 정도로 호응을 얻었으며, 예선탈락한 팀들이 내년을 기약하며 막을 내렸다.
그러나 청소년들이 기약한 내년은 없었다. 아산시의회가 가로막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7~8년간 이어온 행사 지원금 500만원을 뚜렷한 이유도 없이 전액 삭감한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그 삭감사유에 대해서도 오로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이를 두고 아산참여예산시민네트워크는 그동안 의정비 인상을 반대해온 시민단체를 겨냥한 ‘보복성 예산심사’ 였다고 주장한다. 정확히 말하면 YMCA다. 위 두 행사는 YMCA에서 주관해 왔다. 당시 예산심사가 있던 총무복지위원회(위원장 유기준) 회의장에서는 YMCA에 지원하는 예산목록을 모두 제출하도록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아산시민모임 김지훈 사무국장은 “아산시의회는 사업의 타당성을 심사한 것이 아니라, 그 사업을 주관한 단체가 의회에 협조적인가 비협조적인가를 심사한 것이다”라며 “눈 감고, 귀 막고, 듣고 싶은 말만 골라 듣겠다는 의회가 진정한 민의를 대변할 수 있겠냐”며 비난했다.
뿐만 아니라 장애인들의 사회적 일자리 창출과 자립기반마련을 위해 추진한 ▶장애인보호작업장지원사업비 5000만원도 인정할 수 없다며 전액 삭감했다. 이 사업을 추진한 단체 역시 의정비 인상을 반대해 왔었기 때문은 아닐까.
어느 지방일간지에서는 “한 시민단체 회원이 의정비 삭감을 지나치게 요구해 이 단체의 예산을 삭감하기로 의견을 모았다”는 내용을 폭로해 시민단체들이 ‘해명과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나 의회는 미동도 않고 오히려 일부 의원들은 노골적인 불쾌감만을 표했다.
청소년예산삭감과 관련해 몇몇 의원과 접촉해 봤지만 분명
한 삭감사유를 밝히는 의원은 없었다. 심지어 그 사업내용이 무엇인지 조차 모르는 의원도 있었다. 또 모 의원은 “삭감된 예산에 대해서 일일이 의회에서 그 이유를 설명해야 하는가”라며 불쾌감을 표하기도 했다.
지난해 아산시의회 회기는 85일이었다. 그러나 극히 몇몇 의원을 제외하고는 의석을 비우기 일쑤였다. 심지어 위원장과 질문하는 시의원 단 두 명이 의석을 지킨 적도 있었다. 이러한 의회의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지난해 의정비 2774만원이 불과 1년 만에 3720만원으로 1000만원 가까운 인상을 보였다. 이에 대해서는 의회 자체적으로 아무런 이의제기가 없었다.
5~6명으로 팀을 구성해 경기를 갖는 청소년미니축구대회는 올해 5월 개최될 예정이다. 이곳에서는 청소년들이 땀과 먼지에 온 몸을 적신 채 풋풋하고 싱그러운 젊음의 열기를 발산할 것이다. 새 학기가 시작되자마자 준비한다고 해도 불과 2개월여 밖에 남지 않는다. 올해는 이 대회를 위해 청소년들이 아산시의회를 원망하며 모금함을 들고 거리로 나올지도 모른다.
아산시민들은 청소년지원예산 500만원을 아낀 아산시의회에 과연 박수를 쳐줄 것인지 심각한 고민을 해봐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