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우리 토종개는 찾아보기 조차 힘들어졌다. 너도나도 외국산 애완견들을 순종이라며 안고 다니는 모습이 쉽게 눈에 들어온다. 길거리에 버려진 국적불명의 개들끼리 또 다른 종을 번식시켜 또 다른 사회 문제로 야기되기도 한다.
개나 고양이 등 집에서 기르던 애완동물이 주인으로부터 버림받으면 어디로 갈까.
올해 11월 현재 아산시에서 발생한 유기동물 처리건수는 총 116건으로 나타났다. 아산시 축산과에서 아산시의회 여운영 의원에게 제출한 행정사무감사 자료에 따르면 주인으로부터 버림받거나 집을 잃은 동물은 대부분 개였으며 총 96건의 유기견이 신고 됐다고 밝혔다. 이 중 63건은 새 주인에게 분양됐고, 29건은 안락사 처리된 반면 주인 손에 되돌아간 동물은 4마리에 불과했다. 주인 잃은 고양이도 20마리가 신고 돼 포획해 불임처리한 후 다시 방사시켰다.
사람들에게 발견되지 않고 거리를 떠돌거나 신고되지 않은 개들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는 추측도 가능하다.
유기동물이 발견되면 30일 안에 생사의 기로에 서게 된다. 행정기관에서는 포획 당시 품종, 연령, 성별, 건강상태, 포획당시 사진 등을 10일간 공고한다. 그 안에 주인이 나타나면 집으로 되돌아 갈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희망하는 시민들에게 무상으로 분양을 해준다. 그러다 30일이 지나면 개는 안락사 처리되고, 고양이는 불임수술을 한 후 방사시킨다.
유기 형태도 가지가지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노인정, 교회, 주택가 골목뿐 아니라 인적이 드문 산이나 계곡에 버리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유기견 중 잡종보다 족보와 혈통을 갖춘 애완견이 많다. 시추와 코카스파니엘, 말티스, 푸들, 미니핀, 요크셔테리어, 뽀메리안 등 애견가들 사이에서는 알만한 개들도 거리로 쫓겨나고 있다.
처음에는 피부병이 있거나 늙고 병든 개들이 주로 버려졌는데 건강하고 혈통이 잘 알려진 개들도 유기 되고 있다고 한다. 대학가와 역전 등에서도 애완견 유기가 늘고 있다. 이사철인 봄, 가을이면 더 많은 개들이 거리에 버려진다고 한다.
한 동물병원 관계자는 “한때 방송매체의 유행을 등에 업고 무분별할 정도로 애완동물 수입이 급증했다. 너도나도 유행처럼 동물을 길렀고, 동물들은 몇 차례 번식과정을 거쳐 추정이 불가능할 정도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지금 와서 그 후유증을 앓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거기다 경기침체까지 장기화되며 하나 둘 기르던 개들이 애물단지로 전락해 길거리에 버려지고 있어 더 안타깝다”고 말했다.
여운영 의원은 “동물을 분양 받으려면 최소한 자신의 상황을 충분히 고려해 책임감을 갖고 길러야 한다. 그러나 일부 사람들이 준비도 없이 즉흥적으로 동물을 분양 받았다가 처리를 못해 버리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