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가 '땡벌' 부르는 재미에 푸욱 빠져있는 동호.(사진제공 동호엄마 김성림씨)
"엄마, 땡벌 틀어줘!”
자폐성발달장애를 안고 학교생활을 하고 있는 동호(14). 때문에 동호는 일 년 늦게 학교생활을 시작했다. 동호가 언제부터인지 땡벌을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엄마 김성림(41)씨에게는 놀라운 발견이었다. 처음에는 너무도 신기하고 기특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유행가를 부르는 동호. 동호의 새로운 관심사가 엄마를 흥분시킨 것이다.
엄마는 매사에 심드렁하거나 어떤 사물에도 관심을 보이지 않던 동호가 유행가 땡벌을 들려달라고 하자 적잖이 놀랐다. 만사를 제쳐두고 인터넷을 뒤져 음악을 찾아 땡벌을 들려줬다고 한다.
그런데 막상 음악을 틀어 놓으니 갑자기 자기 방으로 쪼르르 들어가 버리더란다. 음악이 별로인가 해서 꺼버렸더니 다시 나와서 또 틀어 달라며 보챘다고 한다. 이게 동호의 살아가는 방식인가 보다.
본인의 관심사를 직접적으로 표현하지는 않지만 멀리서 몰래 즐기는 것이다. 무심한척, 그러면서도 보고, 듣고, 느끼고…. 이것이 지난 14년간 동호를 지켜본 엄마의 해석이다.
동호가 “난 이제 지쳤어요 땡벌~” 하며 노래를 부를 때 엄마야 말로 지쳤던 몸과 마음이 힘을 얻고, 얼마나 흐뭇하고 행복하던지 눈물까지 왈칵 솟아나더라고.
동호가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 걱정하며 초등학교 입학식장에 들어서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졸업반이 됐다. 유행가 한 소절 들으며 행복을 느끼는 순수한 동호.
그러나 요즘에는 동호의 이 작은 행복을 빼앗는 아이들이 있다고 한다. 땅에 떨어진 과자를 주워 먹으라며 놀리는 짓궂은 친구들. 그것을 친구의 호의로 알고 주워 먹는 동호.
이제는 어느 정도 친구들이 동호를 이해할 줄 알았는데, 엄마의 마음이 또 아파왔다. 반면 동호의 편이 돼주는 기특한 친구들이 더 많다고 한다. 학교에서 동호를 살뜰하게 살펴주는 고마운 아이들.
엄마는 이제 더 이상 실망하지 않겠다고 마음먹는다. 이 과정 역시 동호가 이 사회를 배우는 과정이기에. 엄마는 오늘따라 동호를 행복하게 해주는 땡벌이 고마워 다시 한 번 라디오 볼륨을 높였다. “당신을 사랑해요 땡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