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겁고 지루한 대학졸업식장 분위기가 사라지고 있다.(사진은 순천향대 졸업식장에서 펼쳐진 응원단과 학군단의 텔미댄스 공연장면)
재미없고, 지루하고, 무겁고, 산만한 졸업식은 가라.
지난 21일(목) 열린 순천향대학교(총장 서교일)의 새로운 졸업식 풍경이 눈길을 끌었다.
순천향대학교는 이날 학위수여식장에 나타나지 않는 졸업생을 식장에 참석시키기 위해 갖가지 아이디어를 만들고 전통적인 학위수여식장 분위기를 확 바꿔버렸다.
순천향대는 지루한 졸업식을 개선하기 위해 이번 학위수여식에서 단상의 수상자를 대표 3명(이사장상, 총장상, 총동창회장상)으로 축소하고 기타 수상자는 행사 팜플릿에 기록해 호명으로 대체했다.
또 ‘훌륭한 어버이상’과 ‘졸업생 대표 답사’를 신설하면서 종전 학위수여식을 간소하면서도 의미를 갖도록 하는데 역점을 두었다.
여기에 축하무대로는 재학생 학군단후보생들과 응원단 썬시아가 그룹 원더걸스의 ‘텔미’를 율동으로 선보여 축제분위기를 연출했다.
졸업식장 주인공은 부모님
순천향대 졸업식의 주인공은 학생이 아니라 지난 4년간 어려운 환경에서도 묵묵히 뒷바라지를 해준 학부모였다.
순천향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는 박선재(23)씨는 뜻 깊은 학위수여식을 가졌다.
대학이 이번 학위수여식에서 4년간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생활보호대상자) 자녀에게 꿋꿋하게 졸업할 수 있도록 뒷바라지를 아끼지 않은 박씨의 부모님을 초대해 ‘훌륭한 어버이상’을 제정해 시상했다.
이날 박씨는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으로 선택했던 것은 부모님 때문이었다. 앞으로 부모님처럼 불편하고 어려운 우리 이웃의 많은 장애우들을 위해 열심히 일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졸업식의 주인공은 졸업하는 박선재씨가 아니라 아버지 박요주(53)씨와 어머니 김영희(48)씨였다.
박선재씨는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한 후 줄곧 우수한 성적을 유지하면서 학회장, 과대표, 근로를 통해 성적장학생, 근로장학생 등 학과의 대표적인 학생으로 활동해왔다.
박선재씨는 졸업을 앞두고 근무하고 있는 서울시중부여성발전센터에서 회원들을 대상으로 취업에 대한 상담과 도우미로 근무하고 있다.
박선재씨는 사회복지분야에 근무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경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이 일을 택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박선재씨의 긍적적인 사고를 갖게한 것은 부모님의 무한한 사랑이 원동력이었다고 한다.
현재 아버지는 지체장애 2급으로 일을 하는데 어려움이 있고, 어머니는 뇌졸중에도 불구하고 부업으로 생활비를 보태고 있는데 이번 박씨의 취업으로 생활보호대상자 지원이 중단될 처지에 놓여 한편으로는 고민이 크다고.
학사모를 쓴 졸업생들이 졸업식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