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발시위를 벌이고 있는 교수와 학생의 표정이 침동해 보인다.
로스쿨유치에 실패한 선문대학교 교수와 학생들이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삭발시위를 하고 있다.(사진 왼쪽부터 고재종교수, 김홍석교수, 김경호 학생)
지난달 30일(수) 발표된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예비인가대학 결정에 대해 그동안 유치준비를 해온 대학은 물론 지역 각계의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다.
특히 로스쿨 유치를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했던 선문대학교(총장 김봉태) 학생, 교수, 교직원, 동문, 지역주민 등 400여 명은 지난 1일(금) 교육부와 정부종합청사를 항의방문한데 이어 지난 3일(일)에는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대학교수들이 삭발시위를 하는 등 반발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충청남도로스쿨유치위원회, 충남지역발전협의회, 아산시의회 김응규 의원, 충남도의회 이기철 의원, 박상돈 국회의원(천안 을) 등도 이번 로스쿨 예비인가대학 결정에 대한 항의 성명을 잇따라 발표하며 교육부를 압박했다.
로스쿨, 어떤 대학이 결정됐나
지난달 30일(수) 발표된 로스쿨 결정에 대해 교육부와 법학교육위원회 등에 따르면 수도권 지역 15개, 나머지 권역에서 10개가 예비 인가됐다. 서울권역(서울·인천·경기·강원지역)은 건국대, 경희대, 고려대, 서강대, 서울대, 서울시립대, 성균관대, 연세대, 이화여대, 중앙대, 한국외대, 한양대, 아주대, 인하대, 강원대 등 15개 대학이 선정됐다.
대전·충청권역은 충남대와 충북대, 영남권역은 경북대, 영남대, 부산대, 동아대, 호남권역은 전남대, 전북대, 원광대, 제주대 등이다.
최대 150명이 정원인 입학정원은 서울대만 150명이 배정됐으며, 고려대, 연세대, 성균관대에는 각각 120명이 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대학들은 40~100명의 입학정원이 배정됐다. 로스쿨 첫해 총 입학정원은 2000명이다.
법학교육위원회는 사법시험 합격자 수 등 심사기준에 따라 채점으로 선정대학을 가렸으며, 지역 균형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번 선정된 25개 대학은 법학교육위원회 최종 회의에서 결정된 것이며 향후 제대로 운영하는지를 조사한 뒤 10월에 최종 선정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문대, 로스쿨 유치 준비 물거품 되나
로스쿨 선정에서 충남도가 배제되자 지역 주민과 대표들도 충남홀대라며 항의시위에 동참했다.
이번 로스쿨 결정에 대해 전국적으로 희비가 교차되는 가운데, 그동안 유치를 위해 숨 가쁘게 달려왔던 선문대의 충격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선문대는 39만여㎡의 부지를 갖춘 연면적 1만4500여㎡의 6층 독립건물에 로스쿨을 준비했다. 또 로스쿨 유치에 필요한 모든 관련 시설 준비를 완료하고, 발표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시설에는 일반강의실 70개, 대강의실, 교원연구실 40개, 법학전문도서관, 모의법정, 세미나실 13개, 전산실 9개 등이 포함되고, 특별히 로스쿨 학생 전원을 수용할 수 있는 독립형기숙사도 갖췄다.
선문대측에 따르면 그동안 로스쿨 전용캠퍼스 준비를 비롯한 직간접적인 투자비용이 2000억원 이상일 것으로 추정했다. 선문대로스쿨 유치단장 류승훈 교수는 이번 결정에 대해 일곱가지 조항을 들며, 조목조목 반박문을 발표했다.
▶서울지역 15개, 지방 10개 예비인가 대학을 배정한 것은 교육인프라와 교육수요에 대한 수도권 집중 가속화 ▶지방권역 선정대학은 대부분 거점국립대학이고 사립대학이 대부분 제외됐는데 이는 교육의 민주주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헌법상 이념에 배치 ▶인가신청대학 소속교수의 심사위원회 배제여부와 공정한 심사기준 ▶사법시험 합격자수를 기준으로 삼은 점은 정의로운 법조인 양성을 목표로 추진하는 로스쿨 설립취지에 정면 위배 ▶현지조사결과에 대해 이의신청 했음에도 불구하고 해명이나 결과통보 없이 심사의 투명성조차 결여된 상태에서 결과발표 ▶새로운 법학교육제도를 도입하면서 사전예고도 없이 미래지향적인 기준이 아닌 특정학교에 유리하도록 기준을 수정해 과거실적에 치중한 평가는 모순 ▶로스쿨 도입취지 퇴색으로 정당성이 결여됐고, 탈락대학의 반발이 큰 상황에서 정상적인 법학교육이 가능할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교육정책의 수도권집중과 지역차별 주장
선문대에서 로스쿨 전용캠퍼스로 활용하기 위해 준비한 천안캠퍼스.
선문대 정희성 부총장은 “충남은 대전과 엄연히 독립된 행정구역이며, 결코 대전에 소재하는 대학이 충남도를 대표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남도에 배정되지 않은 것은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로스쿨 운영에 관한 법률의 취지에 역행하는 것이며, 충남에 대한 지역차별”이라며 반발했다.
아산시의회 김응규 의원은 “아산시는 교육특구지정, 황해경제자유지역 선정 등 국제적인 경제교육도시로 부상하고 있다. 청와대와 교육부는 지역균형발전을 감안해 로스쿨 1도1광역시 1개선정 원칙을 이행하라”고 주장했다.
충청남도의회 이기철 의원은 “충남은 200만명 이상의 인구가 거주하고, 50여 개 대학과 13만개의 기업체가 집중돼 있으며 대한민국 전체 경상수지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행정복합도시 건설, 도청의 홍성이전, 당진을 중심으로 한 황해자유무역지구설치 등으로 어느 지역보다 발전가능성이 크다. 대전보다 오히려 큰 규모의 지역을 대전권으로 평가하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박상돈 국회의원은 “충남은 엄연히 독립된 지방자치단체며, 대전시에 소속된 일개 구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전이 충남을 대표하는 것으로 판단한 것은 지방자치를 천명하고 있는 헌법정신에 반하는 것이며, 지역차별”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