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약한 냄새가 현충사 일대를 감싸 안고 있다.
그러나 어느 누구 하나 이 냄새를 역겹다고 말하진 않는다. 오히려 이 냄새를 찾아오는 이들의 발길이 늘고 있다.
은행나무가 4km 넘게 줄 서 있는 현충사 옆 국도에는 가을수확이 한창이다.
은행에서 고약한 냄새가 나기는 하지만 은행잎과 열매는 해소, 천식에 좋다 해서 현충사 근경 은행나무가 한때 수난을 겪기도 했다.
현재는 과실이 열릴 때쯤 분양공고를 내어 시에 일정정도의 돈을 낸 뒤 따가고 있다. 이 돈은 다시 가로수를 관리하는데 쓰인다.
“올해도 은행나무가 풍년이네요. 10m 정도밖에 안 털었는데 1톤 트럭 2차가 나왔으니..”
박천식(풍기동)씨는 은행나무 터는 것을 매년 도와주고 일당을 받고 있다.
긴 망사를 은행나무 아래에다 대고 나무 잘 타는 인부가 두어명 올라가 나무를 흔든다. 그러나 나무를 흔드는 데도 요령이 있다.
“아무리 병충해에 강한 은행나무라도 잘못 흔들면 나무가 몸살을 앓아 다음해에는 열매가 많지 않다”고 박씨는 말한다.
더구나 떨어질 위험성도 높아 보통 기술자가 아니면 나무 오르기 힘들다고. 또한 밑에서 망사를 펼치고 열매가 떨어지기만 기다리는 사람과도 손발이 잘 맞아야 한다며 은행나무 열매를 수확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임을 강조했다.
황순옥(염치읍)씨는 “작년에도 여기 일하러 나왔었는데 은행 냄새가 배어 한동안 사람 옆에 못 갔다”며 “그래도 해가 다르게 결실을 맺어주는 나무를 보며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황씨도 박씨도 내년에는 더 고약한 냄새가 현충사에 풍겨주길 바라며 꼭대기를 알 수 없는 은행나무를 한없이 바라보며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