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원 사태가 지역사회에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조금이나마 지역에 관심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문화원 사태를 도마 위에 올려놓는다. 수년간 전국 최우수 문화원으로 각광받아왔던 천안문화원. 하루 아침에 각종 비리혐의로 세상에 알려진 사태에 대해 당황스러워했던 사람들이 이제는 문제의 본질을 찾기 위해 냉정해지고 있다. 권 신임문화원장과 사무국장은 처음부터 대립각을 세우고 있었다. 이 때문에 사무국장이 ‘시의원’ 출마를 심각하게 고려한 적도 있었다. 22년 동안 한 우물만 파왔던 사람이 보금자리를 박차고 나오는 게 어려운 일이지만, 그만큼 스트레스가 강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번 일련의 사태를 바라보면서 ‘이사회’가 제 역할을 해왔다면 결과가 달랐을 것에 아쉬움이 크다. 문화원은 가족적인 개념을 갖고 있다. 50만의 대도시에 진입한 천안시의 문화원에 총 8명의 직원이 업무에 임해왔다. 문화원장과 사무국장, 그리고 몇몇 직원이 평생직장처럼 운영해 왔던 것이고, 이들의 업무행태에 깊이 관여해 온 곳이 없었다. 그만큼 밀폐된 공간이었음이 이번 사태를 통해 드러났다.이번 사태를 보면 이사회의 역할이 무엇이었는가 의구심이 든다. 문화원 내에 심각한 문제가 또아리를 틀고 지난 1년 반을 괴롭혀왔는데도 이사회가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것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문화원장은 이사회를 신뢰하지 않고 있었다. 이사회도 자신들의 역할에 불만이 많은 듯. 올해 들어서도 4번 밖에 회의를 갖지 못했다며, 문화원장이 소집요구를 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형식적인 이사회’이다 보니, 천안시의 각종 심의위원회 역할보다도 못한 취급을 받아온 것으로 보인다.이제라도 문화원 이사회를 바로 세우자. 이사회가 제 목소리를 낼 때 문화원이 건전해질 수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문화원장에 대한 자질문제부터 내부의 각종 운영실태나 현안문제가 이사회를 통해 안건으로 채택되고 가장 옳은 방향에서 결정될 수 있도록 이사회 위상을 높이는 것이 관건이다. 문화원이 독단·독선에 빠지고, 각종 비리의혹에 시달리며 내부적인 심각한 마찰로 집단사퇴에까지 이르는 작금의 현실을 바라보며 많은 이들이 이사회의 제 역할을 해주기를 원하고 있다. 이번 사태로 개개인의 갈등고리만 해소하고, 법적 문제점만 찾아내기 보다는 좀 더 넓은 안목으로 이사회 위상을 되찾고, 문화원의 재정립을 통해 거듭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을 기대한다. 이사회가 만장일치로 승인한 권 원장에 대해 이제는 자질문제를 들어 용퇴를 원하고 있는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