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난 여자’에서 강성연은 사랑하는 사람과 맺어지지 못한 채 기구한 운명을 살아가는 한 여인의 파란만장한 삶을 연기한다.
지난해 큰 인기를 끌었던 SBS 주말극 ‘덕이’에서 악독한 ‘귀진’ 역을 맡아 주목을 끌었던 강성연은 두번째로 도전한 시대극 ‘소문난 여자’에서 일대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다.
강성연이 맡은 극중 ‘정님’은 늘 고되고 부대끼는 삶을 살지만 굴복하기보다는 굳은 의지로 운명을 개척해 가는 여성이다. 사랑을 방해하는 어머니도, 자신의 삶을 굴절시키는 남자들도 포용하며 힘든 상황을 연기한다. 한 여자의 파란만장한 삶을 연기해야 하는 만큼 연기자로서 부담도 크다.
강성연이 또래 젊은 연기자들처럼 드라마에서 예쁘게 보이고 빛날 수 있는 연기를 거부하고 굳이 시대극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대답은 간단하다. 강성연은 ‘스타’보다는 ‘연기자’로 평가받길 원하는 욕심 많은 탤런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품을 선택할 때도 신중하다. 무엇보다 가장 신경을 쓰는 것은 맡은 역할에 대한 캐릭터 분석. 조연이냐 주연이냐는 중요하지 않다. 그 인물이 작품 전체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고 파생력이 있는가를 가장 깊이 생각한다.
“주인공이라도 술에 술 탄 듯, 물에 물 탄 듯 작품에 묻어서 가는 역할이라면 안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해요. 조연이라도 작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확실한 연기를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강성연은 “예뻐 보일 수 있는 트랜디 드라마는 비교적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만 한 여인의 파란만장한 삶을 연기할 수 있는 기회는 그다지 쉽지 않다”고 똑 부러지게 말한다.
이런 강성연의 연기에 대한 열정 때문인지 ‘소문난 여자’는 중반을 넘어서면서 거센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타 방송사의 9시 뉴스와 경쟁하는 시간대에 편성되어 시청률에서 악조건이 예상되지만 평균 15∼17%의 꾸준한 시청률을 보이며 선전하고 있다. 가끔은 MBC ‘뉴스데스크’를 앞질러 화제가 됐을 정도다.
이 같은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기존에 그녀를 좋아하던 젊은 팬들뿐 아니라 최근에는 중장년층에서도 강성연이 분한 ‘정님’이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가는 곳마다 아줌마 팬들의 응원을 받는 것은 물론이다. 극중 ‘정님’이가 사랑하는 사람과 맺어지지 못한 채 기구한 운명을 지고 살아가는 모습이 주부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리며 가깝게 다가간 것. 이 때문에 백화점이나 사우나 등 어디 할 것 없이 그야말로 강성연이 ‘뜨는’ 곳은 난리가 난다. 강성연 스스로 ‘피부에 와닿는 연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셈이다.
강성연은 요즘 ‘정님’이라는 역할에 몰두해서인지 ‘아줌마’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나이에 맞지 않게 성숙해졌다는 의미.
얼마 전에는 젊은 여자 연기자들이 가장 꺼려한다는 임산부 연기에 도전, 출산의 고통까지 연기했다. 더운 여름철에 가을을 배경으로 촬영을 하다 보니 배에 솜을 잔뜩 덧댄 까닭에 솜 안으로 땀이 배어 온몸에 땀띠가 다 났을 정도.
출산 장면을 찍을 때는 하루종일 신음하는 연기를 펼쳐 목이 잔뜩 쉬기도 했다. 스태프들이 이런 강성연을 보고 ‘한번 낳아본 솜씨 같다’며 짓궂은 칭찬(?)까지 던졌을 정도.
강성연은 드라마에서 한층 탄탄해진 연기력을 인정받은 데 이어 가수 분야에도 도전, 만능 엔터테인먼트가 되기 위해 맹연습 중이다.
성악과 출신으로 이미 방송가에서는 빼어난 노래실력으로 소문이 자자한데, 그 때문인지 데뷔 초부터 음반을 내보자는 주위의 요구가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당시는 갓 데뷔한 신인이라 엄두도 못 냈지만 ‘더 늦으면 안된다’는 판단이 선 후에 본격적인 음반 작업에 나섰다. 이미 지난 3월 초부터 서울 청담동 연습실에서 노래공부를 시작했으며, 촬영이 없는 날은 전문 노래강사의 지도 아래 일주일에 이틀씩은 꼬박 노래 공부에 매달리고 있다. 얼마나 열성인지 아무리 바쁜 스케줄이 있어도 노래 교습만은 절대 빼먹지 않는다고. 현재는 댄스곡처럼 톡톡 튀는 곡보다는 부드러우면서 감미로운 발라드곡 위주로 목 틔우기에 열중하고 있다.
강성연의 첫 음반에는 발라드와 댄스곡 등 10여곡 내외가 담길 예정. 특히 이번 앨범에는 작곡가 김형석 등 국내 최정상의 뮤지션들이 대거 참여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숨가쁘게 돌아가는 국내 가요계에서 댄스 일변도의 분위기에서 벗어나 “사람들 입에 오랫동안 오르내리는 노래를 부르고 싶다”는 야무진 포부도 갖고 있다.
유행에 따라 흔들리기보다 자기 나름대로의 소신과 열정을 가지고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강성연에게 나이답지 않은 ‘프로의식’이 엿보이는 것은 이 때문이 아닐까 싶다.
<주간현대/이상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