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데도 불구하고 근심스런 어머니를 보며 환하게 웃어 보이는 기혁군.
어려운 형편 알고 아프다고 말하지 않는 착한 아들방학을 맞은 아이들이 신나는 여름한 때를 보내고 있지만, 활동하기 좋아하는 기혁(13·읍내동)이는 밖에 나갈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작년 10월 악성림프종 수술을 받았지만 아직 더 치료를 요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기혁군이 11살 때 일이다. 어머니 신혜정(37)씨가 기혁군의 목 뒤에 이상한 덩어리가 잡히는 것을 느꼈다. 대수롭지 않게 여겼으나 점점 커져 급기야 동네 병원을 찾아갔다. 기껏해야 고름정도라고 여겼던 것이다. 하지만 수도권 종합병원을 찾으라는 의사의 말이 떨어졌다. 부랴부랴 찾아간 대학병원에서는 여러 가지 검사를 했고 어머니 신씨는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진단결과는 ‘악성림프종’이었다. “생전 처음 들어본 병명이죠. 그게 뭐냐고 자꾸 물어봤지만 수술 안 하면 죽는다는 대답만 돌아왔습니다” 어머니 신씨는 그때만 생각하면 눈시울부터 젖어온다. 악성림프종은 암의 일종으로 우리나라에 약 5% 정도로 다른 암에 비해 훨씬 낮은 수치지만 발병 경과가 오래 지날수록 수술이 어려운 질병이다. 더구나 림프를 타고 생기는 병이라 수술 이후에도 재발률이 높아 평생토록 관리를 해주지 않으면 안 되는 질병인 것. 다행히 기혁이는 이웃의 많은 사랑으로 악성림프종을 작년 10월에 수술했다. 하지만 수술후 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많은 이웃들의 관심으로 무사히 수술은 끝났지만 앞으로 재발을 방지할 수 있는 비용이 턱없이 모자라는 형편”이라고 어머니 신씨는 말한다.현재 아버지 윤선희씨도 직업이 없는 데다 정부에서 보조해 주는 기초생활수급비 90만원으로는 매달 기혁이에게 들어가는 병원비 대기도 빠듯하다. 신씨도 선천적으로 다리가 불편한 장애인인지라, 일을 구하기도 쉽지 않다. 기혁군은 “부모님이 나를 위해 고생하시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며 “빨리 나아서 저를 도와준 이웃분들과 부모님께 보답하고 싶다”며 제법 어른스럽게 말을 한다.지난 한해 병원신세를 지느라, 제대로 학교를 다니지 못했지만 이제 학교를 다닐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기혁이가 좋아하는 태권도와 축구는 엄두도 못 내고 있는 형편이다. 아직 많이 움직이면 안 되는 데도 기혁이는 자꾸 움직이고 싶어 한다. 그런 아들을 보면서 신씨의 가슴은 찢어진다. “어떤 때는 약을 걸러서 먹을 때도 있어요. 약값이 많이 나오니까, 그럴 때 기혁이가 먼저 알고 ‘엄마 나 약 안 먹어도 돼. 다 나았어’ 그러더라구요”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수술을 할 때보다 수술 후의 관리가 더 필요한 기혁군. 이웃들의 끊임없는 사랑에 감사하면서도 어려운 생활에 약도 제대로 먹지 못하는 내일이 있다는 게 기혁군에게 또 다른 병을 남겨주는 것은 아닐지. 방학중인 기혁이는 나가 놀고 싶어 하지만, 어머니 신씨는 아들을 말리며 컴퓨터 앞에 아들을 앉힌다. 기혁이가 태권도 단증을 따고 찍은 옛날 사진을 보며 기혁이 부모는 쓰린 가슴을 쓸어내리며 하루를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