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나 라면 각종 먹거리들로 가득한 두어평 남짓한 노점상 안에 침통한 표정으로 상인들이 앉았다.
죽을 각오를 해서라도 노점상을 지키겠다는 이들은 이제 아무 두려움도 없다. 장사를 그만 한다는 것이 곧 죽음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절대로 이 작은 상점을 내줄 수 없다고 생각한다.
현충사 주차장이 오는 4월1일부터 유료주차장으로 변하며 이곳에서 오랫동안 노점상을 운영하던 상인들이 상점을 철거해야만 한다.
그러나 아직 노점상을 철폐하라는 행정명령이나 법적인 허가가 난 것은 아닌데도 이 유료주차장 위탁관리를 맡게 될 민간단체 해병전우회 아산지회가 노점상 철거에 앞장을 섰기 때문이다.
법적 권한은 없어도 성지를 보호하겠다는 명목으로 노점상을 철거하겠다는 이들의 무력 앞에 노점상인들은 끈 하나로 한쪽은 상가를 매고 한쪽으로는 자신의 목을 맸다.
언제 철거를 실행하든지 상점과 같이 가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내가 죽는 것이 상점이 죽는 것이고 자식새끼 죽는 거여”라며 죽음이란 말을 내뱉어도 결코 두렵지 않다는 듯 말을 이었다.
두 아들이 모두 장애를 입어 생활이 빠듯한 한 노점상인은 “죽기 전에 저그들 살게끔 해줘야 하는데. 이제 그나마도 못하게 됐다”며 가슴을 쳐 내렸다.
이들을 말없이 지켜보던 한 관광객은 “어디를 가든 노점상은 있기 마련인데 이들이 생계를 한다는 것이 잘못이냐”며 취재기자를 나무라기도 했다.
해병전우회 아산지회는 “비위생적이고 세금도 내지 않는 불법 노점상이 민족의 성지에 들어와 관광아산의 이미지를 훼손하고 있다. 우리는 주차관리를 위탁받았지만 그보다 먼저 성역지를 지키기 위해 이같은 노점상 철거에 나섰다”고 말했다.
과연 역사와 민족을 지키려 했던 충무공 이순신 장군은 이들의 다른 주장 앞에 어떤 편에 거북선을 만들어 줬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