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자가 살인 당일 사용한 가발과 의류 등
가발 준비 등 치밀한 계획-염력이 강해 살해했다 진술종교간 의견대립 있었는지 여부도 주목지난 4일(월) 오전 8시20분 아산시 권곡동 조양네거리 앞 노상에서 발생한 20대 여성 피살사건 피의자가 검거됐다. 8일 아산경찰서는 김모씨(여·29)를 살해한 이모씨(35·남)에 대해 살인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피해자 김모씨는 이날 출근하기 위해 동료차를 기다리던 중, 피의자 이씨가 미리 준비한 흉기에 복부를 찔러 이송 도중 숨졌다. 아산경찰서에 따르면 숨진 김씨는 이씨와 모 종교 시설에서 남녀가 따로 생활을 해오면서 피의자 이씨를 무시하고 사생활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앙심을 품어오다 이 같은 일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이씨는 김씨가 빨래감을 방치하는 감정이 있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수차례 대화 시도를 했으나 번번이 무시를 당해왔다고 진술했다. 이씨는 지난달 23일 인터넷을 통해 여자용 가발을 구입하고 이어 과도, 마스크, 모자, 범행 후 갈아입을 옷을 준비하고 같은 달 30일 출근하던 김씨를 만나 감정을 해소하려 했으나 출근을 이유로 재차 무시하자, 살해를 결심하고 지난 4일 출근하려던 김씨의 복부를 찌르고 달아났다가 4일 만에 검거됐다. 또 범행 당일 알리바이를 위해 새벽에 아산시 모종동 모 아파트 공사현장으로 출근했다가 중간에 빠져나와 살인을 저지른 후 다시 공사현장으로 돌아와 태연히 일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경찰은 이씨가 범행 장소에서 5백여m 떨어진 터미널 주변에 범행에 사용한 유류품을 버렸다고 진술함에 따라 병력 1백여 명을 동원,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또 확보한 가발과 의류 등을 압수해 국과수에 감식을 의뢰할 예정이다.종교영향 있었나 주목이번 사건이 종교의 영향이 있었던 것은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D종교의 한 분파로서 아산시 모종동 모 빌딩에서 다른 신도들과 함께 집단 주거생활을 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피의자 이씨는 “그 여자(고 김모씨)가 염력이 강해 함께 생활하는 사람들을 괴롭혀 왔다”며 “다른 사람이 하지 못한 일에 내가 대신 총대를 맨 것”이라고 말해 종교와의 연관성을 시사했다. 그러나 고재권 수사과장은 “종교와 연관성은 분명치 않다. 이 종교 관계자들과 얘기해 본 결과 평소 김씨와 이씨가 사이가 안 좋아 앙심을 품어왔고 종교단체 내에서도 돌출행동을 많이 해 지적을 받아왔다는 정황을 듣고 체포하게 됐다”며 개연성이 없음을 내비쳤다. 그는 또 “피의자가 평소 소심한 데다 자신의 감정을 잘 드러내지 못하는 성격이라, 이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아바타가 범인검거 한몫이번 사건 용의자가 까만색 꽁지머리를 하고 있었다는 주변 목격자의 진술에 따라 몽타주가 하루 만에 완성돼 아산시내 플래카드로 걸려졌다.몽타주 작성이 이렇게 빨리 된 데는 아바타의 공로가 컸다. 이날 아버지 차에 타고 등교 중이던 여자 초등학생이 용의자의 외모를 정확히 기억해 냈다. 출근길이라 목격자가 많았음에도 용의자가 모자를 눌러쓴 데다 마스크까지 착용하고 있어 범인검거가 쉽지 않았다. 대부분의 목격자들은 용의자가 꽁지머리를 하고 있었다고 진술했으나 초등학생이 정확히 기억해 낸 것. 인터넷 상의 아바타 눈·코·입을 붙여보면서 사람얼굴에 대해 학습했던 것이 범인 얼굴을 기억해 내는 데도 일조한 것이다. 살인 다음날 아산시청을 비롯해 시내 곳곳에 몽타주가 걸린 것이 이런 아이들의 숨은 수훈이 있었던 것이다. 목격자들이 꽁지머리라고 진술하자, 경찰서에는 꽁지머리를 한 사람들이 줄을 이었다. 한 경찰관계자는 “아산시내 꽁지머리를 한 사람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 젊은 꽁찌머리, 나이든 꽁지머리, 느끼한 꽁지머리 등 많은 사람들이 오갔다. 범인검거 후에도 이웃에 이런 머리를 한 사람이 있다는 전화 제보를 많이 받았다”며 “아산시민의 적극적인 협조 덕분에 범인검거가 더욱 빨라졌다”며 수훈을 아산시민에게 돌렸다. 한편 대대적인 아산경찰서의 단속으로 납치·감금·폭행 피의자 이모(50)씨와 소매치기범 이모(35·절도 등 5범)씨를 검거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