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레질에 여념이 없는 윤상신씨.
윤 상 신(30·음봉면 송촌리)산 하나만 넘어도 도시화로 시끄럽지만 윤상신(30·소월도예 대표)씨가 있는 곳은 고즈넉한 고향풍경을 그대로 안고 있다. 뒤로는 산이요, 앞으로는 저수지. 얼핏 보아도 명당인 곳, 음봉면 송촌리에 도자기를 구우며 조용하게 살고 있는 윤씨를 만나봤다. 약속도 하지 않고 찾은 터라 공방에는 어머니 박종순씨가 먼저 와 손님을 맞으며, 탕정면에 갔던 아들을 전화로 부른다. 도예체험을 하기 위해 매일 바쁜 생활임에도 이들 모자는 도예터 옆에 야생화 전시장을 만들어 놓았고, 탕정쪽에도 5동 가량의 야생화 전시를 서두르고 있다. 이날은 도예 일손을 잠시 놓고 아들 윤씨가 탕정에 다니러 갔던 것이다. 얼마 후 말수 적은 총각 윤씨가 들어선다. 몇 가지 질문을 하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머쓱해 하는 모습은 도예가라기 보단 순진한 학생을 보는 듯했다. 하지만 이런 모습이 좋아 찾아오는 도예손님들은 연일 줄을 잇고 있다.“흙 한 번 못 만져 본 50대 가장이 도예를 통해 자연과 고향을 담아갈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는 윤씨. “웰빙시대여서 인지, 매끈한 것보다 투박하고 자기 정성이 들어간 작품들을 사람들이 좋아하고 자꾸 체험하고 싶어 한다. 이곳에 와서 그런 것을 느끼고 가게 돼 감사하다”고. 공대 출신인 그는 부모님 영향을 받아 자연스럽게 도예가가 됐다. 도예체험에 찾아온 사람들은 누구에게 특별히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흙을 꺼내고, 물레를 돌린다. 물론, 그 옆에 항상 윤씨와 그의 어머니가 있지만 말이다. 체험객들은 도예만 보는 게 아니다. 이곳에서 희귀한 야생화도 함께 구경하고 돌아간다. 바늘꽃, 비비추, 원추리 꽃 등, 우리나라에 이런 꽃과 식물이 있었나 싶을 정도의 희귀하고 아름다운 야생화가 고개를 내밀고 체험객의 발길을 끈다. 방학을 앞두고 도예체험을 예약하는 사례가 많다. 보통 주말에는 60~1백명 정도가 온다. 미리 예약을 해야 체험할 수 있다. 많이 오기 때문에 체험객에게 바라는 것이 있다. “경기지방에서는 많이 오는데 오히려 천안, 아산에서는 많이 안 오신다. 아무리 먹고 사는 게 바빠도 가까운 곳에서 문화를 체험하는 도시가 됐으면 한다”고. 거기에다, “만드는 것은 잠시지만 그 한 작품당 손길이 적어도 10번 이상은 간다. 뒤처리를 잘하시고 내 것처럼 사용해 줬으면 한다”는 말을 덧붙인다. 전승공예대전, 사발공모전에서도 큰 상을 받긴 했지만, 그보다 더 큰 보람은 이 도예터를 내 것처럼 아끼고 고향집처럼 마음 편하게 생각할 때라고. 오늘도 윤씨의 옷에는 흙이 잔뜩 묻어있다. 이미 그 자신이 투박한 도예작품이라도 된 모양새다. 자연의 큰 도예작품이 되어 사람들을 푸근하게 품을 준비를 하며 흙 굽는 향기가 도시를 향해 퍼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