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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멈춘 곳 ‘인취사’

등록일 2001년08월13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산사의 정오는 한적했다. 인취사로 들어가는 길목에 커다란 개만 낯선 사람의 방문을 맞았다. 홍련, 백련이 흐드러지게 피었을 인취사에 지난밤 폭우에 가녀린 꽃잎이 다 떨어지고 고난과 역경 속에서 백련 몇 개의 꽃대가 위험스런 생명을 지키고 있었다. “오늘 사진촬영은 다 틀렸구려. 3일 후에나 오시오.” 평택에서 사진관을 한다는 방문객은 취재기자의 사진기를 보며 애정 어린 한마디를 건넨다. 진흙에서 자라지만 청정하고 고고한 아름다움을 보기 위해 찾은 인취사에는 연꽃도, 차를 맛있게 끓여주던 스님도 있지 않았다. 그러나 푸른 하늘에 가로누워 우아하게 흐르는 구름과 물푸레나무, 사루비아, 들국화가 조용한 산사에서 부드러운 바람 속에서 쉬다가라며 자장가를 불러주고 있었다. “이 맛에 이 곳에 오지요. 그림 같지 않습니까. 연꽃 유명한 곳이 많기야 하지만 어디 연꽃보러 오나요. 인취사에 발 담그고 세월 묻으러 오지요”라며 이영남(천안시 원성동?39)씨는 연꽃 같은 미소를 머금는다. 이영남씨가 천안에서 아산시내를 지나 순천향대 방면으로 가길 30여분 경남제약 울타리를 끼고 돌아 어머니 품에 안기듯 뽀얀 애기 얼굴을 한 인취사를 처음 만난건 5년 전이었다. 연꽃 촬영하며 사진기술을 익혀 볼까하고 찾아본 이곳에서 엉뚱하게도 자신이 한 점 사진이 되고 말았다. 7월말경 피기 시작해 8월에 절정을 이르는 연꽃에 취하다가 고즈넉한 이곳 풍광에 취해 사진기를 내팽개치고 절방 마루 끝에 앉아 오도마니 인생을 생각하다 보니 움직이지 않는 피사체가 되어버리고 만 것이다. 8월이 가면 연꽃도 지겠지만 이영남씨는 절방 마루 끝에 언제고 앉아 있을 자신을 생각하며 다시 한번 홍련처럼 발그레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주아영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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