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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집 앞에 아이들이 뛰놀길

아이들이 뛰놀길

등록일 2005년06월21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이경춘·50·인주면 해암리“어렵기만 했던 아버지, 이제 꽃동산 만들어 드렸으니 손주들과 편히 노시길 빕니다.”일찍 돌아가신 아버지를 위해 하루도 빠짐없이 무덤을 돌보는 이가 있다. 이경춘(50·인주면 해암리)씨는 쉰둘이라는 젊은 나이에 암으로 돌아가신 아버지를 위해 무덤 앞에 작은 꽃동산을 만들었다. 어려서부터 이씨가 놀던 곳이기도 한 아버지 묘소 앞에 사람들이 많이 드나 들어 지저분해 지는 것을 보고 안타깝게 여겨 여기에 꽃동산 만들 것을 계획한 것.“아버지께서 영원히 쉬시는 안식처인데 지저분하면 안 되겠다 싶어 동산을 만들었죠. 그런데 정작 좋아하는 것은 동네 꼬마들입니다”라며 껄껄 웃는다.작은 시골마을이라 아이들이 놀만한 곳이 없었는데 나무도 심고, 꽃도 심다 보니 아이들이 와서 즐겁게 놀다 간다고 한다. 이씨는 어렸을 적 아버지는 말도 함부로 하지 않고 얌전한 분이었다고 한다. 제일 무서운 욕이 ‘이 녀석아’였단다. 이씨는 “성정이 맑으신 분이어서 대하기가 어려웠죠. 별로 말도 없는데 괜히 저 혼자 무서워 가까이 다가서지도 못하고, 그게 후회가 돼서 이제는 가까이 곁에 두고 싶어 이런 동산을 만들었는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어느덧 이씨도 대학에 다니는 두 딸을 둔 아버지가 됐고, 백발의 노모를 모시는 중년을 넘어섰다. 갈수록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난다는 이씨는 매일 동산에 들러 계절마다 다른 꽃씨를 뿌리고 형형색색의 아름다움을 만들어 가기 위해 애쓴다고. “나이가 들수록 생명을 사랑하고 키워야 한다는 마음이 든다”며 “꽃동산을 만들었지만 그곳에서 노는 아이들, 자라나는 나무들을 보며 또 다른 세대를 이뤄가는 것이 나의 몫이구나”하고 느낀단다. 그가 좋아하는 등산때도 이런 정신이 발휘된다. 쓰레기란 쓰레기를 모두 가방 안에 담아오기 일쑤다. 자연이 자라고 성장하는 것을 보고 싶어 일부러 버스를 타고 인주에서 천안까지 출퇴근하고 있다. 하루도 거르지 않는 그의 꽃동산에는 오늘도 아이들의 재잘거림이 끊이지 않고 있다.

주아영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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