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공으로 날아간 지붕 잔해가 집에서 10m나 떨어져 나뒹굴고 있다.
미군 헬기가 예고도 없이 저공비행을 하는 바람에 가옥 지붕이 절반가량 파손되는 등 피해가 발생했다.16일 아산시 인주면 냉정리 마을 주민들에 따르면 지난 15일(수) 자정 무렵 냉정리 박모씨 집 상공에서 미군 헬기가 저공비행을 하면서 강한 바람을 일으켜 박씨 집 지붕과 부속창고 지붕이 절반 가량 파손됐다.현장조사를 담당한 군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피해는 지붕 함석 9×6.7m, 창고 지붕 5×16.7m, 밤나무 등 유실수 20여 그루, TV 안테나 등이 파손된 것으로 조사됐다.집주인의 사위 조태만(59)씨에 따르면 사고발생 시각은 15일 자정부터 16일 새벽 1시 사이로, 약 10여초 동안 헬기 굉음이 집 주위를 흔들었고 이날 아침 확인한 결과 밤나무 가지가 부러지고 집 지붕이 반파되는 피해가 발생, 오전 7시경 119에 신고한 것으로 확인됐다.이날 사고는 미군 대형기동헬기인 시누크(CH-47) 헬기가 갑자기 출몰, 저공비행을 하는 바람에 일어났으며 훈련중 발생된 사고였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경찰과 군당국은 이와 관련 인근 미군부대에서 이륙한 헬기에 의한 피해로 보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잦은 저공피해, 주민들 불안이같은 피해를 입은 농장주인 박정래(86)씨는 “평상시에도 헬기가 낮게 날아 불안했었다. 검은 헬기가 집채만하게 내 머리위에 있다고 생각해 봐라. 바람이 장난 아닌데다, 나같은 노인네는 날아가기 십상”이라고 말했다.박정래씨 부인도 “나무 한두개 부러지는 것은 예사였다”며 “마치 베트남 전쟁에서 사이공나오는 영화를 보는 기분이었다. 그래도 사람 다치지 않았으니 마을 사람들이 그냥 넘어갔는데, 이제는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다”고 말했다. 군에서 조사를 나온 심모씨는 “이 지역은 평택에 위치한 K6 기지에서 이륙한 미군 헬기들의 훈련비행코스”라며 “나무가 부러진 정도로 봐선 시누크 헬기로 추정된다. 상급부서에게 보고 후 조치하겠다”고 밝혔다.헬기피해 대책마련 시급이날 사고로 인주면 냉정리 일대가 헬기 피해의 우발지역임이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난 셈이다. 그동안 이환원씨 등 저공비행으로 지붕과 벽이 부서진 사례가 있다. <본보 358, 360호 게재>그러나 보상주체를 알 수 없어 주민들이 피해를 입고도 보상을 받지 못하는가 하면, 보상절차가 까다로워 주민들이 피해를 입고도 보상신청을 꺼리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미군의 서류가 영문으로 되어 있어 농민들이 쉽게 이해할 수 없을뿐더러 큰 규모의 피해가 아니면 아예 보상신청조차도 꺼리고 있는 형편이다. 안규하 냉정리 이장은 “그동안 크고 작은 농작물 피해가 계속돼 왔다”며 “이제는 훈련비행 코스를 변경해 달라는 신청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아산시민모임 김지훈 사무국장도 “인주면 냉정리 일대가 미군 헬기에 대한 상습 피해지역으로 확인된 만큼 더 이상의 피해가 없도록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