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혜 미· 44·한사랑병원 입원중
2년 전 뇌출혈로 쓰려져, 병 호전되나 쫓겨날 처지두 아들의 어머니인 김혜미씨(44·한사랑병원 입원중). 큰 아들이 벌써 군대에 가고 작은 아들이 고3이라 어머니의 손길이 더 필요한 시기이지만 김혜미씨는 아들들에게 아무 것도 해줄 수 없다. 2년 전 식당에서 일하다 뇌출혈로 갑자기 쓰러진 뒤, 다시는 일어설 수 없는 처지가 됐기 때문이다. 어렵게 모은 재산은 몇 번의 수술비와 그동안의 입원비로 다 날리고 이제 병원비가 없어 이달 말로 나가야 할 형편이다.아산천사운동본부에서 자원봉사로 김씨의 간병을 맡고 있는 이분이씨는 “벌써 1년8개월간 이 환자를 돌봐왔어요. 참 얌전한 사람이라고 들었는데 볼 때마다 안됐어요. 이제 병세도 조금씩 나아가고 있는데…” 말끝을 흐리며 이씨는 눈언저리를 닦아낸다. 남편 서인석(44·온천동)씨도 부인을 볼 때마다 마음 아프다. 천안시 신방동에서 작은 냉면집을 하는 그는 “평생을 같이 하면서 오순도순 살고 싶었는데 이제까지 쉴틈 없이 일만 하고 해준 것 없이 저렇게 오랫동안 병상에 누워 있으니, 안타깝다”며 울먹인다.작은 식당을 하는 처지라 한푼이라도 벌어서 병원비에 보태려 하지만 한 달에 150만원씩 드는 입원비는 이제 감당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형편이 된 지 오래다.“열심히 살아보려고 그렇게 갖은 고생을 다하며 살았는데 이제 아들들 자라는 거 보면서 힘낼 때인데 아쉽고, 안쓰럽다”며 간병인 이씨도 안타까워하고 있다.이씨는 “돌아다니며 봉사하다보면 안타까운 사연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김혜미씨의 경우 의식은 또렷하지 않지만 이제 수족도 조금씩 움직이고 병세가 호전되어 가는 것이 보이는데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하고 방치하면 더 악화될 것 같아 다른 사람보다 더 안타깝다”고 말한다.김혜미씨는 현재 간단한 물음에 답변할 수 있을 정도의 의식이 돌아와 있고 혼자서 자유자재로 움직이지는 못하지만 조금씩 감각이 돌아오고 있는 중이다. 남편 서씨는 김씨에 대해 어려서 어머니를 잃고 새어머니 밑에서 외롭게 자랐다. 22살에 만나 결혼하고 늘 가난 속에서도 밝게 웃는 그런 사람이었다고 회고했다.서씨는 “하루 빨리 병세가 호전되어 다시 밝게 웃을 날이 있기를 기도한다”고. 이번 달 말이면 병원비가 없어 병원에서 쫓겨나와야 하는 형편이지만 김혜미씨는 오늘도 밝은 표정으로 간병인 이씨와 눈을 마주치며 웃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