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뜩 쌓여있는 고철을 엄씨가 수집하지 못하자, 안타깝게 손으로 가리키고 있다.
경찰 총경이 건설단장으로 있는 아산 초사동 경찰종합학교 시공사가 건설 폐자재 거래 계약을 이중으로 한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지난 1월 H건설은 실거래가 보상을 요구하는 토지주 엄모씨(50)에게 공사현장에서 발생하는 고철을 주기로 약속하고 토지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작년 6월경 S업체와도 폐자재 거래 계약을 한 사실이 밝혀졌다. 이 업체는 엄씨가 고철 반출을 시도하자, 욕설과 엄포를 놓으며 고철에 손도 못 대게 했다. 확인 결과 H건설은 엄씨와 고철 반출 계약을 체결하기 이전인 지난해 6월 S철강과 거래 계약하고 계약서까지 써 주었고 현재까지 3차례에 걸쳐 총 26톤의 고철을 빼간 것으로 드러났다. H건설업체 이모 관계자는 “작년 5월 S업체 직원들이 북파공작원임을 밝히며 국가와 민족을 위해 일했으니 생계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매일 업무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찾아왔다. 원래 폐자재 처리의 경우 계약서라는 것이 없는데 이들이 자꾸 찾아와 의미 없는 계약서를 써줬다”고 밝혔다. 또 그는 “경찰종합학교 이전대책으로 주민생계를 위해 구내식당, 사진관, 이발소 영업권등을 주민에게 주자는 협의를 아산경찰서, 시청, 주민들이 했기 때문에 폐자재 거래를 하기를 원하는 주민이 나올 경우 S업체는 물러나는 조건으로 시한부 계약서를 쓴 것”이라고 덧붙였다.두 계약서를 비교한 결과 엄씨의 계약서에는 간인과 결재도장이 찍혀있으나 S업체 계약서에는 고무날인만 되어 있는 형식적인 계약으로 되어 있다.그러나 그런 사정을 알리 없는 엄씨는 경찰종합학교에서 이전하지 못한 채 있다가 올 2월말에서야 3대째 내려오던 전답을 울며 겨자 먹기로 넘겨주고 생계대책으로 폐자재 거래계약을 맺은 것.엄씨는 “농사만 해오던 터라 폐자재 수집으로 얼마나 재산이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작은 이익이나마 팔순치매노모 봉양에 도움이 될까 싶어 계약을 했는데 날벼락이 떨어졌다”며 “고철수집에 나설때마다 건장한 30~40대 S업체직원이 나타나 엄포를 놓아 가져갈 수 없었다”고 말했다. H건설 관계자는 “S업체에 분명히 주민들이 오면 주민에게 줄 것을 약속한 바 엄씨에게 주도권이 있으나 고철수집 할때마다 소란스러워 협의를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H건설은 엄씨와 S철강 양측의 눈치를 보느라 20여 톤에 달하는 고철 등 폐자재를 비좁은 공사현장에 쌓아두고 있다.이에 대해 엄씨는 “시공사의 말을 믿고 3대째 터전을 이뤘던 집과 과수원 2천3백여 평을 헐값에 내줬다”며 “경찰 총경이 건설단장으로 있는 현장에서 자칭 북파공작원이 개입됐다는 이유로 고철을 못주겠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반면 S철강 관계자는 “계약과정에 협박이나 위협 같은 것은 없었다”며 “H건설의 이중계약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폐자재 수거업체 김모씨는 “북파공작원 출신임을 내세워 공사현장마다 자신들이 고철을 수집할 수 있도록 강요하고, 회유해도 작은 업체들은 대응할 수 없다”며 “S업체에 대한 안 좋은 문제에 대해 경찰과 검찰은 뭐하나 모르겠다”며 혀를 찼다. 한편, 경찰종합학교는 아산시 초사동 407번지 일대 56만평(184만8000㎡)에 2008년까지 1단계 ‘경찰교육타운’을 조성해 경찰종합학교와 수사보안연구소를 신축, 이전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