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피해로 철제대문까지 날아갔으나 아직 아무런 피해보상을 받지 못했다는 이씨.
2년 전 미군헬기로 피해, 공소시효 지났다 보상 못 받아“다 죽는 줄 알았지유, 노모와 안식구랑 셋이서 꼭 끌어 앉고 죽을때만 기다렸다니까유.”이한원(52·인주면 냉정리)씨는 2년전 악몽을 떠올리면서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2003년 8월28일 오후 8시경이었다. 이씨의 집에 거센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뭔가 큰 물체가 집으로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다. 온 가족이 둘러앉아 서로 꼭 껴안은 채 죽기만을 기다렸다는 이씨. 헬기 프로펠러 소리가 요란한 가운데 15분 정도가 지날 무렵에서야 주의는 잠잠해졌고 이씨는 그제야 방문을 열 수 있었다. 그러나 이게 웬일인지, 마당에 있던 세간이 다 날아가고 담장이 무너지며 얼마전 밭작물을 하기 위해 설치한 비닐하우스 등이 다 날아가 버린 뒤였다. “피해가 워낙 컸어야지. 여기 지대가 낮아서 간혹 이런 피해가 마을에 있어도 그냥 넘어가곤 했는데 이번엔 안돼겠더라고.”이씨는 112로 바로 신고를 했고 그 다음날이 되서 한미연합사령부와 소속을 밝히지 않은 관계자들에게 전화를 받았다. “피해보상을 해줄테니 언론에는 알리지 말아달라고 하더라고.”그들은 최대한의 보상해 줄 것을 약속했지만 그 약속이 벌써 2년이나 흘렀다.이씨가 추산한 재산피해는 2500여 만원 정도. 하지만 소규모 농사를 하는 이씨로써는 집을 고칠 비용이 없어 아직도 허물어진 담장과 창고는 그때의 상처를 안고 있다. 사건이 일어난 다음날로 면사무소 직원이 방문, 피해규모에 대한 조사와 사진촬영까지 마쳤지만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 또한 올 초봄, 피해자 이씨가 담당 직원에게 보상이 이뤄지지 않는 이유를 묻자 “공소시효가 끝나 보상이 어려울 것 같다”는 답변만 들을 수 있었다고 한다.어려운 보상절차당시 피해내용을 적어오라는 말에 이씨는 건설업체에 아는 친구를 불러 피해액을 산출했고 백지에 프린트를 해서 피해사진과 함께 갔다 줬다.그 뒤, 피해내용을 다시 적어오라는 영문으로 된 서류를 받았지만 이씨는 작성할 수가 없었다. “나같이 무식한 사람이 영문으로 된 것을 어떻게 적어. 뭐, 배운 게 있어야지. 못 배운 게 한이라니깐.”이씨와 같이 당시 사건을 접수한 인주면사무소에 방문했다. 면사무소 조모 담당자는 “헬기로 인한 농작물 피해는 여기에 접수해서 피해액을 받도록 하지만 이씨의 경우 개인 집이 부서진 것이어서 절차를 알려주는 것 외엔 다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 사건이 공소시효가 지났냐고 묻자, 담당자는 “정확히 알 수 없다”고 답변을 번복했다. 이씨는 “우리들은 미군 차량의 문만 훼손해도 몇 백 만원을 물어야 하는데 미군 헬기에 의해 집이 다 무너졌는데도 아무런 피해를 받지 못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면사무소 직원들도 이런 피해는 보상받기 힘들다는 말만 한다”며 하소연했다. 그러나 이같은 피해는 이씨뿐만이 아니다. 지대가 낮은 인주면 냉정리에는 잦은 헬기 출연으로 가을에 말리려고 널어놓은 벼나 깨가 날아가기도 하고 벼가 엎치기도 했지만 피해보상 절차가 까다롭고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고. 인주면 소망교회 윤준혁 목사는 “마을 사람들이 착하니까, 그냥 넘어갔지만 한 해에도 몇차례씩 헬기로 인한 농작물 피해가 있다”고 전했다. 이같은 사건이 자주 발생했음에도 아산시나 면사무소는 제대로된 보상절차를 마련하지 않고 있고 농민들은 속수무책으로 황당한 경험만 늘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씨는 “사실 보상에 큰 관심이 없지만 지금이라도 보상받을 수 있으면 받고 싶다. 왜냐면 나같은 농민들이 많을텐데, 나처럼 이렇게 보상도 못받고 억울하게 살면 안 되지 않느냐”고 말했다. 한편, 한미연합사령부 공보실 관계자는 “피해보상은 미군에서 전액 부담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 측 배상심위위원회에서 신청을 하면 미군과 한국 정부가 공동 지불하게 된다”며 “면사무소 직원이 공소시효가 끝났다고 말한 것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정식적으로 이런 사실이 있었는지 확인하고 왜 보상이 안됐는지를 확인 후 통보하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사건을 첫 보도한 디트뉴스 김갑수 기자는 “이곳이 저공비행으로 인한 피해가 많은데 이에 대한 조사나 통계가 전무하다. 농민들도 피해에 대해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 모른다. 아산시, 한미연합사령부 등 관계당국이 피해를 정리하고 조사작업하며 또다시 이런 피해가 발생할 경우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