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방향으로 황윤로, 이해영, 이진구 소장, 최인석.
“약 떨어지실 때쯤 됐는데 어서 오세요.”또 잔소리다. 재촉하는 목소리로 약을 타가란다. 그런데 이 재촉이 듣기 싫지가 않고 기다려진다니. 탕정면 노인들은 비위도 좋다. 탕정면사무소 뒤뜰에 마련된 조그마한 탕정면 보건지소. 이곳에 보건지소가 있는지 젊은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어르신들이 가장 즐겨찾는 곳이다. 이곳 직원들은 늘 어르신들의 건강을 먼저 챙긴다. 당뇨에 고생하는 할머니는 매번 인슐린을, 류머티스나 고혈압 등 노인들이 흔히 겪는 질환에 필요한 약을 떨어지기 직전 전화를 하는 고마운 사람들이 탕정면 보건지소에 있다. 집안 식구보다 알뜰히 보살피는 이진구 소장을 비롯해 최인석(치과의사), 황윤로, 이해영(예방접종)씨가 어르신들의 잔소리꾼들이다. 어떤 때는 진료를 받으러 왔다기보다는 위로를 받으러 오는 노인도 있고, 괜한 설움과 엄살을 피우며 이들의 사랑을 받으려는 노인들도 있다.그럴 때마다 이곳 직원들은 어르신들이 귀엽단다. 이진구 소장은 “가끔 생떼 부리는 어르신도 있지만 이곳 어르신들은 다들 착하시고 순진하세요. 그런 분들을 대할 때면 내 가족처럼 친근해요”라고 말한다. 보건지소에서 20여 년간 일한 황윤로씨도 마찬가지. “마을이 신도시로 개발된다고는 하지만 어르신들은 순수하고 참 해맑으십니다. 뭐라도 꼭 해드리고 싶어요”라고 말한다.이곳 어르신들은 탕정복지관에서 노인을 위한 프로그램에 참여한 뒤 점심을 먹고 으레 다음 차례로 보건지소에 들러 진찰을 받는다. 어디 아픈 곳은 없어도 매번 진찰을 받고 나면 낫는 기분이라나. 그러나 안타까울 때도 있다. 황윤로씨는 “그 시기에 해야할 치료인데 약이 부족하거나 고집 피우느라 괜히 치료 안 받으시면 마음이 아프다”고. 이진구 소장은 “이곳에 온 지 1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정이 푹 들어 군복무 기간이 끝나도 다시 찾을 것 같다”고 말한다. 그들에게 소망이 있다면 어르신들이 하루라도 마음이건, 몸이건 아픈 곳 없이 행복하셨으면 좋겠단다. 보건지소에 올 때는 노인들의 행복한 마음을 자랑하러 오셨으면 한다며 올 봄에는 이 마을 주민들이 더욱 건강하라고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