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된 도시락을 먹고 있는 어린이.
결식아동 더 발굴돼야, 농촌지역 결식아동 수혜 적어부실도시락 파문이후 관련 자원봉사자와 업체가 울상을 짓고 있다. 결식아동에게 부실도시락을 전달해 주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 때문이다. 최근 충청남도에서는 부실도시락과 관련, 감사를 나왔으나 아산시내는 단 한 곳도 부실한 업체와 기관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아산시의 결식아동은 1천64명으로 2004년 전반기 보다 무려 12배 가량이 늘어났다. 이같이 급증한 이유는 결식아동을 아산시 읍면동사무소를 통해 접수되거나 소년·소녀가장조사에서 드러난 것을 위주로 결식아동 대상자를 선정했으나 작년말에는 방식을 바꿔 천안교육청에서 각 학교가 조사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학교 현장에서 결식을 하는 아동을 교사가 발견해 아산교육청에 알려주고 이를 다시 아산시청에 알리는 방식으로 해서 1천64명에 이른 것. 현재 결식아동들은 아산시에서 지정식당을 이용하는 경우가 3백63명이며, 지역아동센터 단체급식소 이용은 1백78명, 도시락 배달이 17명, 상품권 지급이 5백6명이다. 도시락 배달이나 지정식당 이용학생들은 대부분 동단위 지역의 아동들이고 상품권이 지급되는 아동들은 읍면단위로 식당이용이 어렵거나 오지여서 도시락 배달이 어려운 아동들이다.이번 도시락 파문으로 본의 아니게 타격을 입고 있는 자원봉사자와 도시락 업체들은 “임금이나 운송비까지도 원가에 상정하지 않고 오로지 밥과 반찬 만드는데 원가를 써왔는데 이런 의심의 눈초리까지 받아야 한다니 안타깝다”(김경천·사랑선교회)고 밝혔다. 온주사회종합복지관의 김을용 관장은 “40명이 상한선인데 더 이상 결식아동을 받아들이기도 힘든 형편에 이런 파문까지 있고 보니 아동들에게 면목이 안 선다”며 한마디 한다.부실한 도시락 벗어나기아산시는 다행히 부실한 도시락이 발견되지 않았으나 앞으로도 결식아동들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서는 선결돼야 할 것들이 많다. 먼저 도시락을 배달하는 업체나 단체의 경우 현재 도시락의 신선도와 영양상태를 가장 최우선으로 치고 있다. 아동들이기 때문에 고른 영양이 형성되도록 식단을 짜야 하며 냉장고에 보관해 먹더라도 만든 지 두시간 안에는 배달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온주종합사회복지관이나 사랑선교회의 경우 이같은 시행을 하고 있지만 부녀회 중심으로 하는 단체인 경우는 집안에서 먹는 식단을 위주로 하는 경우가 많다. 한성자 부녀회원은 “영양사의 식단 편성이 필요하지만 적은 인원으로 영양사까지 부를 수가 없다. 이를 행정에서 대신해 줬으면 한다”고 희망했다.전달체계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현재 부녀회나 각 단체 중 단 한군데도 운송비와 인건비를 받고 있는 곳이 없다. 업체에 위탁한 경우도 이익금은 전혀 배제한 채 급식이 되고 있다. 이렇다 보니 봉사를 해서 얻는 보람은 둘째치고 갈수록 경영압박이 온다는 것. 또한 배달시간 때문에 수혜자인 아동들과 친밀하게 지낼 틈이 없어 아동들의 심리나 교육상태까지 파악하기가 힘들다는 것. “단순한 도시락 배달이 아니라 하나의 사회적 가정을 형성하는 과정인데 이같은 과정이 생략돼 있다”(박순영 순천향대 사회복지과 교수)는 것이다. 결식아동 중 가장 심각한 것은 농촌지역 아동들에 대한 것이다. 이들은 거리가 멀거나 주변에 식당이 없어 상품권이 주어지고 있으나 이를 잘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 모 초등학교 김모군은 “상품권이 주어지긴 하나 잘 쓰지 않고 모아둔다. 차라리 돈으로 주면 좋겠다”는 의견이다. 그러나 지자체에서는 돈을 주면 어른들이 이를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경우가 있어 배제하고 있다. 박순영 교수는 각 마을 부녀회를 이용하는 방법을 권하고 있다. 결식아동의 분포를 봐서 부녀회가 이같은 일을 할 수 있도록 행정이 지원하는 방향이다. 시는 이에 대해 “실제로 그렇게 하기 위해 준비는 하고 있으나 수혜자나 봉사자 인원이 잘 안 맞는 경우가 많다”며 “좀더 살펴보아 할 수 있는 방향으로 끌고 나가겠다”고 밝혔다. 또한 결식아동들의 자존심과 아동 특성에 맞도록 전달하는 체계도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래도 아직 굶는 아이는 많다그러나 문제는 부실한 도시락보다는 아직 부실한 도시락마저 받아먹지 못하는 결식아동이 많다는 데 있다. 미취학 아동의 경우가 그중 하나며 농촌의 경우 조부모에게 맡겨진 아동의 경우 이런 제도가 있는지도 모른 채 방치되는 경우들이다. 도고면에 도시락 배달을 하는 도고중앙교회는 “작년에 처음 배달을 시작했는데 초등학교 다니는 애들은 학교에서 결식아동으로 분류가 되지만 아직 취학하지 못한 아동들은 그나마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식당을 하며 결식아동을 돕고 있는 정해순(정해일식 대표)씨는 “몇몇 아동들이 이곳에서 밥을 먹고 가는데 동생도 있다며 데려오는 경우가 많다. 미취학 아동들 중 아직 행정상 누락된 아동이 많은 것 같다”며 “이런 아동들을 더 발굴해서 결식아동이 없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또한 아직까지 결식아동에 대한 건강, 영양실태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이를 위한 복지시스템도 가동돼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탕정사회복지관 김규섭 부장은 “더 많은 아동들이 수혜를 받으려면 이장, 반장을 통해 가계조사를 하고 이것을 토대로 결식아동에 대한 도움을 줘야한다”고 말한다. 개개인의 가정사를 제일 잘 아는 통리반장을 통해 행정적으로 관리하자는 것이다. 박상신 아산시 사회복지담당은 “최근에 부실도시락 파문과 관련해 시민들이 많은 관심을 보여주고 있어 행정상 누락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년층이 많은 농촌의 경우 제대로 홍보가 안 돼 결식아동을 도울 수 없다”며 “시민들이 평소 이웃에게 관심을 둬 이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