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기동 공설운동장 건설현장에서 나뒹굴고 있는 유물들. 공사로 인해 파손된 유물, 세월에 따라 파손됐다면 마모가 있지만 공사로 인해 파손돼 끝이 날카롭다.
청동기, 구백제시대 유물 공설운동장 주변 산재, 발굴은 커녕 은폐 급급아산시 풍기동 일대에 들어설 예정인 공설운동장 주변으로 청동기, 삼국시대의 유물이 다량으로 퍼져 있으나 아산시가 이를 방관하고 소홀히 해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실제로 지난 14일(금) 취재기자가 공설운동장 주변에 시굴조사한 부근을 돌아본 결과 토기편과 와편, 기와편 등이 산재돼 있었으며 공사로 인해 원형보존이 가능한 도자기류가 포크레인에 찍혀 이곳저곳에 버려져 있음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보존이 제대로 되지 않아 도굴의 위험성마저 낳고 있다. 공설운동장은 2003년 12월 착공, 오는 2006년 6월경 완공 예정으로 풍기동 366-2 일원에 건설을 추진 중으로 부지 12만8595㎡(3만8900평), 건축면적 2만6600㎡(8천50여 평) 규모로 세워진다. 국비 22억원, 도비 22억원, 시비 515억원, 기타 22억원 등 총 581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될 예정이다. 이 공사는 지난 93년부터 추진돼 왔으나 예산확보 부족과 시의성에 밀려 개발이 거의 중단되다 2003년 12월 착공함으로써 본격적인 공사를 시작하게 됐다. 시는 본격적인 공사에 앞서 11월 1차 시굴조사를 끝냈다. 아산시는 이때 조사한 문화재발굴 조사결과에 대해 ‘청동기 시대의 유물이 발견됐으나 이것은 어디든 쉽게 발견될 수 있는 것으로 공사를 시행함에 큰 무리가 없다고 판단하고 공사를 시행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문화재청 문화재 위원회에서 모 교수가 “이 일대에 매장 문화재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며 제동을 걸고 나서자, 문제가 불거진 것. 그동안 지표조사와 시굴조사를 해왔으나 발굴조사의 중요성이 다시 한 번 제기된 것이다. 매장된 문화재의 재발견현재 이곳의 문화재가 중요하게 부각되는 이유는 곡교천 중심으로 발달된 아산시내 토성 25~30여 개의 토성 중 가장 긴 역사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온양문화원이 발간한 온양마을사 3권에 보면 풍기동 일대는 읍내동과 법곡동을 포함, 고려 및 조선시대 매장문화재가 가장 크게 분포돼 있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특히 연산(읍내동 뒷산)에는 토성으로 된 성터, 서편에는 사진단터, 남서쪽 언덕에는 빙고(얼음을 보관하는 곳)로 사용했던 핑곳재(보관하는 것을 감시하는 곳)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이곳에는 옛 마을의 집성촌이 있었던 곳으로 전해 내려오고 있다. 때문에 유적, 유물에 대한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는 것. 그러나 이같은 중요한 역사적 의의에도 불구하고 시가 10여 년 동안을 미뤄왔던 공설운동장의 건설을 성급하게 추진하기 위해 무리하게 진행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를 받고 있는 것. 이에 대해 시의 모 관계자는 “아직 발굴조사도 하지 않았는데 출토가능성을 말한다는 것은 너무 성급하다”며 “발굴조사가 끝난 뒤에 유물과 유적을 보존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유적이냐 개발이냐’ 전문가 의견매장문화재를 두고 전문가들의 의견은 분분하다. 교수들은 한결같이 ‘토성이 모두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다면 현장보존을 철저히 했어야 하는데 아산시는 문화재에 대한 낮은 인식을 가진 것 같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그렇지만 ‘개발과 문화보존이라는 것에 지자체가 어디에 중점을 두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기 때문에 뭐라고 말할 수가 없다. 또한 시굴조사한 것만으로는 어느 정도의 중요성을 가릴 수가 없다’는 입장이다. 앞으로 28일(금)에 열릴 문화재 위원회에서 어떤 결론이 내려지느냐에 맡기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Y교수는 “아산의 토성은 특히 비류와 온조 사이의 백제가 형성돼 충남지방의 백제역사로 유적이 크게 두드러질 것으로 본다”며 “현재 아산시가 개발을 서두르고 있지만 언론매체를 통해 이같은 결과가 드러난 만큼 개발이냐, 문화재 보전이냐 하는 부분을 두고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산에는 곡교천 주변으로 25~30개에 이르는 토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중 역사적 가치를 따진다면 이중 반 이상이 중요한 문화재로 점쳐지고 있다. 특히 학자들은 풍기동의 토성과 신창읍성을 가장 역사적 중요도에서 빼놓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K교수는 “현재 문화적 인프라가 중요하다고 보는 시기다. 문화재와 함께 공설운동장이 동시에 보존할 수 있는 방안이 설때 시민들이 아산시의 역사성과 문화를 같이 지킬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장보전과 문화인프라 구축을 당부했다. 운동장과 유물의 공존유적 발견에 앞서 전문가들이나 시민들이 원하는 것은 유물에 대한 보전을 공설운동장 건설과 함께 가져갔으면 하는 것이다. 아산시 예산 10%가 소요되는 만큼 함께 개발해도 되지 않느냐는 것. 현재 건설하려는 공설운동장 내에 문화시설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발견한 유물을 운동장 부대시설에 설치하면 어떻겠느냐 하는 것이 그 의견. 특히 종합운동장 건설로 지자체마다 운영비 지출이 크고 관리가 힘들어 고심하는데 아산시가 운영수익이 될 수 있는 문화재 시설과 함께 설치하면 일거양득이 아니냐는 것이다.“공설운동장에 문화적 공간을 더 확대하고 유물이 출토되는 산비탈면은 유적을 보전할 수 있는 시설이 강구돼야 한다”(김모씨·48)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김씨의 의견뿐 아니라 많은 시민들이 공설운동장에 대한 유물과 연관한 시설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 시민의 이런 입장에 대해 아직까지 시는 이렇다할 의견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앞으로 2007년 도민체전과 국제규모의 대회가 열리면 유치하는 것에 더 큰 목표를 두고 있어 유물, 유적 발견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581억원의 예산이 시민의 주머니에서 나온다고 볼때 일부 공직자와 시장이 원한다고 해서 무조건적인 건설이 아니라 몇번의 설계변경을 거쳤더라도 문화적 욕구에 부합하는 시설마련이 급선무 일 것이다. 유물, 유적의 일부 발견과 함께 아산시의 선진적인 문화정책이 어떻게 펼쳐질 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