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사건과 관련한 의혹들이 불거지자 안억진 천안경찰서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엄중한 수사’를 약속했다.
향응 제공받은 것만으로도 시민 ‘분통’아산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이 관내 모 유통업체로부터 향응은 물론 성접대까지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돼 천안경찰서가 수사에 나선 가운데 시민들은 이같은 작태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천안경찰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29일(수) 아산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이 아산의 모 유통업체 직원들과 연말 회식을 맞아 일식집에서 저녁을 먹은 다음 룸싸롱에서 술을 마셨고, 술좌석에 합석했던 여종업원들과 모텔에 투숙한 혐의를 잡고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하고 있다. 천안경찰서에 따르면 ‘천안시 두정동 소재 T룸싸롱 여 종업원 5~6명이 성정동 롯데마트 뒤편 B모텔에 들어가서 성매매를 하고 있다’ 는 내용의 제보가 ‘성매매 피해여성 긴급지원센터’(117번)에 신고됨에 따라 천안경찰서 쌍용지구대원들이 긴급 출동했고 이 과정에서 경찰관 한명을 현장에서 적발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사건 경위를 놓고 천안경찰서의 조사가 엇갈리는가 하면, 당시 현장에서 적발됐던 아산경찰관을 신원조차 확인하지 않은 것 등이 드러나 또다시 문제를 도출했다. 또 ‘봐주기식 수사’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사건에 대한 여러 가지 의혹이 일자 안억진 천안경찰서장은 기자회견을 갖고 철저하고 엄중한 수사를 약속했다.■ 사건경위사건의 전모는 지난해 12월29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날 D마트 직원 3명과 아산경찰서 소속 경찰 5명은 천안시 쌍용동 C일식집에서 저녁식사를 한 뒤 T룸싸롱에서 23시51분쯤 450만원의 술값을 카드로 결재했다. 이후 23시57분쯤 두정동 B모텔에서 방값 40만원(5만원씩 8개방)을 카드 결재했다. 자정이 넘은 12월30일 00시20분 신원을 밝히지 않은 20대 남자가 경찰청으로 117신고하기에 이른다. 이에 천안경찰서 쌍용지구대는 00시27분에 출동명령을 통보받고 01시05분에 쌍용지구대 소장을 포함 5명이 현장에 도착했다. ■ 현장검거의 의혹들쌍용지구대 관계자에 따르면 현장에 도착한 경찰 5명은 순찰차량 2대에 나눠타고 출동했고 이중 야간근무 소장 1명은 현장 검거를 위해 사복으로 갈아입고 출동하느라 시간이 지체됐다고 밝혔다.현장을 급습한 경찰관들은 5개방에서 총 8명을 적발, 마트 직원과 여 종업원이 한쌍씩 투숙한 2개 방과 경찰과 여종업원이 투숙한 1개 방, 마트직원 1명과 여종업원 1명을 각각 다른 방에서 적발했고, 나머지 2개 방에는 사람이 없는 것만 확인하고 증거물을 확보하지 않았다.이날 체크인을 한 방은 총 8개로 이중 7개에 대해서만 확인하고 나머지 1개방에 대해서는 투숙여부도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날 현장급습 과정에서 신원을 확인하는 도중 한명이 경찰신분증을 제시했고 현장 급습으로 어수선한 상황을 틈타 모텔을 빠져 나왔으며 현재 성매매 의혹에 대해서는 전면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매매에 대한 현장증거물 확보와, 같은 경찰이라 봐준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쌍용지구대장은 “신고한 사람과 동행으로 현장에 가려고 했지만 신고자는 동행이 어렵다고 하고 신고한 방도 7곳만을 제보해 나머지 1개방에 대해서는 나중에 신고자에 대한 조사과정에서 밝혀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현장에 있었던 사람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증거물에 대해서는 신경을 못 썼던 것이지 사건을 은폐하려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또 모텔로 들어간 시간이 23:57분이었고 현장을 급습한 시간이 01시5분으로 약 한시간 시간차가 있는 상황이라 이 정도의 시간차라면 성관계를 마치고 현장을 나갈 수 있는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는 견해다. 또한 성매매가 이뤄진 곳으로 의혹을 사고 있는 B모텔에는 CCTV가 12월2일까지의 기록만 있고 이후의 기록은 남아있지 않아 증거노출 때문에 없앤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B모텔 직원은 “일부러 증거를 없앤 것은 아니고 비용이 비싸 잠시 꺼둔 상태였다”고 밝히고 “계속 많은 언론에서 집중하고 있는데 사실 방만 내줄 뿐이지 뭐 무서운 게 있다고 그걸 숨기겠냐”며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나섰다. ■ 아산 성접대 경찰관사건 은폐 의혹 이같은 사건현장 과정에서 불거진 의혹들도 한두 개가 아니다.우선 당시 현장에서 신분증을 제시한 경찰관에 대한 신병을 왜 확보하지 않았는가와 사건이 29~30일 밤시간대에 이뤄졌는데 왜 사흘이나 지난 뒤에 밝혀졌는가 하는 부분이다.사건을 조사 중인 천안경찰서 관계자에 따르면 출동한 천안 쌍용지구대 관계자는 당시 아산경찰서 형사의 신원을 확인하고도 이를 사건발생 사흘이 지나도록 상부에 보고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천안경찰서 관계자는 “현장에서 경찰 신분증만 확인하고 정확한 신원을 확보하지 못한 채 용의자가 사라져, 경찰인지 명확하지 않아 보고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또한 “사건 발생 다음날 아산경찰서에 가서 직원명부의 사진을 보고서야 당시 혐의자의 신원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이같은 사실에 대해 충남경찰청 관계자는 “성매매 용의자의 경우 인신구속은 할 수 없지만, 이번처럼 현장에서 신원도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이뿐만이 아니다. 당시 사건현장에는 8명의 용의자가 있었는데 유독 이 경찰관만 정확한 신분확인 없이 현장을 벗어나 도주를 방조한 것 아닌가 하는 의혹이다. 비록 방조가 아니라도 최소한 초동수사의 부실에 대한 책임은 피할 수 없다. 당시 현장에 출동한 수사 경찰관은 성매매 의혹을 사고 있는 사건관계자가 투숙했던 객실 호수까지 확인하고도 증거물 확보 없이 혐의자들만 임의동행해 조사를 벌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찰은 성매매 사실을 완강하게 부인하고 있는 사건 연루자들의 혐의를 밝히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안억진 천안경찰서장은 “현장 조사에 미흡한 점이 있었다는 것은 인정한다”며 “관련자에 대해서는 직위해제 등 엄중한 문책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충남 천안경찰서는 7일(금) 사건 당시 초동수사 미흡과 내부 보고 지연에 대한 책임을 물어 쌍용지구대 대장 김모(38) 경감을 대기발령하고 현장에 출동했던 조모(37) 경위 등 경찰관 5명은 감찰조사를 벌여 과실에 따라 문책할 방침이다.■ 아산경찰서 분위기이같은 사건이 일어나자, 아산경찰서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사건 발생 후 아산경찰서의 첫 모습은 ‘제보자가 누구냐’, ‘천안경찰서에서 공적을 올리려고 그러는 거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였다. 반성의 기미보다는 내부 고발자에 대한 관심이 두드러져 또 한번 시민에게 실망감을 안겨줬다. 게다가 인터넷 뉴스매체인 ‘디트뉴스24’ 기자가 아산경찰서에 성접대 의혹에 대한 의견을 묻자 “지금 약 올리는 거냐?”며 거세게 항의해 잘못에 대한 자성보다는 취재에 대한 비협조로 일관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또한 이번의 성접대와 관련 아산경찰서 경찰관들이 상습적으로 관내 업체에 잦은 향응을 받은 것이 아니냐는 불신마저 사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앞서 아산경찰서는 6일(목) 향응을 받은 의혹을 사고 있는 Y(47) 경사 등 형사계 직원 5명을 대기발령했다. 아산경찰서 청문감사관실 관계자는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겠느냐. 만약 우리 서에서 발견했다면 일벌백계했을 것이다. 지금은 다만 성매매 의혹일 뿐이니 알 수 없는 것이지만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의혹들을 전면 부인했다.아산경찰서 모 형사는 “이해관계가 있는 것이 아니라 평소 유통업체와 잘 아는 관계라서 흉허물 없이 지낸 것이 문제가 된 것 같다”며 “어쨌든 이런 일이 생긴데 대해 아산경찰서 모두가 책임을 공감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 유통업체와의 관계이번 사건을 두고 어떻게 550만원에 이르는 향응을 받을 수 있는가. 대가성 접대가 아니었는가 하는 의혹에 관심이 쏠렸다. 550만원 정도의 접대를 할 정도라면 유통업체가 구린 게 없지 않고는 이럴 수 없다는 시각이 유통업체에 몰렸다.많은 수익을 낼 수 있고 세금을 덜 낼 수 있는 무자료 주류쪽에 언론매체들은 무게를 두고 취재했다. 술을 가정에다 파는 것처럼 하면 세금을 적게 내고 판매할 수 있는 수법을 아산경찰서가 봐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었다.이에 대해 해당 유통업체 관계자는 “신도시 건설로 4월까지밖에 운영하지 않는데다 계속 매상이 줄고 있는 상황에서 경찰에 향응을 접대할 이유가 뭐가 있냐”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같은 업체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 업체에 잦은 도난사건이 발생, 도난사건에 대한 경찰의 도움에 보답하고자 만든 자리일 뿐”이라며 검은 거래에 대해서는 혐의를 완전 부인하고 나섰다. 천안경찰서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의혹일 뿐 아무것도 알려진 것은 없다며 계속해서 수사를 진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 시민과 시민단체들의 반응이같은 사건을 두고 아산시는 큰 충격에 휩싸였다. ‘곪았던 것이 터졌다. 더 터져야 한다’‘더 깊이 파헤쳐서 아산경찰의 부패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성토하고 있다. 또한 아산경찰서 홈페이지 여론광장에는 시민단체들의 성명서가 올라와 있으며 아산시청 홈페이지도 간간이 이같은 현실을 개탄하는 목소리가 올라와 있다. 시민 이모(43)씨는 “해마다 아산경찰서 경찰관들과 관련한 사건이 터지고 있다”며 “이미 부패될 때로 된 경찰서의 완전한 자정이 없는 한 이같은 일은 또 발생될 것”이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김지훈 아산시민모임 사무국장은 “이번 일을 계기로 경찰과 지역업체와의 유착관계가 본격적으로 제기된 것”이라며 “한점의 의혹도 없이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더불어 2006년부터는 자치경찰제가 본격적으로 시행, 경찰행정의 면모가 달라지는 만큼 이번 일을 계기로 깨끗한 자치경찰의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경찰서의 턱을 낮추어 시민단체들과 많은 인사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보다 공정한 모습의 경찰상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