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살살 다녀.”송곡도서관내 나누미 공부방의 교사인 백성숙(50)씨는 오늘도 아이들에게 주의부터 준다.자유롭게 뛰어 다녀야 할 나이인데 제재부터 하는 것이 못내 안쓰럽기만 하다.그나마 이렇게 아이들이 공부하고 편안히 쉴만한 공간을 내주는 도서관이 있다는 게 어딘가. 도서관 이용자들에게 최대한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하다보니 백 교사의 흰머리가 늘어날 지경이다. 그깟 공부방은 뭐하러 만들고 골치를 썩느냐고 하겠지만 학교에서 못하는 일을 공부방에서 그 구실을 해 주고 있다. 지금 학교에서는 방과후 교실을 하고 있지만 학습위주로 진행되고 있어 아이들의 숙제를 도와주거나 제2의 가정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학교의 방과후 교실은 취미나 특기적성교육에 맞춰진 반면 일반의 공부방이나 방과후 교실은 맞벌이나 한부모 가정 등 부모의 보살핌이 필요하지만 보호를 못 받는 아동에게 가정이 되어주고 안전한 보호역할을 해주는 것이다.그런 역할을 하기 위해 이곳 나누미 공부방은 올 4월 아산자활후견인기관의 후원으로 송곡도서관내에 나누미 공부방을 개설하게 된 것. 개설한 지 얼마 안 돼 벌써 18명의 아이들로 가득찼다. “처음에는 학년별로 나이 차이가 있어 적응을 못했는데 가면 갈수록 아이들끼리 형제, 자매가 되어 서로 챙겨주고 있다”며 대견스러워 했다. 얼마 전에는 겨울 급식문제 때문에 곤란을 겪었지만 시의 지원으로 아이들의 급식도 해결된 상태. 그러나 문제는 장소다. 도서관의 자제를 망가뜨릴까 걱정되는 것이다. 올 한 해 많은 이웃의 도움으로 보호를 받지 못하는 아동들에게 좋은 혜택을 주었지만 내년에 소망이라면 “아이들이 자유롭게 떠들고 웃고, 조그만 텃밭이 있어 아이들이 자연체험도 하는 것이 소원”이란다. 남들은 힘든 걸 뭐그리 대단하다고 하느냐고 야단이지만 맡고 보니 “얼마 전 4살짜리 아이가 장롱 속에 굶어 죽어있는 기사가 난 것처럼 제도권 밖에서 보살핌을 받지 않으면 거리로 내 몰릴 수밖에 없는 아이들이 우리 주위에 많이 있다”며 “아이들이 좀더 자유롭게 방과 후에도 뛰어 놀 수 있도록 해달라”며 백성숙 교사는 시민을 향해 손을 뻗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