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갑수·63·천안시 직산읍작년 11월23일 분신 후 치료도중 사망한 세원테크 노조지부장 이해남씨. 고 이해남씨는 회사가 노동자에게 내린 손해배상?가압류 처분과 임금·단체협상 등을 이유로 대구의 본사에서 시위를 벌이다 아무도 없는 틈을 타 분신을 시도했다.아들 먼저 하늘나라로 보낸 이갑수(63·직산읍)씨에겐 그 1년의 세월이 길기만 했다.“아들이 죽고 나서 위로를 많이 받았습니다. 그 수많은 위로가 아들을 살릴 수 없음에 가슴 아픕니다”라며 이씨는 담배연기를 뿜는다.그간의 1년이란 세월이 그에게 너무 길었던 까닭은 “아들이 없는 빈자리보다는 아직도 아들과 같은 아픔을 겪는 일꾼들이 많다는 현실”에 있었다. “아들 유서에 ‘정말로 이 나라는 노동자들과 힘없는 사람들이 살아가기에는 너무나 버거운 게 현실인 것 같다’고 했는데 세원테크 안에 조합원들이 사라지고 부당 해고가 이어진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달라진 건 없구나 생각하니, 한숨이 나왔다”며 가슴아파했다.평소 이갑수씨는 아들 이해남씨는 “착하고 강직한 아들이었다. 고집이 세서 걱정을 했다. 그런데 자신의 운명도 그 고집으로 결정했다”고 “더 이상 우리 아들 같은 사람이 이 땅에 나타나지 않도록 노동조건이나 부당해고와 같은 일이 없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갑수씨는 “1년 동안 우리 아들과 같은 사람이 없길 기도했다. 경제사정이 점점 어려워지면서 사업장은 더 어렵고 힘들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렇다고 해도 다시는 이렇게 아픈 죽음이 이 세상에 없길 바란다”고 말했다. 두산중공업 고 배달호씨 죽음은 ‘노사간 평화협정’이라는 결과를 낳았지만, 이해남씨 죽음은 씁쓸한 ‘추모제’로만 남았다. 그가 꿈꾸던 부당노동행위, 부당해고의 근절은 요원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