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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에 파묻혀 사는 기분으로

꽃에 파묻혀

등록일 2004년11월09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휠체어를 끌고 있는 정순영씨. 정순영 | 43·천안시 쌍용동“이제야 가을을 맞이하네요”정순영(43·천안시 쌍용동)씨는 홍성의 한 치매노인 위탁단체의 노인들을 모시고 세계꽃식물원을 방문했다.90%가 넘는 노인이 치매인지라 모시고 다니기가 너무 벅찬 하루였지만 간만에 노인들의 활기 넘치는 모습을 보니 정씨는 힘든 것보다 보람을 더 많이 느낀다.“평소에 생기가 없이 지내는 분들이라 마음이 가볍지 않았는데 국화향기를 맡아서인지 얼굴들이 환해지셨다”며 정씨가 더 기뻐한다. 정씨는 일상에 쫓겨 사느라 봉사한다는 것도, 어디 여행 다닌다는 것도 사치처럼 생각됐다. 정씨가 봉사활동을 시작한 것은 3개월 전이다. 보험설계사였던 정씨는 10여 년 동안 계속해왔던 설계사를 그만두고 평범한 주부로 돌아왔다. 그러나 막상 평범한 주부로 돌아와 보니, 중·고등학교 다니는 아이들 뒷바라지며, 남편을 내조하는 것 외에 큰 할 일이 없었다. 남들 다하는 일을 그냥저냥 하고 있다는 게 바쁜 나날을 보내왔던 정씨에게는 그저 지루한 일상들로 비춰졌다. 주부로 돌아왔어도 주부라기보다는 사회인, 그리고 자신의 존재감을 찾기 위한 인간이고 싶은 게 정씨의 소원이었다. 그때부터 시작한 치매노인 돌보기는 새로운 생활을 열어주었다.정씨는 “사람들이 커가는 아이들 돌보는 일을 하지, 무엇하러 치매노인 돌보는 일을 하느냐고 간혹 묻는다. 내가 생각해도 모를 일이다(웃음). 내 노후를 생각해보니 남의 일 같지가 않고, 어린애와 다를 바 없는 어르신과 같이 지내는 게 보람 있다”고 말한다. 세계꽃식물원 방문을 마치고 돌아가려고 하자, 치매노인 한분이 이런 말을 하신다. “저 꽃도 때가 되면 지겠지. 나는 벌써 그런 때가 되었는데 왜 안 데려 가실꼬”그러자, 정씨는 “아직은 꽃이 질 때가 안 된 것처럼 할머니도 아직 한창이세요”라며 어르신들을 모시고 바삐 세계꽃식물원을 나섰다.

주아영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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