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광순 | 67·탕정면 용두리·삼성전자 대책위원장
평생을 아산시 탕정면 용두리에서 살아온 장광순씨(67). 군대 빼곤 타지에서 보낸 적이 없는 그에게 이젠 낯선 삶이 기다리고 있다.
“평생 여기서 포도농사 짓고 농삿일한 것밖에 없는데 이제 어디서 무얼하고 살아야 되냐”며 푸념이다.
내 집처럼 드나들던 꾀꼴성과 물안산성 등 백제의 유적과 함께 자신의 추억이 고스란히 남은 탕정면을 떠나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아산신도시 2, 3단계 개발권역으로 탕정면은 모든 리가 포함돼 있다. 그 중 용두리와 명암리 등 탕정문화의 근간을 이뤘던 리단위는 기업이 들어선다는 소식에 이제 자리를 내줘야 할 판이다.
그러나 현재의 보상가로는 삼성전자(주)가 산업단지로 개발한다는 땅 외에 살 수 있을 만한 땅은 없다.
이미 이곳은 땅값이 오를대로 올라 보상금액으로는 주변 땅을 사기란 엄두조차 낼 수 없다. 현재 탕정면 근교에 형성되는 거래가격은 평당 80만~130만원선으로 현재 삼성전자(주)가 내놓은 보상가 15만~20만원에 크게 못 미치기 때문이다.
그보다 더 못 참는 것은 개발권 이외 지역의 비아냥이다. ‘토지가 있어 보상받는데 아무리 못 받아도 굶어 죽지는 않는다. 오히려 떵떵거리고 살 수 있다’는 게 주변의 시선이다.
장광순 삼성전자(주) 대책위원장도 사실은 많은 분량의 토지를 갖고 있다. 포도밭이며 논과 밭 등이 있지만 그것을 보상값으로 치기에는 살아온 탕정면에서의 내력과 추억이 너무 깊다.
장 위원장은 “여기서 애들 다 길러내고 편하게 살아왔는데 이제 와서 돈 줄테니 나가라니, 아니 이 나라 토지가 힘있는 사람들이 달라고 하면 내주는 그런 나라냐”며 발끈 화부터 낸다.
장 위원장이 탕정면을 위해서 머리끈을 졸라맨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배방면 장재리의 토지보상가가 평당 33만원이 나왔다고 합니다. 말이나 됩니까. 주변시세는 벌써 200만원을 호가하는데… 그나마 6~7마지기 남을 땅을 붙여먹고 사는 사람들은 어떻게 살라고. 1단계의 토지 보상가를 보니 남의 일이 아니다”라고 우려한다.
그가 더 우려하는 것은 앞으로 이어질 충청도의 개발이 제대로 되지 않은 토지보상가격으로 원주민들은 내쫓고 이주민들에게는 이주비용의 부담을 주는 개발정책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충청도 내에 행정수도니 뭐니 들어선다고 하지만 주변에 땅을 살 수 있을만한 토지보상가도 마련하지 않고 주민들을 내쫓는 정책만 되풀이될까 무섭다”며 “주민도 내쫓기지 않으면서 재산권 행사를 할 수 있는 대토나 협의택지가 있다면 그나마 위안이 될 것이다”고 그는 말했다.
점점 고향 떠날 시간은 다가오고 합의된 것은 없고 답답한 마음만 더해 가는 탕정면 주민들을 대신해 그는 한숨을 내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