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민을 몰아내는 개발정책을 막아달라고 호소하는 탕정지역 주민들.
현 시가 절반도 안 되는 토지보상 말도 안 돼
협의택지로 주민 살던 터전 보전해 달라 주민의견서 올렸는데, 답변 없이 마구잡이로 토지가 책정하나
“주민들의 땅을 기업에 내주고 그 땅값으로 아산시를 배불리려고 한다.”
최근 삼성전자(주)가 탕정제2지방산업단지 지정 고시를 받고 환경영향평가 등을 거친 뒤 본격적인 개발지의 토지보상을 서두르고 있다.
삼성전자가 개발하려는 땅은 아산시 탕정면 갈산·명암·용두리 일대 63만9000여평에 차세대 LCD생산단지, 주거단지, 공공시설 등이 입주하는 ‘탕정제2지방산업단지를 2009년말까지 조성’키로 한데 따른 것이다.
삼성전자가 밝힌 토지보상 및 지장물 보상에 대한 금액은 2천5백37억원으로 이를 토지와 지장물 보상을 받을 평수로 나눠보면 토지 15~20만원, 지장물 10만원선으로 현 시가에 턱없이 낮은 수준으로 책정돼 있는 것에 주민들은 반발하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에 편입돼 있는 주민의 토지는 63만9천평에서 40% 정도다. 이중 아산, 천안의 토지주는 40%에 이른다.
탕정지역개발추진위원회(위원장 이상복·탕정추진위)에 따르면 현재 삼성공단을 제외한 호산리, 매곡리 주변의 땅값은 65~130만원으로 형성되고 있는 현실임에도 이같은 현실을 무시하고 땅값을 책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탕정농협의 경우 탕정면 호산리의 임야를 1평당 64만5000원에 구입해 현재 이곳에 2천7백여평에 건물을 신축하고 있다.
탕정농협 이사 장모(66)씨에 따르면 “당시 토지를 구입할 때 토지평가와 감정을 한 뒤 최대한 싸게 구입한 가격이 64만5000원이었다”며 “그런데도 삼성전자에 편입된 토지에 대해 현 시가에 3분지 1도 되지 않는 금액을 적용하는 것은 탕정주민을 무시한 처사”라고 말했다.
탕정추진위는 주민들의 의견개진과 수차례의 주민회의를 거쳐 아산시와 충남도청에 내놓은 ‘협의체 구성에 따른 위원추전의뢰’에 대해 주민들은 제안서를 제출한 바 있으나 이런 주민의 의견은 단 한가지도 반영되지 않았다.
주민들은 당시 신도시 2,3차 지역은 도시개발법에 의해 개발하고 토지주들에게 협의택지를 줄 것을 강력히 주장했다. 또한 지장물만을 갖고 있는 주민들에 대해 생계대책을 강구해 줄 것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지난달 26일 주민들의 이러한 요구는 반영되지 않은 채 ‘탕정 제2일반지방산업단지 지정관련 설명회’가 탕정면사무소에서 열렸다.
아산시가 주민들에게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토지의 보상은 감정평가에 의한 가격으로 보상하는 것으로 보상 수준 제시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자료에 의하면 주민들이 궁금할만한 상황은 거의 빠진 채 일방적인 시의 입장과 사업시행자의 답변내용으로 전개돼 ‘시가 기업의 손을 들어주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빈축을 샀다.
아산시는 지난해 탕정면에 도로를 신설하면서 공시지가 1만7000원~3만원 하는 땅도 40~ 50만원씩 보상한 예가 있다. 시도 탕정면의 토지가가 공시지가와 무관하게 형성되고 있음을 인정한 셈이다.
그러나 유독 삼성전자(주)로 편입되는 토지에 있어서는 수동적이고 사업자의 편익에만 기울어 있어 주민을 당혹케 하고 있다.
장광순 삼성공단 대책위원장은(67·용두리) “주민들이 의견서를 내고 이렇게 해달라고 해도 이에 대한 답변없이 탕정주민 협의체를 구성한다고 하고, 제안서도 마음대로 올리고 있다”며 “탕정면민이 아산시에 있어 몇 명 안 되는 인원일지는 모르나 최소한 의견을 들어보고 반영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며 분개했다.
아산시 관계자는 “주민들 의견을 충분히 들을 예정이다. 또 토지협의과정 가운데 개개인마다 차이가 있어 문제가 불거지는 것일 뿐이다”라며 “일부 주민들이 토지보상가에 예민해 시를 안 좋게 보고 있지만 사실상 시가 주민을 한지로 내몰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상이 아니라 협박이다
삼성전자(주)가 2537억원을 들여 토지 및 지장물 보상을 한다고 하자, 주민들은 보상이 아니라 거의 무료로 땅을 내달라는 것이라며 분노하고 있다.
현 시가에도 못 미치는 보상으로 기업의 이익을 챙기려 한다는 게 주민들의 생각.
이모(57·용두리)씨는 “보상금을 받아봤자, 이 돈 가지고는 주변에 아파트 한 채 얻지 못하는데 평생 농사만 짓던 놈이 어딜 가서 뭘 하겠냐”며 하소연.
그나마 토지가 있는 사람은 대개 1천평이 넘는 토지를 소유하고 있지만 건물이나 하우스 농업을 하는 사람들은 더욱 한숨소리가 깊다.
조모씨는 건교부에 낸 의견서를 통해 “건물이라 봤자 30여평도 되지 않는데 현재 삼성전자가 책정해 놓은 금액으로는 평당 10~20만원밖에 되지 않아 600만원도 되지 않는 금액”이라며 “도저히 살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푸념했다.
#토지주- 협의택지 달라
무엇보다 이곳 주민들이 원하는 것은 크게 두가지다. 주민의 의견을 무시하지 말고 들어달라는 것과 협의택지를 만들자는 것이다.
협의택지란 토지가 수용되는 만큼 다른 땅을 주는 것으로, 주민들은 삼성전자가 개발하는 땅 중에 남동쪽을 협의택지로 하고 현재 면사무소 및 탕정사회복지관 등 주거밀집지역은 존치 지역으로 해서 없애지 말아 달라는 것이다.
최근 국민고충처리위원회도 이같은 토지주의 입장을 받아들여 건설교통부에 현재의 토지보상을 현금으로만 하지 말고 대신 토지를 주는 방향(대토)으로 하자고 건의서를 올린 바 있다. 공익사업으로 민간토지가 수용되는데 현금으로만 보상하면 고향을 잃는 주민들의 아픔이 크다는 것을 인지하고 내린 건의서였다.
주민들도 이러한 건의서에 촉각을 기울이며 입법안으로 상정될 날만을 기다리고 있지만 입법추진이 될지는 아직 미지수이기 때문에 불안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피땀흘려 땅 2평을 샀는데 지금의 시행정과 기업체의 압력은 그 땅을 0.5평으로 되돌려준다는 꼴”이라며 “아산시는 주민에게서 땅을 사서 기업에 팔도록 유도하고 기업은 그 이익중 좀 남는 것을 아산시에 전해주는 꼴이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한 토지보상에 있어서도 공시지가가 아닌 현 시가대로 적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성조(53?서울시 거주)씨는 건교부에 올린 의견서에서 “주민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공시지가를 근거로 보상하지 말고 인근시세를 감안해 적정가격으로 보상해 달라”는 의견을 낸 바 있다.
한편, 현재 삼성전자(주)에 편입되는 토지들의 공시지가는 3~10만원으로 대개 3만원이지만 이를 현 법령대로 3백% 이내 보상한다면 평당 9만원~30만원의 보상이 되는 셈. 이 지역을 한발짝만 물러나도 금새 80~130만원이 넘는 시세가 형성되고 있다.
가까운 천안도 형편은 마찬가지여서 1백평의 땅을 가진 사람이 평당 15만원씩 보상받고 탕정을 떠난다면 인근에서 1500만원으로 살 수 있는 같은 크기의 땅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