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들이 ‘출판기념회’를 연다는 소식이 연이어 들려온다.
‘아, 선거가 다가왔나 보구나’ 싶다. 실제 내년 4월이 총선(제22대 국회의원선거)이니, 4개월밖에 채 남지 않았다. 그 안에 출마결심도 해야 하고 내부공천이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 선거구 변화는 없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경쟁자는 누가 될 것인지, 자신을 도와줄 선거인들도 구해야 하고, 무엇보다 필요한 만큼의 자금도 확보해야 한다. 지지를 부탁하기 위해 사람들도 만나야 하고 공약도 만들어야 한다. 그야말로 할 일이 태산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인들의 ‘출판기념회’도 빼놓을 수 없는 필수절차가 되고 있다.
먼저 소식을 알린 정치인은 정도희 천안시의장으로, 11월18일 오후 1시30분 나사렛대 경건관에서 ‘북 토크콘서트’를 진행한다고 알려왔다. 시의장 임기가 끝나면 평의원으로 돌아가기에 시의장들은 총선이라는 ‘더 큰 도전’에 적합한 시기로 저울질해왔다.
김연 전 충남도의원은 30일 오후 6시 쌍용동 천안컨벤션센터에서 출판기념회 ‘희망사다리’를 개최한다. 책은 2022년 지방선거 이후의 활동상을 피력했다.
12월 초순에는 벌써 4건의 출판기념회가 잡혀있다.
신범철(국민의힘) 전 천안갑 국회의원 후보가 12월2일 오후 2시에 천안 단국대 학생회관에서 '신범철 출판기념회'를 갖는다. 책은 '강직한 온건주의자'란 이름을 달고 있다.
양승조(더불어민주당) 전 충남도지사가 ‘출판기념회’ 소식을 알렸다. 12월3일 오후 2시30분 공주대 천안캠퍼스 체육관에서 그의 책 ‘위기 속 대한민국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말하다’를 통해 진정한 지도자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이 필요한 시대임을 밝히고 있다.
12월8일에는 박남주 전 천안시의원이 오후 6시 나사렛대학교 경건관에서 그의 책 ‘토닥토닥 내가 안아줄게’ 오지라퍼 남주이야기로 ‘출판기념회’를 진행한다. 그는 더불어민주당 전국여성위원회 부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장기수(더불어민주당) 전 천안시장 후보도 12월9일 오후 3시 나사렛대학교 경건관에서 ‘출판기념회’를 갖는다고 알려왔다.
유익한 책과 무익한 책
총선을 앞두고 천안의 출판기념회는 이들 4건으로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출판기념회’는 선거에 나서는 본인을 알리고 세(勢)를 과시하고, 무엇보다 선거자금을 만드는데 주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대중연설로 자신을 알리는 기회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책’을 통한 후보알리기는 유권자에게 참고할 만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하지만 ‘홍보’만을 위한 것이라면 차라리 블로그같은 것이 훨씬 도움될 것이다. ‘알 권리’ 차원에서 선거관리위원회가 후보를 자세히, 객관적으로 알릴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것도 생각해볼 일이다.
그러므로 책 출간 및 ‘출판기념회’는 ‘알리기’보다 자금확보와 세 과시에 더 큰 비중이 있어 보인다. 정치인들이 출판기념회를 통해 얻는 것이 있어 좋지만, 반면 출판기념회를 억지로 가서 눈도장을 찍고 눈치껏 책을 구입해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특히 힘있는 정치인들에게는 잘 보여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주고 받는’ 비즈니스 관계라 해도 그리 바람직하진 않다.
그러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정치인이 내놓는 책의 수준이 ‘형편없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저자라는 이름은 붙었어도 직접 쓰지도 않고, 수준 이하의 정책과 소신을 담아내는 글을 보는 마음이 편치 않다.
차치하고, 천안의 정치인들이 자신의 정치적 소신과 사상, 정책을 담아내는 책이 ‘유용한 책’으로써 그 기능을 넉넉히 감당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